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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도의 전략인가, 치졸한 봐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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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도의 전략인가, 치졸한 봐주기인가

당황한 검찰 "법과 원칙 따라 박근혜 신병 처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경의'를 표한 데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면서 검찰은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의 '예우'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으로, 박 전 대통령이 구속을 피하기 위해 납작 엎드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논란을 의식한 듯 검찰은 박 대통령 신병 처리 등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당황한 검찰 "법과 원칙 따라 박근혜 신병 처리"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검찰은 22일 구속 영장 청구 등 박 전 대통령 신병 처리 문제와 관련 "법과 원칙에 맞게 판단하겠다"고 했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새벽에 조사를 마치고 관련 증거와 기록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병 처리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통상 소환 조사 후 사흘 이내 신병을 결정하는 만큼 주말 안으로 정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법조계 안팎에선 뇌물 수수, 강요 등 13개의 범죄 혐의만으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 사유는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검찰이 공범 관계로 보고 있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등이 이미 구속 수감 중인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손범규 변호사를 통해 "악의적 오보, 감정 섞인 기사, 선동적 과장 등이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힌 게 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할만한 일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대표적이다.


손 변호사는 '경의를 표한다'는 표현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평소 "수사가 끝나면 어떤 형태로든 검찰이 고생했다는 것을 표현해주라"고 한 지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측은 난감한 모습을 보였다. 노 차장는 이에 대해 "(손범규) 개인적인 멘트 같은데. 그 분 말씀 취지가 이해가 안 돼서 제가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무슨 뜻인지 이해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 차장은 '법과 원칙'을 기준으로 언급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조기 대선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한 정무적 판단을 배제하고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21일 검찰에 들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메시지'에 담긴 뻔한 '언론플레이'

손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토대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표현과 더불어, "악의적 오보, 감정 섞인 기사, 선동적 과장 등이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는 메시지를 냈다. 손 변호사는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생각보다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진행됐다"며 "다른 변호인들도 같은 느낌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검찰 조사 직전 박 대통령이 밝힌 "송구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등 반성 없는 뻣뻣한 메시지에 비하면 감정적이고, 과장이 섞인 표현들이다.

손 변호사가 남긴 두 문장은 각각의 청자를 가리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한 부분은 삼성동 자택 앞을 지키고 있는 친박 세력과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로 보인다. 최근 '자택 정치'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친박 세력들에 '위축되지 말라', '나는 무고하다'는 신호를 던졌다는 해석이다.


둘째,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것은 검찰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전형적인 일반 '형사 사범'들의 행태로 해석된다. '송구하다'는 등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신병 처리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적절한 수준에서 검찰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비친다.

검찰, 고도의 '전략'인가, '봐주기 수사'인가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수사 상황과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여론은 물론 법조계 안에서도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검찰이 지나치게 예우를 차리고, 불성실한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청와대와 삼성동 자택 압수수색을 포기한 게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 조사 관련 '영상 녹화'를 포기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의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실제로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적극적인 반론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만약 영상 녹화를 강행했거나 압수수색을 강행했다면 박 전 대통령의 '입'을 열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수사도 '생물'이기 때문이다. 예우를 차린듯 보인 것도 결국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수백장에 달하는 조서를 받아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검찰의 '목적'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앞으로 박 전 대통령 신병 처리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 SK, 롯데 등 대기업 수사, 그리고 박 전 대통령 기소 등의 절차가 진행되면, 검찰의 그간 행위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수반될 전망이다. '정치 검찰'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법과 원칙'에 따른 길을 가고 있는지 등은 조만간 판명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검찰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언론플레이가 가관"이라며 "자택 압수수색 미집행, 녹음녹화 미진행 등 검찰의 지나친 배려로 가뜩이나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불안이 가중되는 마당에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주장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 "전 국민의 눈이 서초동을 향하고 있다"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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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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