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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은 불법?…"법적 근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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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은 불법?…"법적 근거 없다"

"원청이 교섭에 나서야 할 의무 있다"

"현대차 사내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은 불법"이라는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의 주장을 반박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대자동차 측이 비정규직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절한 데 대해 "원청이 교섭에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29일 현대차가 "대화 전에 점거부터 풀라"며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절하면서 파업 사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잠잠했던 정부와 경찰 등이 기존 파업에서 보여준 고압적인 태도를 답습하고 나오면서 사태는 악화될 조짐도 보인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29일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농성 해제를 요구했고, 다음날 경찰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간부 7명에 대해 영장을 신청했다. 30일에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32명이 울산 2공장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 왼쪽부터 진보신당 김정진 부대표, 박수근 한양대 교수, 임동수 민주노총 정책실장,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국민참여당 김영대 최고위원. ⓒ프레시안(김윤나영)
경찰이 강경진압으로 돌아선 데는 현대차 파업을 '불법'이라고 규정한 정부의 역할이 한 몫했다. 정부와 사측이 현대차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원청업체인 현대차와 사내하청 노동자 사이를 '직접 고용관계'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규직 전환 요구'가 파업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박수근 한양대학교 교수는 3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열린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의 올바른 해법과 사회적 실천 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에 참여해 이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과 야5당이 현대차 사내하청 투쟁의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

"직접 고용관계 없이 현대차와 단체교섭 할 수 있다"

현대차가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박수근 교수는 "원청인 현대자동차도 쟁의행위 및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그는 "노동조합법의 목적은 쟁의 행위를 돕는 데 있다"며 "쟁의를 하기 위해 반드시 직접 고용관계를 전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원청이 아니라 하청만을 교섭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만약 노조법이 원청과 교섭을 못하게 해서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쟁의할 데가 없다면 노조법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현대차 파업의 발단을 살펴야 한다. 앞서 사내하청노조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현대차에 '정규직 전환'을 골자로 하는 임금단체협상을 요구해 왔다. 정규직 전환을 할 수 있는 주체는 하청업체가 아니라 원청인 현대차다. 만약 현대차가 교섭 대상이 아니라면 노동자들에게는 쟁의할 대상이 사라지고 만다. 노조법에는 원청이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이다.

"정규직 전환 요구도 파업의 목적"

현대차 파업을 둘러싼 또 한 가지 쟁점은 "정규직 전환 요구가 쟁의 요건에 해당가는가" 여부다. 앞서 검찰은 "정규직 전환 요구는 파업의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엄청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근로기준법상 쟁의 이유가 되려면 임금, 해고 등 근로조건에 대한 사안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쟁의의 이유에는 근로조건 말고도 근로자의 사회·경제적 대우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요즘은 한미FTA 반대 투쟁도 쟁의의 이유에 들어가려는 판"이라며 "하물며 정규직 전환 요구는 당연히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있다"고 일축했다.

설사 근로조건만을 쟁의의 이유로 본다고 하더라도, 정규직 전환 요구가 충분히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민변의 권영국 변호사는 28일 '대기업의 사내하청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요구 안에는 고용안정성, 임금 등 근로조건과 관련한 내용이 함축됐다는 것이다.


ⓒ프레시안(김봉규)
"파업은 사측에 의해 기획된 것, 혹은 함정"

박 교수는 "현대차 파업은 이론적으로는 합법"이라며 "현대차가 단체교섭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교섭의무를 불이행해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파업할 수는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이혜선 민주노동당 노동위원장은 "함정인 줄 알면서도 빠져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점거는 사측이 갑자기 폭력을 단행하면서 빚어진 우발적인 사태라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15일 새벽에 위장폐업된 회사에 교대반이 출근했는데 공장이 비어있었다"며 "노동자들이 어리둥절한 사이에 갑자기 불이 꺼지고 물과 소방액이 뿌려지고, 철제 프레임이 노동자들에게 날아왔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관리자들이 옷을 벗기고 잠바를 뒤집어씌우면서 노동자들을 모욕적으로 폭행했고 미리 짜기라도 한듯 경찰이 이들을 끌고 갔다"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그는 "지금까지 저항 한번 못해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동료가 말도 안 되게 두들겨 맞는 것을 보면서 자연발생적으로 분노하면서 파업에 들어갔다"며 "경찰차가 미리 준비된 것으로 보아 파업은 기획된 것, 혹은 함정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교섭에 나서지 못하는 진짜 이유

이날 토론에 참석한 야당 의원은 한결같이 현대차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대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은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직접 고용 판결을 내렸음에도 사측은 교섭을 거부한다"며 그 이유로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현대자동차 하나쯤은 노사 간에 정규직화 요구를 들어줄 수도 있지만, 전체 자본에 사내하청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므로 현대차가 대표로 불법파견 문제를 안고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노동자들의 쟁의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비정규직 차별 금지 조항(동일임금 동일노동)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정당에서 정교하고 명료하게 해석될 수 있는 입법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며 "야5당이 의견 모을 만한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은 야5당과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민주노총 임동수 정책실장은 "오늘부터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에 들어가면서 사태 해결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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