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검찰 조직'을 선택했다.
검찰이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은, 사실상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황 대행이 이를 승인한 결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검찰 출신인 황 대행이 친정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권력 무상,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또다시 회자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10일 파면된지 18일만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히며, 즉각 구속 영장을 법원에 접수했다.
영장실질심사는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한 뒤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 지난 1997년 도입됐다.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한 사례는 박 전 대통령에 앞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구속된 1995년에는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없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경우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심사를 받는 전직 대통령이 된다. '사상 첫 파면 대통령'이라는 오명에 이어 또 하나의 불명예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심문 기일은 오는 30일 오전 10시 30분으로 정해졌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가 13개에 달하고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법원의 판단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따라서 31일 경에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장실질심사가 끝나면 박 전 대통령은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구치소 또는 법원 측이 지정한 임시 장소에서 대기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피의자는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에 관한 예우 차원에서 검찰청사에서 대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 관심은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할지 여부로 쏠리고 있다. 또한 법원이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일단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원칙적으로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는 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나와야 한다. 물론 심문을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법원이 영장을 청구한 검찰의 입장을 더 무게 있게 검토할 수밖에 없으므로 피의자에게 불리하다. 게다가 사안은 매우 중대하다. 이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강요, 직권남용뿐 아니라 뇌물죄까지 포함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2조에 따르면 뇌물수수 가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데, 박 전 대통령은 삼성으로부터 총 433여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영장실질심사가 기소 전 박 대통령이 자신의 억울함을 소명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직접 법정에 나와 판사 앞에서 결백을 호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대통령은 줄곧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해왔다.
만일 심문에 응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주거가 명확해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구속 수사가 필요치 않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장 청구 기준 중 하나로 법원은 범죄 혐의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그간 검찰 수사에 응한다고 수차례 공언해놓고도 단 한번도 응하지 않았던 것도 불리하게 작용할 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검찰의 조사 요구를 묵살했고, 특검법이 발효된 이후에도 특검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
만약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다고 가정했을 때, 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강제로 끌려가는 '그림'을 박 전 대통령이 노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의 움직임은 그다지 긴박해 보이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밝힌지 약 4시간만인 이날 오후 3시 40분경 박 전 대통령의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홀로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느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유 변호사는 입을 꾹 다문채 자택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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