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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게 한국이 매력적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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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게 한국이 매력적인 까닭은?

[정욱식 칼럼] 전시작전권 대해부(4) 미국은 왜 전작권 연기에 동의했을까?

미국은 왜 전작권 연기에 연거푸 동의해준 걸까? 필자가 많이 받는 질문이기에 잠깐 언급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한국의 전작권 전환 연기 요구가 미국에게는 미사일 방어체제(MD)와 무기 판매를 비롯해 한국을 다루기 쉬운 '호갱'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은 앞선 글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이외에도 두 가지 추가적인 이유를 추론해볼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이 한국군을 통제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전을 거치면서 이명박 정부는 '적극적 억제'를 천명했다. "북한의 도발 시 그 원점은 물론이고 지원 세력과 지휘세력을 응징하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MB는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위임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박근혜 정부도 MB의 적극적 억제를 계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핵 사용 징후 시 선제공격까지 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자 미국 고위 관료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았다. 작년 4월 초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을 때,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관료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진짜 위험은 한국의 과잉대응이다. 우리는 이 문제에 골몰하고 있다." 이 신문은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복은 "비례의 원칙"에 따라야 하고 "확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미국이 견지하고 있고, 또한 한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적극적 억제'나 북핵 사용 징후시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입장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정권과 상황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미국은 대체로 한반도에서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상태'를 선호한다.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여파로 지상전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이 와중에 한국군이 공세적이고 호전적이며 무모한 경향까지 보이면서 미국으로서는 북한을 억제하는 것 못지않게 한국을 억제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미국이 전작권 연기에 동의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또 하나는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 운용에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계산도 한 것 같다. 미국은 전작권 연기의 대가로 한미연합사와 2사단 일부 전력을 용산 및 동두천에 담겨둘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그만큼 확장되고 있는 평택기지에 여유 공간이 생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여유 공간을 미국은 사드 부지 및 순환 전력 배치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전략을 천명한 미국은 중동 등 타지역에서 임무를 마친 부대를 아시아로 이동시키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한국은 그 유력한 후보지가 될 것이다. SCM 공동성명에 "완벽한 전투능력을 갖춘 미군 전력의 한반도 순환 배치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고한 안보공약을 현시한다"며 명시된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더구나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대단히 매력적인 곳이다. 미국 본토나 다른 해외주둔 미군 기지에 비해 운영유지비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해 주한미군에게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직접지원으로는 1조원에 육박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해 기지주변 정비, 한국군 훈련장 사용, 카투사 및 경찰 지원 등이 있고, 간접지원으로는 토지 무상 공여, 세금 감면, 각종 공과금 감면, 사회간접자본 이용료 면제 등이 있다. 이러한 내역을 종합해보면, 주한미군에 대한 연간 지원액은 약 3조 원에 달한다. 순환 배치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국방비를 감축해야 할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합사와 동두천 기지를 잔류키로 함으로써, 미국은 기지 이전 및 건설 비용을 한국에 더더욱 전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해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작년 말에 이렇게 경고한 바 있다.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에 (연합사를 대체할) 한국사령부(KORCOM, Korea Command) 용도의 건물과 시설이 잘 지어지고 있다. 이 건물은 KORCOM의 규모와 컴퓨터 인트라에 맞춰 설계되었는데, 만약 전작권 전환이 지연되면 비용이 발생할 것이고, 미국은 한국이 이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번 SCM 합의에서는 연합사의 평택 이전을 전작권 전환 이후로 연기키로 했다. 한국 국방부의 주장처럼 그 시점을 2020년 중반으로 잡는다면, KORCOM 건설은 10년 가량 지연되고 공사 지연에 따른 막대한 비용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샤프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더구나 연합사와 동두천 기지 잔류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군 매체인 <성조>는 10월 26일자 기사에서 동두천에 있는 210화력여단 및 용산 연합사를 잔류키로 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는 한국 정부가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국방부가 연합사 및 동두천 기지 잔류는 미국이 요청한 것이라고 이전에 밝힌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그러자 국방부는 말을 바꿨다. "연합사의 용산 잔류나 210화력여단의 동두천 잔류는 어느 일방의 제안이 아니라 한미 국방 당국이 공동으로 판단하여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기지 잔류를 누가 먼저 요구했느냐'가 중요한 까닭은 관련 비용을 먼저 요구한 쪽이 부담해온 관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자 비용'이다. 국방부는 용산기지와 2사단 기지를 반환받아 이들 부지 매각 수익으로 한국 측이 부담키로 한 비용을 충당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용산기지 일부와 동두천 기지 이전을 연기함으로써 부지 매각도 상당히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됐다. 동두천 기지만 보더라도 3800억으로 평가되는 기지 매각 지연에 따른 이자 비용이 연간 84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김기수 국방부 미군기지 이전 사업단장은 10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210화력여단의 이전이 지연되는 동안 이자 비용은 우리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방부의 당초 주장이나 나중에 해명한 것과는 달리 동두천 기지 잔류를 한국 측에서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해준다.

결론적으로 이번 전작권 환수 무기한 연기로 한국은 기지와 관련해서만도 네 가지 추가적인 부담을 자초하게 될 전망이다. 평택 기지 완공 지연에 따른 비용과 연합사 및 동두천 기지 잔류에 따른 이자 비용은 물론이고, 용산 공원 및 동두천 기지 재개발 지연 내지 무산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것으로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연합사와 동두천 기지가 평택으로 갈 때, 그 비용도 우리가 부담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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