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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볼 수가 없지!"…'장애'가 장애가 아닌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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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볼 수가 없지!"…'장애'가 장애가 아닌 사회

[복지국가SOCIETY] "장애인 건강권, 종합대책 필요"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은 2008년 현재 228만 3580명으로 전체 인구의 4.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2003년의 3.02퍼센트에 비해 장애인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에는 장애의 원인이 선천적인 것이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의학의 발달로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외상에서 생명을 구할 기회가 많아지고 평균수명이 연장됨으로써 장애를 가진 채 생존하는 인구의 비율이 증가하는 데 따른 것이다. 장애인구 증가는 미국도 마찬가지인데 미국 인구의 20퍼센트 즉, 5400만 명이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장애인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건강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취약한 건강상태로 인해 만성질환이 조기에 발병할 수 있으며, 이차적인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현재 3개월 이상 계속되는 만성질환을 겪는 장애인의 75.9퍼센트가 장애상태와 관련이 있거나 장애 외의 다양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장애인의 복지 요구도 1순위는 의료보장(30.1%)이었다. 장애인의 의료보장이라 함은 장애와 관련된 재활치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건강관리 요구에 대한 적절한 건강증진 프로그램, 정신적 안녕 및 삶의 질 향상 등을 포괄하는 것인데, 현재 우리나라는 이런 의료체계가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을 시혜적 복지의 관점으로만 바라볼 뿐 적극적인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의 대상자로 보지 않았다. 그래서 장애인의 건강과 안녕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장애 관련 치료와 재활에 대한 재정적 지원 측면에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식은 4가지 측면에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첫째, 이와 같은 논의 방식은 기본적으로 모든 장애인은 본래 불건강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 둘째, 공중보건은 장애를 예방하는 데에만 중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셋째, '장애'나 '장애인'이라는 어의가 공중보건의 목적과는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넷째, 환경적 측면이 장애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장애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의 중요성을 일축하여 결국 장애인의 이차적 장애 발생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장애에 따른 이차적 장애는 1차 장애 발생 후 겪을 수 있는 의학적, 사회적, 감정적 측면의 문제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포괄한다. 장애인에서 건강 문제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장애인은 1차 장애로 인해 2차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따라서 장애인들은 의학적, 신체적, 사회적, 감정적 측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건강증진에 대한 요구도가 높다 하겠다.

다행히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미 개발되어 있는 다양한 건강증진 개입 활동은 장애인에게도 일부 수정을 거쳐 쉽게 적용 가능하다. 또한 장애인의 건강증진을 위한 새로운 개입 전략은 1차 장애에 따른 추가적인 손상을 막고 2차 장애의 위험을 낮추는 방향의 연구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일반인에서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한 칼슘과 미네랄의 섭취가 골절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는 장애인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이동성에 장애가 있는 여성 장애인의 경우 골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와 같이 골절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한 연구결과나 골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운동에 관한 정보는 매우 중요한 중재의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런 요구로 미국에서는 장애와 이차 질환(disability and secondary condition)이라는 영역이 미국의 국가적인 건강증진계획인 'healthy people 2010'에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는 향후 우리나라가 장애인 건강증진정책 방향을 설정할 때 참고할 만한 것이다. 미국의 장애인 건강증진계획의 목적은 "장애인의 건강을 증진하고, 장애로 인한 이차적인 질환이나 장애를 예방하며, 장애인의 의료이용의 불평등을 해소하여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자 한다."로 되어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미국의 healthy people 2010에서는 장애인 건강증진종합계획의 세부 목표를 "장애에 따른 이차적 장애는 1차 장애 발생 후 겪을 수 있는 의학적, 사회적, 감정적 측면의 문제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포괄"하여 설정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은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데서 불형평하다. 장애인은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다양한 상황에서 위험률이 높다. 현재 몇몇 연구들에 의하면,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낮은 건강검진율, 높은 비만율, 낮은 신체활동율, 높은 스트레스 정도, 55세 이상 여성의 낮은 유방암 조기검진율 등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 가지 환경적 장애물로 인해 아파도 의원에 쉽게 갈 수가 없고, 쉽게 운동할 수도 없으며, 이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회활동이 적을 수밖에 없고, 건강검진 통보서를 쉽게 인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건강검진 받기가 꺼려진다. 결국,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장애인들이 건강증진을 실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 시각장애인 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산책가'의 한 장면. 사랑하는 누나를 위해 헌신하는 주인공 소년의 모습에서 '장애'의 그늘을 찾기란 어렵다. 이 소년처럼 장애인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낼 수 있을 때, 세상은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될 게다. ⓒ프레시안

장애는 동정을 받거나 희망을 찾으라는 이유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는 법이고, 장애인은 그것을 장애라는 구체적 형태로 떠안았을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름도 모르는 장애인의 불행보다 자기 얼굴을 뒤덮는 여드름이 더 절실한 고통일 수도 있다. 그 누가 있어 감히 그의 불행이 더 사소하다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가끔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것도 잊고 산다. 그들이 악의 없는 칼로 내 장애를 후벼 파지 않는 한, 나도 보통 친구들처럼 시시콜콜한 문제로 고민하다가 가끔 '아, 나 안 보였지' 하고 무심코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흘려보내는 보통사람이다.

바람직한 장애인 건강증진정책은 장애인이 장애인임을 느낄 수 없도록 해서, 무심코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흘려보내면서 비장애인들과 같이 운동하고 행복을 느끼면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장애인 건강증진계획은 미국에 비해 10년 늦었지만,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 2020'에서는 장애인 분과가 포함되어 장애인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구체적인 장애인의 건강증진 목표를 수립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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