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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ㆍ제조사, '단말기 보조금 폭리' 토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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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통사ㆍ제조사, '단말기 보조금 폭리' 토해낼까?

시민 100여 명, SKT·KT·LGU+ 및 삼성·LG·팬택 상대로 소송

시민 100여 명이 참여연대와 함께 10일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보조금을 지급해 할인 판매하는 모양새를 취해온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상 기업은 이동통신3사(SKT·KT·LGU+)와 휴대폰 제조3사(삼성·LG·팬택)다.

이동통신3사와 휴대폰 제조3사가 보조금을 활용해 '고가의 단말기를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착시 현상을 일으켜 소비자를 속였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근거는 3월 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이다.

당시 공정위는 이 회사들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453억 3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 기업들이 휴대폰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후 보조금을 활용해 고가의 휴대폰을 싸게 파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봤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통신 대기업들은 출고가(통신사가 대리점에 넘길 때 가격) 부풀리기와 공급가(제조사가 통신사에 공급할 때 가격) 부풀리기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가격을 뻥튀기했다. 2008-2010년에 가격 부풀리기가 이뤄진 휴대폰 모델은 253개다. 출고가 부풀리기가 있었던 모델이 44개로, 공급가와 출고가의 차이는 평균 22만 5000원이었다. 공급가 부풀리기가 있었던 모델은 209개였으며, 모델당 지급된 제조사 장려금은 평균 23만 4000원(공급가의 40.3%)이었다.

한마디로 제조사는 공급가를, 이동통신사는 출고가를 뻥튀기한 후 그 차액을 제조사 장려금과 통신사 보조금으로 지급해 휴대폰 가격을 부풀리고 소비자를 속였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공정위가 공개한 한 휴대폰 제조사 담당자의 다음 진술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소비자는 실제 단말기 가격 결정 구조를 알지 못합니다. 즉 단말기 가격에 장려금이 반영돼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보조금을 준다고 하면 당연히 이동통신사업자가 통신 요금과 같은 자신의 수익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동통신사가 장려금을 반영해서 출고가를 결정하면 고가의 단말기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는 출고가가 높은 단말기일수록 '스펙'이 좋은 단말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보조금을 지급하면 소비자는 좋은 단말기를 싸게 살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매 의사가 생깁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런 영업 방식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번 공익 소송을 대리하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이동통신3사와 휴대폰 제조3사가 "소비자를 오인시킴으로써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고 가격과 품질 경쟁 촉진을 저해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공정위의 시정 명령과 과징금 부과 조치가 통신 대기업들의 불법행위를 제재한 것일 뿐, 많은 소비자가 입은 손해와 충격에 대한 배상 조치는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이 2008-2010년에 사실상의 담합을 통해 통신 대기업들이 취한 폭리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통신 대기업들이 여전히 독점 시장 구조에서 과도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453억 3000만 원의 과징금 부과는 불법 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어려운, 아주 미약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기된 이번 소송의 원고들은 이동통신3사와 휴대폰 제조3사에 1인당 30만 원을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들은 가격 부풀리기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통신 대기업들은 지난 8월 공정위 제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휴대전화 보조금 제재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및 본안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했다.

또한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들은 이동통신 요금이 비싼 이유에 대해 상대방 탓을 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측에서는 "단말기 공급 가격이 해외에 비해 40-50% 비싸다"(이석채 KT 회장)고 주장하는 반면, 제조사 측에서는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전쟁'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뉴시스

"제조사는 공급가, 이동통신사는 출고가 뻥튀기"

과도한 보조금으로 인한 단말기 가격 및 통신비 왜곡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동통신 단말기 보조금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6년이다. 그 후 업체들 간의 보조금 경쟁이 극심해졌다. 이 때문에 잦은 단말기 교체로 인한 중고 단말기 양산 등의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보조금 금지 여론이 높아졌다. 그 결과 2003년 4월, 보조금을 금지한다는 법 조항이 발효됐다. 금지 기간은 본래 3년이었으나, 지나친 보조금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2년 연장됐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 2008년 3월에 보조금 금지 조항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단말기 보조금 자체는 현재 합법이지만,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보조금과 관련해 과징금이 부과된 것도 올해가 처음이 아니며, 공정위만이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도 과징금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2010년 '단말기 보조금 지급에서 이용자를 차별했다'는 이유로 이동통신3사에 20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2011년에도 136억 7000만 원을 부과했다.

