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 포인트] 카리스마 탈출기

감독 권남기 출연 안재모, 윤은혜, 이정, 정준하, 현영, 박슬기 제작 케이라인미디어, 태창엔터테인먼트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100분 | 2005 <카리스마 탈출기>가 관객과 만나기까지 '비궁마마'의 적지 않은 노고가 작용했다. <카리스마 탈출기>는 2005년 9월 촬영을 끝냈지만 배급사를 찾지 못해 개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드라마 <궁>의 높은 인기와 더불어 '비궁마마'로 분하고 있는 윤은혜의 인기가 치솟자 <카리스마 탈출기>는 <궁> 마지막 방송 날짜에 곧바로 이어 개봉 일을 잡았다. <카리스마 탈출기>는 가수 윤은혜의 연기 데뷔작이다. 평온하던 성지고등학교에 일대 파란이 인다. 싸움 상대에게 커터 칼로 딱! 7cm의 상처를 남긴다는 전설의 주먹짱 정한수가 전학을 온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조용히 '학습'에만 몰두하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주먹질에선 더 이상 '학습'이 필요 없는 학교 짱 백성기(이정)도 공포에 떨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작 모습을 드러낸 정한수(안재모)는 소문과 달리 어리숙하기로 '짱'이다. 주먹짱 정한수와는 동명이인일 뿐 자신은 평범한 학생에 불과하다는 게 전학생 정한수의 주장. 하지만 학교 짱을 고수하려는 백성기와 공부도 싸움도 일등인 여학생 짱 한민주(윤은혜)가 도전장을 내고 싸움을 걸어온다. 거기에 15년 전 강북을 평정했다는 짱 출신 선생님 고민식(정준하)까지 가세한다. 정한수의 인기는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수학여행지에선 심지어 실제 정한수까지 등장, 싸움을 하자고 덤벼댄다.

카리스마 탈출기 ⓒ프레시안무비

<카리스마 탈출기>는 주먹짱과 동명이인인 평범한 고교생이 '주먹짱의 카리스마'에서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임기응변'의 고군분투를 코믹하게 버무려낸 영화다. 안재모가 분한 정한수는 싸움을 피하기 위해 백성기에게 만원짜리 한 장을 고이 접어 바치고, 한민주에게 거짓 사랑을 고백해 상황을 모면한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소문이 만들어낸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정한수의 우스꽝스런 고군분투 속으로 왕따 문제가 슬며시 끼어들고, 선생님들 간의 로맨스가 양념을 친다. <카리스마 탈출기>는 그러나 관객에 대해 한참 '오해'하고 있는 영화다. 얽히고설킨 상황이 만들어내는 코미디는 거의 없고, 관객의 웃음을 끌어내기 위해 욕설과 저질스런 성적 농담만 일삼는다. 캐릭터와 스토리도 일관성이 없다. '착한 학생' 운운하던 정한수는 후반에 '진정한 싸움꾼'으로 돌변하고, 거칠기 짝이 없던 한민주는 사랑에 눈물짓는 참한 여학생이 된다. 왕따 문제와 로맨스를 뒤섞은 스토리는 오히려 영화의 일관성을 흐트러뜨리고 만다. 천명훈, 현영, 박슬기, 정준하, 윤택 등 웃긴다는 연예인은 모조리 끌어다 놓았지만 기존에 그들이 갖고 있던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할 뿐이다. <카리스마 탈출기>는 관객이 진정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이 언제인지 알기 위해 한참 더 공부해야 할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