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시간 넘는 강도 높은 밤샘 조사를 마치고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등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온 시각은 22일 오전 6시 55분. 조사를 받으러 들어간 지 21시간 반만으로, 역대 대통령 검찰 조사 가운데 최장 시간이다.
조사 자체는 9시 35분부터 시작해 오후 11시 40분경 끝났음에도 귀가가 늦어진 것은 피의자 진술 조서 검토 시간이 오래 걸린 탓이다. 박 전 대통령의 꼼꼼한 성격 탓에 토씨 하나까지 꼼꼼하게 자신의 진술 내용을 점검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질신문을 담당한 한웅재-이원석 부장검사는 조사 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호칭을 '대통령님' 혹은 '대통령께서'로 불렀으나, 조서에는 '피의자'로 썼다.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송구하다"고 밝혔던 박 전 대통령은, 정작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식으로 일관했다.
22일 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핵심 쟁점인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모금 강요 혐의 관련 "기업 총수들에게 적극 지원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선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딸 정유라 씨의 독일 승마훈련 명목 등으로 298억여 원을 받은 사실을 알지 못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탁을 받고 정부 차원에서 경영권 승계를 도운 적도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농단을 철저히 최 씨의 개인 비리로 규정하며 선을 그은 셈이다.
검찰이 국정 농단의 핵심 물증인 안종범 전 청와대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이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제시하며, 최 씨가 이권을 챙기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지 않냐고 묻자, 그는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법과 규정의 테두리에서 업무를 처리하라고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지만, 검찰의 추궁을 회피하거나 진술을 거부하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는 후문이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밝혀진 일부 사실 관계는 인정했지만,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알지 못한다"는 등으로 혐의를 피해갔다고 한다.
검찰 조사 과정을 모두 마친 뒤, 박 전 대통령은 공식 입장 발표 없이 조용히 차량에 탑승했다.
대리인 손범규 변호사는 앞서 이날 새벽 취재진에게 "악의적 오보, 감정 섞인 기사, 선동적 과장 등이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추가 소환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구속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선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단은 영장 청구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이 최순실 씨와 박 전 대통령이 일종의 '경제 공동체'로 판단하고 있고 최 씨를 포함해 공범들이 대부분 구속된 이상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지 않는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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