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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보?…과분한 말씀"

[복지국가SOCIETY] "헌법에 보장된 국민 건강권"

지난 2월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대한민국, 복지국가를 부탁해>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은 저자들을 소개하면서 필자를 진보적인 의료관리학자로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 자신이 국민의 건강문제와 관련하여 그렇게 진보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사람들은 필자를 진보로 분류하여 소개하곤 한다. 따라서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국민의 건강과 관련하여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 지를 살펴봄으로써 필자가 진보적인지, 진보적이라면 어느 정도 진보적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필자는 법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의료정책을 공부하는 사람이므로 대한민국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중 국민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제10조에서 제37조제1항까지에서 건강과 관련된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헌법 제2장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를 기본권이라 하는데, 기본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으로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 국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서 생존하기 위해서 당연히 누려야할 고유한 권리로 국가라 할지라도 그 기본적 내용을 침해하지 못하는 권리, 영구적인 권리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되어 있다. 헌법 제10조 제1문 전단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라고 하고 있어, 기본권 보장의 목적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존중과 보호, 즉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고, 제2문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하여,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이후 제11조에서 제37조제1항까지는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실현하기 위한 조항들을 규정하고 있다.

▲ <대한민국, 복지국가를 부탁해>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지음, 밈 펴냄).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필수적이며, 국민이 건강을 유지, 증진하고, 조기진단과 조기치료를 받으며, 악화방지를 위하여 적극적인 치료를 하고, 재활을 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 헌법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가 아니고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되어 있어, 이 조항에서 보건에 관한 국가적 보호가 국가의 보호 의무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개개인이 국가에 대하여 보건에 관한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건강권 또는 보건권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국제적 동향이나 건강권이 가지는 본질적 속성 등을 고려할 때 사회적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한 것으로 보는 것이 다수설이다.

건강권에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가 강조되는데, 첫째 각 개인은 국가에 대하여 건강이 침해되지 않도록 요구할 수 있다(자유권적 성격). 둘째, 국가에 적극적인 건강의 유지·증진, 질병의 예방·치료 및 회복조치, 건강보장의 충실 등의 시책을 요구할 수 있다(사회권적 성격). 건강권은 추상적 권리로서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국가에 의한 입법과 그 입법에 의한 구체적인 조치가 있어야만 개개인은 국가를 상대로 보건에 관한 국가적 배려를 구체적·현실적인 권리로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국가는 보건에 관한 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는 법으로 보건의료기본법, 의료법, 국민건강보험법, 지역보건법,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전염병예방법, 국민건강증진법, 모자보건법 등의 많은 보건의료와 관련된 법률들을 제정하여 실시하고 있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강권을 구체화하기 위한 일반법으로서의 성격을 가짐과 동시에 보건의료 관련 법률들의 기본법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보건의료기본법'에서는 제10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2항 "모든 국민은 성별·연령·종교·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건강권을 명시하고 있으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보건의료인의 책임', '환자 및 보건의료인의 권리' 등을 총칙에 규정하고 있다.

인간은 건강과 관련하여 스스로 원하는 방법과 범위 내에서 다루어질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상기한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자기결정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보건의료기본법에 '보건의료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조항을 두고 있다.

헌법 제17조에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불가침, 그리고 자신에 관한 정보를 통제를 할 수 있는 권리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고, 국민의 건강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서, 보건의료기본법, 의료법 등에 '보건의료와 관련한 비밀보장', '의료인의 비밀누설 금지' 조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21조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넓은 의미에서 언론·출판의 자유는 개인의 알 권리 등을 포괄하는 자유이다. 국민의 건강영역에서 개인의 알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보건의료기본법에 '보건의료에 관한 알 권리' 조항이 규정되어 있다.

헌법 제34조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여 사회적 기본권으로서 인간다운 생활권(생존권)을 보장하고, 인간다운 생활의 실현을 위하여 제2항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제3항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4항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제5항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제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35조에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의 환경권, 제36조에 건강권 등의 조항을 두고 있는데, 제36조에서는 제3항의 건강권 외에 제2항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하는 국가의 모성보호 조항을 신설하였다.

헌법 제37조 1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라고 하고 있다.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자유와 권리란 기본권 보장의 목적 조항이라 할 수 있는 제10조의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에서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면 모두가 경시되어서는 아니 될 자유와 권리라고 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생명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 등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헌법에는 생명권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는데, 생명권 보장은 인간의 경우에 자연적이고 당연한 것이므로 굳이 명문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으로,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고, 인간의 존엄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와 신체의 자유를 규정한 제12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에서 그 근거를 구할 수 있다. 신체를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 또한 우리나라 헌법에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생명권 보장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10조와 제12조 제1항의 통합적 해석에 의해 헌법상 보장된다고 보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을 기본권 보장의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헌법 제36조 제3항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보건의료기본법 제10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2항 "모든 국민은 성별·연령·종교·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건강권을 명시하고 있다.

일부의 국민이 아닌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고자 하는 노력은 헌법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률을 준수하는 것이지 굳이 진보적이라고 할 것이 없다. 그러므로 필자에게 국민의 건강과 관련하여 진보적 의료관리학자라는 명칭은 과분하고, 그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자 노력할 따름이었던 것이다. 모든 국민의 건강권 실현과 보편적 복지국가의 건설을 위하여 우리 모두 헌법과 이의 실현을 위한 법률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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