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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의 신형 '스마트 핵무기'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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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의 신형 '스마트 핵무기'가 온다

[정욱식 칼럼] 낮아지는 핵무기 문턱, 핵전쟁 불러올 수 있어

나는 앞선 글에서 한국의 미국 전술핵 재배치론자들의 희망과는 달리 '현재' 미국에는 한국에 배치할 핵무기가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전술핵'이라는 표현조차 사용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관련 기사 : 홍준표의 '전술핵 구걸'은 北 아닌 문재인 공격용?)

그 이후 여러 사람들로부터 "'미래'에는 어떻게 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3년 후에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2020년 3월에 미국이 'B61-12'로 불리는 신형 핵무기를 손에 넣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전술핵'이라고 부르는 핵무기는 B61이 유일하다. 작전 가능한 B61은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에 배치되어 있고, 미국에 있는 B61은 폐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는 B61 구형 모델들(3, 4, 7, 11)을 폐기하는 대신에 신형인 B61-12를 개발키로 했다. 그리고 오바마의 유산 지우기에 바쁜 트럼프 행정부는 이 프로그램을 '계승'키로 했다.

2009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에 1조 달러짜리 핵무기 현대화 계획을 발표해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가운데에는 약 300억 달러를 투입해 1000개의 'B61-12'를 생산한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지난 가을 미국의 스파이 위성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핵실험장 터널을 파고 있을 때, 오바마 행정부는 네바다 사막에서 자신의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비꼬기도 했다.

미국이 "스마트 핵무기"로 부르는 B61-12는 주로 적대국의 핵무기 보유고와 같은 주요 군사 시설, 특히 지하화된 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목적을 띠고 있다. 이를 위해 정밀유도 장치를 달아 정확도는 크게 높이는 대신에 폭발력은 크게 낮추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군사적 효율성은 극대화하면서 부수적 피해와 방사능 오염은 최소화해 미국의 핵 공격 옵션을 다양화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무기의 개발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핵무기의 관리와 개발을 담당하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에 따르면, 미 공군은 올해 8월에 모조 B61-12를 투하했다. F-15E에서 투하된 이 모조탄에는 핵탄두는 없었지만, 외형과 무게, 그리고 내부 장치는 동일하게 맞춰졌다. 미 공군은 올해 3월에도 이 무기의 투하 시험을 한 바 있고, 향후 3년 동안 수차례의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두 차례의 시험이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한 NNSA는 "이 프로그램은 국가안보상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계획대로 추진될 것"이라며, "초도 생산을 2020년 3월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가 계속 악화되면, 2020년에 미국 핵무기 재배치 논란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전술핵 재배치에 거의 '올인'하다시피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이제 미국이 한국에 배치할 전술핵이 생겼다'며 B61-12의 한국 내 배치를 2020년 4월 총선의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다. 보수 언론이 이를 부추길 것이라는 점도 자명해 보인다.

또한 2020년에는 미국 대선도 있는 해이다. 북핵 문제 대처가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경우, 미국 내에서도 B61-12의 한국 배치론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폭발력을 300톤(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50분의 1)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B61-12가 실제로 세상에 등장하면, 아마도 미국의 가장 '작은 핵무기(mini nuke)'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소형 핵무기가 품고 있는 위험성은 가장 거대할 수 있다. 비핵 전쟁과 핵전쟁의 경계를 더욱 흐리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공격하는 쪽이나 공격 받는 쪽 모두에 해당된다. 공격자 입장에서는 "스마트 핵폭탄"이 대량살상을 야기하지 않고도 지하 시설 파괴와 같은 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그만큼 핵무기 사용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

반면 피격자 입장에서는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길 수 있다. 그만큼 피격자의 핵보복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의도적이든, 우발적이든, 핵전쟁이 일어날 우려가 커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이 이 무기를 손에 넣거나, 특히 한국에 배치할 경우 우리가 직면할 우울하고도 불안한 미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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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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