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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감각 '제로' 박근혜, 누가 눈과 귀를 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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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감각 '제로' 박근혜, 누가 눈과 귀를 가리나?

검찰 구속 영장 청구에 '충격'...혐의 전면 부정 시 영장 발부 가능성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부터 검찰 조사에 이르기까지 박 전 대통령은 일관되게 혐의 없음을 주장해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30일 심문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할 경우,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국정 농단 사태의 공범으로 판단한 검찰 측 결론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지난 21일 검찰 조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경위는 물론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청와대 문건 유출, 비선 진료 등 13개 혐의 전반에 대해 반박했다. 수사팀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기존 입장대로 "대기업에 재단 출연금을 내 달라고 강요한 사실이 없다", "재단 설립은 사익 추구와는 무관하다", "대기업으로부터 어떤 청탁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8일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는 조사 도중 급기야 "내가 뇌물 같은 더러운 돈을 받으려고 대통령을 한 줄 아느냐. 동생들과도 인간관계를 끊고 지냈는데 그 이유가 뭔지 아느냐"며 눈물까지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정호성 전 청와대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 내용을 토대로 직접 지시한 사실을 물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 모든 증거가 '박근혜' 이름 석 자를 가리키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은 죄가 없다고 항변했다. 마치 자신이 저지른 일이 범법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듯하다. '무지의 소산'이거나 일종의 '정신 승리'인 셈이다.

되레 검찰을 탓하는 형국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지난해 11월 1기 특별수사본부 발표 당시에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 "부당한 정치 공세", "인격 살인" 등 거친 표현을 사용하며 검찰을 여과 없이 비난했었다.

언론에 따르면, 그는 이번 구속영장 청구 소식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통령이 영장 청구에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미 "공범이라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사실상 예고장을 날렸고, 다수 언론과 법률 전문가들도 구속 영장 청구를 전망했다. 그럼에도 영장 청구에 '충격을 받았다'면, 이것이야말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보지 못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혹은 누군가 박 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다못해 종편 등 TV 시사 프로그램을 조금만 보더라도 현재 검찰의 기류가 어떤지, 법조계, 혹은 여론의 분위기가 어떤지 감지할 수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반응하고 있다.

실제 박 전 대통령과 그의 변호인단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과정이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법리'를 내세우고 혐의를 반박하기보다 "완전히 엮은 것", "사상누각"이라는 식의 뜬구름 잡는 '비방'을 일삼았다. '무엇이 아니라는 것이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내놓은 적이 없다. 검찰 수사와 특검 수사도 모조리 거부했다. 엄중한 현실에 대한 '감각' 자체가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의 의아한 태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구속 영장이 청구된 지난 27일, 그는 자신의 팬클럽인 '근혜동산'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해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2012년 대선 유세 중 다친 친박계 의원실 보좌관에게 안부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구속을 눈앞에 두고 있는 와중인데 '지지자 관리'에 열중이다.

▲지난 21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결백을 강변하며 눈물로 호소하고, 지지자 결집에 매진하는 모습은 과거 청와대 시절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잉 충성'에 익숙한 측근들이 제대로 된 조언을 하지 않아 박 전 대통령을 오히려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30일 법원에서 받게 될 구속영장 실질심사다.

지금까지 태도로 미뤄보면, 박 전 대통령은 구속이 왜 불필요한지, 혐의가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진술보다는 검찰 수사 내용 자체를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때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할 경우, 증거 인멸 가능성이 인정돼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만약 일부 혐의를 시인하거나 하면 '변수'가 될 수 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

검찰은 "피의자는 검찰 및 특검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수차례 대면조사 요구에 불응한 바 있고, 헌재 심판에는 끝내 불출석했을 뿐만 아니라 탄핵 결정에도 불복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피의자의 변호인들이 보여준 헌법과 법률 경시 태도에 비춰 앞으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출석을 거부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밝힌 바 있다.

'감정 호소' 전략 또한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의 하주희 변호사는 "담당 판사가 기록을 다 읽고 오기 때문에 피의자 입장에선 감정을 내세울 게 아니라 철저한 법리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공범자들이 구속돼있고 검찰이 제시한 구속 사유가 방대한 상황이라 지금으로썬 마땅한 대응 논리를 찾기도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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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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