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4일 0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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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다시 읽는 '어부사시사'의 즐거움
김민웅의 세상읽기 <87>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의 여름 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합니다. "궂은 비 멈추고 시냇물 맑아 온다낚싯대를 둘러매니 깊고 깊은 흥겨움 금할 길이 없구나안개가 자욱한 강은 누가 그려 냈는가연잎에 밥 싸두고 반찬일랑은 장만하지 마라대삿갓을 쓰고 있다, 도롱이를
김민웅 프레시안 기획위원
'장마전선', 그 뒤에는...
김민웅의 세상읽기 <86>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いま, 會いにゆきます)>라는 제목의 일본영화. 이야기의 겉모양은, 사별한 아내가 “비가 내리는 계절”, 장마가 일본열도를 뒤덮은 때 어느 숲 속에서 홀연 다시 살아 돌아와 6주간의 장마전선이 거두어지는 시간까지를 시한부로
자파티스타의 웃음, 하하하
김민웅의 세상읽기 <85>
1994년 멕시코 치아파스 지역에서 일어난 자파티스타 봉기는 미국이 멕시코에 강제화한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이었습니다. 멕시코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들고 일어난 이 사태는 다만 정치경제적 의미로 그친 것이 아니라, 멕시코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
쓸쓸한 광야인가?
김민웅의 세상읽기 <84>
육사(陸史)의 본명은 “원록”입니다. 그의 필명이 성을 포함하여 “이육사”가 된 까닭은 1925년 중국에서 항일 독립단체인 <의열단>의 일원으로 국내에 잠입, 활약하다가 체포되어 대구 형무소에 구금되었을 때 수감번호가 264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929년 출옥 후, 중
굳세어라 삼순아
김민웅의 세상읽기 <83>
얼굴은 고운데 이름은 삼순이라 맨날 놀림을 받고 있던 여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마침내 대학에 들어갔는데, 대학에서는 다들 성인이니 그리 놀리지는 않겠지 하고 기대를 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꿈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좌중은 폭소의 도
지하, 광장 그리고 방
김민웅의 세상읽기 <82>
시인 김지하의 본명은 김영일이라고 합니다. 그가 그의 필명을 지하라고 했을 때 그것은 땅 밑 지하(地下)의 뜻이었지만, 당시 언론인들이 그의 한자 이름을 풀의 이름 지와 강을 뜻하는 하를 뽑아 지하(芝河)라고 붙였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시인의 이름으로서는 그것이 도
간 큰 가족
김민웅의 세상읽기 <81>
영화 <굿바이 레닌(Goodbye, Lenin)>이 통일된 독일에서 동독 사회주의의 건재와 승리를 보고 싶어 하는 어머니를 위해, 현실을 조작해내는 아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그렸다면, 우리 영화 <간 큰 가족>은 통일된 한반도에 대한 환상을 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산가족의
벽 속의 요정, 그리고 역사의 유폐
김민웅의 세상읽기 <80>
누군가 오랜 세월을 벽에 갇혀버린 채 자신의 말과 자신의 얼굴, 그리고 자신의 몸짓을 잊도록 강요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사는 존재는 아마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여겨질지도 모를 것입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벽 속에서 걸어 나오게 된다면, 그것
비 내리는 날의 우체부
김민웅의 세상읽기 <79>
요사이처럼 전화와 이메일로 간단하게 교신하는 세상에서 다음과 같은 풍경을 보기란 어느 전설 속의 사라져가는 그림자를 밟는 것 같을지도 모릅니다. 동요를 지으셨던 윤석중 선생님의 동시입니다. 아니, 동시라기보다는 하나의 아련한 흑백사진을 보는 듯 합니다. 이런 내
WMD와 뉴 스피크(New Speak)
김민웅의 세상읽기 <78>
MD는 미사일 방어망, Missile Defense의 약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W가 앞에 붙어 WMD가 되면 Weapons of Mass Destruction, 즉 대량살상무기의 약자로 바뀌게 됩니다. 가공할 핵무기를 가장 많이 가진 나라인 미국이 자신이 적이라고 지목하고 있는 나라의 무기체제는 W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