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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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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구이

[한윤수의 '오랑캐꽃']<36> 어떤 변호사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많다. 작년 초만 해도 법적인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아는 변호사를 찾아서 서울까지 달려가곤 했다. 그러나 발안에서 서울까지 거리가 장난이 아니라 오가는 데 거의 한나절이 걸렸다. 또한 도움을 주는 서울의 변호사들도 사건 관할 법원이 있는 수원까지 내려오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게 헤매고 있을 때 나를 구해준 분이 법무법인 두우의 Y변호사다.
"수원지원 바로 앞에 법무법인 '다산'이 있어요. 거기 좋은 분들이 많이 있으니 한번 방문해 보세요. 제가 미리 연락해 놓을 테니까요."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수원법원 바로 앞에 귀인들이 있었구나!
다산으로 찾아가니 아주 젊은 변호사가 나를 맞았다.
"한 목사님이시죠? 저 S 00 입니다."
언뜻 보기에 30대로 보이는데 실례가 될까봐 나이는 물어보지 못했다. 얼굴이고 말씨고 하여간 신선하다. 변호사 냄새가 안 나고 평범한 샐러리맨 같다.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사실 외국인 노동자들의 형편이 어렵지만, 최소 비용은 내야겠지요?"
"최소 비용이라니요?"
"교통비라든지, 인지대라든지, 법무사를 고용할 경우의 최소비용 같은 거 말이지요."
"그런 거 필요 없습니다. 그냥 해드릴 게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렇게 시원시원한 변호사 처음 본다!

마침 점심때가 되었다. S변호사가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같이 식사하시죠. 저희 사무실에서 대놓고 먹는 식당이 있는데."
"좋습니다."
식당은 법원 근처의 직장인들로 붐볐다. 그가 물었다.
"뭘 드시겠어요?"
메뉴판이 꽤 수수하다. 너무 비싼 것도 안 좋지만 너무 싼 것을 시켜도 실례가 될 것 같아 우리 직원과 나는 각각 8천 원짜리 고등어구이를 시켰다. 그래도 변호사들이 먹는 수준이란 게 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단돈 5천 원짜리 김치찌개를 시키는 게 아닌가. 가슴이 뜨끔했다. 아니, 이건 변호사가 노동자센터 밥을 먹고, 노동자센터 목사가 변호사 밥을 먹는 거잖아!
거기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김치찌개의 3분지 2를 우리에게 덜어준 것이었다.
"저는 양이 적어서요."하면서.
다 덜어주고 그는 1700원짜리 점심을 먹는 셈이었다. 태평스런 얼굴로!
내 생전에 고등어구이를 시켜놓고 그렇게 후회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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