단말기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8월 말에서 9월 초에 논란이 된 갤럭시S3의 '고무줄 가격'도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출고가가 99만 원이 넘는 갤럭시S3의 판매가가 1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갤럭시S3를 초기에 제값 주고 산 소비자들을 '바보'로 만든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애플의 아이폰5 발표를 앞두고 삼성이 시장을 선점하고자 보조금을 과도하게 뿌린 결과라는 지적이 많았다(관련 기사 : 아이폰5 출시, 스마트폰 시장 뒤흔들까?).

9월 중순 방통위가 현장 조사에 돌입하면서 '보조금 전쟁'은 잠시 잦아들었지만,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부 휴대폰 매장에 보조금이 다시 넘쳐날 때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는 예약자 명단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단말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지면서, 소비자들은 값싼 요금제에 가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100만 원에 가까운 스마트폰 가격 부담을 덜고자 보조금이 많은 비싼 요금제를 택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말이다.

과도한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말기 가격에서 거품을 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1년 가계 통신비 자료에 따르면, 단말기 구매 비용은 2010년보다 49.3퍼센트 올랐다. 2011년은 LTE 서비스가 본격화하면서 '보조금 전쟁'이 더 치열해진 해다.

단말기 가격 부풀리기와 연동된 과도한 보조금은 통신비 인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방통위가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동통신3사는 휴대폰 '약정 보조금'(일정 기간 이상 사용할 것을 약속한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으로 1조 9683억 원을 사용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이동통신3사가 쓴 마케팅 비용의 3분의1에 해당한다. '약정 외 보조금'까지 감안하면 휴대폰 보조금 규모는 더 커진다(관련 기사 : 이동통신 3사 지난해 단말기 보조금 2조 원 육박).

휴대폰 보조금은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존 가입자는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이동통신사를 바꾸거나 신규 가입하는 사람들만 보조금을 받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오랫동안 바꾸지 않는 사람들이 휴대폰을 자주 바꾸는 사람을 보조하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동통신사 위주로 단말기가 유통되는 구조도 문제"

물론 단말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것이 보조금 때문만은 아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7월에 발표한 보고서('이동통신 시장 단말기 가격 형성 구조 연구')에서 스마트폰 단말기가 이동통신사 위주로 유통되는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과 일본에서 스마트폰 단말기 판매가가 매우 비싼데 두 나라의 공통점은 이동통신사가 단말기 판매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5월부터 소비자들이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휴대폰을 살 수 있는 단말기 자급제가 실시됐지만 아직 널리 확산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와 달리 미국에서는 45-50%, 서유럽에서는 40% 정도만 이동통신사의 직영 대리점과 판매점을 통해 단말기가 판매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한국은 이동통신사 위주로 단말기가 유통돼 판매 가격 경쟁이 활발하게 전개되지 않고, 유통망에서 경쟁이 제한됨에 따라 최종 소비자가 지급해야 하는 가격이 높게 유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기는 물론 가입한 이동통신사까지 같더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같은 기기도 해외보다 국내의 판매가가 더 비싼 현실도 이런 구조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이동통신사들이 "규제 대상인 이동통신 서비스와 규제 대상이 아닌 단말기를 결합 판매하는 방식에서는 통신요금의 명시적 변화 없이 비규제 대상인 단말기 가격만 조정해 실질적으로 가격을 변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동통신 요금은 방통위에 신고하거나 방통위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지만, 단말기 가격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뭉친 시민 100여 명이 보조금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더해 참여연대는 이동통신 요금 원가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관련 기사 : 참여연대, 이동통신요금 원가 판결 항소…"LTE도 공개").

현재 독과점 시장 구조 때문에 이동통신 요금 자체가 과다한 상황이며, 보조금만이 아니라 과다한 통신요금 자체를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두 소송이 통신 대기업들의 폭리를 줄이고, 이용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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