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2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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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 안의 진실을 묻고 있는 사회"
김민웅의 세상읽기 <97>
바위 고개가 아니라 더위 고개 언덕을 넘는 일이 간단치 않은 여름입니다만, 그래도 비가 때를 놓치지 않고 내려주어 땅도 그나마 한숨을 돌리는 것 같고 대기도 맑아졌습니다. 오후의 나른한 시간을 깨우는 여름 매미 소리도 우거지는 숲에 어울리는 이 계절의 특별한 매력
김민웅 프레시안 기획위원
작열하는 태양, 빈몸의 자유
김민웅의 세상읽기 <96>
아무리 여름이라 해도 날이 계속, 가파른 언덕을 달리지 않았는데도 숨이 차도록 덥기만 하다면 몸을 지니고 산다는 것이 곤혹스러운 노릇이 되고 말지도 모릅니다. 땀으로 눅눅해진 육신의 허물을 잠시 벗어 우람찬 나무 그늘 밑 서늘한 평상에다 임자 없는 옷처럼 한가하게
"장사익의 가락에는 춤추는 평화 있어"
김민웅의 세상읽기 <95>
도대체 이 시대의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는 어느 허공에서 툭 하고 솟구쳐 오른 번뜩이는 놀라움인가 하는 질문을, 예로부터 입어온 조선 백성의 흰옷이 그야말로 썩 잘 어울리는 그의 무대에서 분명코 던지게 됩니다. 게다가 그의 겸손하고도 꾸밈없는 말투는 그 육성을 듣
이런 주미대사 어디 없나요?
김민웅의 세상읽기 <94>
19세기 중반 즈음 프랑스의 정치학도 토크빌(Tocqueville)이 미국의 민주정치에 대한 긴 논설을 썼다면, 우리의 유길준은 19세기 말 <서유견문(西遊見聞)>을 남겼습니다. 격렬한 혁명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던 유럽의 토크빌이 미국의 새로운 민주정치의 현실에서 귀족질서와
벽초 홍명희로 인해...
김민웅의 세상읽기 <93>
때는 조선 명종(明宗) 치하인 1560년대 전후로, 황해도를 시발점으로 평안도에 이르기까지 매서운 기세로 휩쓴 경기도 양주 출신의 "임꺽정(林巨正)"이라는 한 장쾌한 사나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헐벗은 농민들과 한(恨)으로 가득 차있던 천민(賤民)들을 규합하여 양반세력의
여름밤 기차의 행선지
김민웅의 세상읽기 <92>
흑판의 글씨처럼 쉽게 지우기를 거듭하면서 새로 쓰는 서툰 문장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념(想念)으로 뒤척이다가, 그만 때를 넘기고 미처 잠들지 못한 여름밤은 여느 때보다도 고독해집니다. 순간, 오후 내내 몰인정하게 작열하던 태양을 껴안고 간신히 열기를 식힌 적막(
'자본 공화국의 욕망'을 넘어서
김민웅의 세상읽기 <91>
"'제네랄 모터스(GM)'의 이익은 곧 미국의 이익 그 자체다"라는 주장이 한때 미국 사회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때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풍요를 주도하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강조하는 이야기이면서, 또한 이는 미국의 대기업이 곧 미국의 정책을 결정짓는
인텔리겐차는 모두 어디로 갔나?
김민웅의 세상읽기 <90>
언젠가도 언급했듯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나오는 "대심문관 대목"은 신앙으로 포장된 중세의 조작된 신화에 갇혀 있는 사회의 비극을 환상적으로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지상에 내려온 그리스도를 도리어 귀찮게 여기고 배격하는 종교 지도자의 모
'슬픈 마다가스카르'
김민웅의 세상읽기 <89>
<마다가스카르(Madagascar)>. 디즈니 식 귀족주의 동화의 구조를 뒤집는 풍자 만화영화 <쉬렉>을 만든 드림워크(Dream Works)사의 최신작품입니다. "뉴욕 센트랄 파크" 동물원에 있던 사자와, 얼룩말, 하마, 기린 그리고 펭귄이 어느 날 도시에서 빠져나와 아프리카 초원으로
1950년대, 그리고 오늘은?
김민웅의 세상읽기 <88>
어느 새 30년에 이르는 지난 청년의 시간에 밤을 새며 열독(熱讀)했던 고은 선생의 <1950년대>가, 재출간되어 책방에 두꺼운 장정본으로 신간이 되어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내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습니다. <1950년대>라는 굵은 활자는, 그 시대가 이제는 하도 아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