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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밥값 300원…'아줌마들 팔아 평생 거지같이 살라' 막말까지"

[대학 청소노동자 잔혹사·上] 휴게시간 아닌 '휴게시간'

"식대가 9000원이라고 하면 다들 하루에 9000원이냐고 물어요. 한 달에 9000원, 하루에 300원이에요. 요즘은 300원으로 껌도 못 사는데…. 그런데 소장이 뭐라는지 아세요? '야, 점심값 줬는데 왜 나가냐?' 식비를 줬으니 쌀 사서 밥 차려먹고 쉬는 시간에도 밖에 나가지 말라는 거예요."

홍익대학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뿔났다.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임금과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불안한 고용상황이 분노에 불을 댕겼다. 그동안 노동자들은 휴게시간에도, 식사시간에도 마음대로 쉬거나 학교 밖으로 외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밥값 300원'을 받는 노동자들이 택한 해법은 노동조합 결성. 그게 지난 2일이다. 청소노동자 홍진숙(가명) 씨는 "예전에는 용역업체의 현장소장(파견 관리자)이 밖에 못 나가게 해서 아파도 병원도 못 다녀왔다"며 "이제는 아파도 휴가 얘기를 꺼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 지난 21일 민주노총 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가 홍익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노동자 간담회'를 여는 모습. ⓒ프레시안(김윤나영)
"하루 11시간 붙잡아 놓고 7시간 일한 걸로 치자고?"

노동자들이 특히 개선하길 바라는 대목은 임금과 일하는 시간이다. 노조는 "최저임금이 올라도 회사가 휴게시간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무급노동을 강요하기 때문에 청소노동자 임금은 제자리"라고 밝혔다.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등교하기 전인 오전 8시부터 수업이 끝나는 오후 6시까지 총 11시간. 하지만 이 가운데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시간은 하루에 7시간이다. 나머지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책정돼서 임금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식사 시간을 뺀 10시간 동안 이들이 받는 임금은 한 달에 75만 원에 불과하다.

'휴게시간'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노동자가 사측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시간이다. 반면에 업무 지시를 기다리는 시간인 '대기시간'은 '일한 것'으로 간주되는 시간이다.

장성기 공공노동조합 서울경인지부 부지부장은 "노동자들은 휴게시간에도 외출을 할 수 없고 쓰레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불려나가 일을 해야 한다"며 "회사가 지정한 휴게시간은 그저 말뿐이다. 실제로는 노동법상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대기시간'이 맞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은 주중에는 7시간씩 35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치기 때문에 토요일에는 주 40시간 중 나머지 5시간을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데 대해 초과수당을 주거나, 다른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도록 일이 없으면 일찍 보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학교에 아무도 안 와서 쓰레기도 없는데 토요일에는 왜 두 시까지 잡아두는지 몰라. 주말에 학교에 행사가 있으면 또 모를까, 아침에 일하고 나면 토요일에는 할 일이 없거든요. 주 5일제 근무라는데 그렇다고 해서 추가 수당을 주는 것도 아니에요." (차향란 조합원, 가명)

"한 시간만 빨리 끝내도 좋은데 학교는 '휴게시간'으로 우리들을 집에 못 가게 붙잡고 있는 거예요. 저는 직업이 두 개인데 6시에 끝나면 다른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이 부족해요. 다른 대학들처럼 4시에 끝내서 남은 시간에 아르바이트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둘 다 대학생이다 보니 돈을 많이 벌어야 해서요." (최정임 조합원, 가명)

하지만 이러한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용역업체와 학교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용역업체 소장의 권한이 적다는 점에는 노동자들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용역비, 근로시간 등 모든 근로조건을 사실상 학교가 정하므로 소장은 함부로 업무시간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학교를 교섭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교직원, "아줌마 팔아서 평생 거지같이 살아라" 막말

연말이 다가오면서 청소노동자들의 걱정은 더욱 늘어났다. 학교 측은 기존 용역업체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새로운 용역업체는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기존 노동자들을 '합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게 된다.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학교 측이 벌써부터 정년을 줄여 일부를 해고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학교 측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고용승계 문제 등으로 학교 측과 두 차례의 면담을 진행했으나 교직원들은 시종일관 고압적이거나 욕설을 하는 등 불손한 태도로 면담에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내에 붙은 자보, 현수막 등 모든 게시물을 철거하면서 정당한 노조 활동에 방해 공작을 펼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학교 측의 고압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학교 교직원이 면담 자리에서 노조 상근자한테 '아줌마들 팔아서 평생 거지같이 살아라'라고 말하더라고요. 충격이었죠. 홍대가 그래도 전국에서 손에 꼽히는 학교인데 그렇게 막말을 하니 교직원 인격이 우리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에 담지 못할 욕설도 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유안나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차장은 "총무처와 면담할 때 유난히 욕을 심하게 하는 교직원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학교에서 10년 동안 교직원 노조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이었다"며 "같은 노동자인데 노조위원장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소노동자들을 응원하는 학생들에게도 징계 위협이 가해진 상태다. 한 학생은 "학생처에 불려가 면담을 하면서 징계 위협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학교가 집에 전화까지 걸어 징계를 내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학생처는 학내 청소노동자 연대 단체인 문과대 학술소모임 '다락방'의 동아리방을 철거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한다.

갖은 방해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꿋꿋한 모습이다. 최정임 조합원은 "학교는 우리더러 일하기 싫으면 그만 두라고 위협해 왔다"면서 "이제는 사람 대우를 받고 싶다"며 노동조합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다졌다. 노조마저 없었다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을 창구가 없으리라는 것이다.

유안나 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 조직차장도 "노조를 만들면 적어도 더 이상 부당한 대우는 당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노예처럼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지만, 이제 할 말은 하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 임금 꼴찌에서 여덟 번째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이 홍익대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08년에 내놓은 고용구조조사에 따르면 청소노동자는 40만6633명으로 임금노동자 중에 네 번째로 많은 인원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인 79만6000원은 전체 426개 직업 임금 중에서 꼴찌에서 여덟 번째다.

청소 노동은 주로 '고령의 여성'이 맡는다. 전체 청소노동자 중에 60세 이상은 4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50세도 39.2%로 전체의 80.2%는 50세 이상이다. 남성은 18.4%, 여성은 81.6%로 여성이 절대적으로 많다.

일주일당 근로시간은 남성이 62.5시간, 여성이 52.7시간으로 법정 기준인 주 40시간을 훨씬 뛰어넘는다.

전체 청소노동자 중에 정규직은 28.8%이고, 임시직이 49.6%, 일용직이 21.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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