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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미 FTA 위해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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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미 FTA 위해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할 듯

김종훈 "美, 우리 안전, 환경기준 시장진입 장벽으로 여겨"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에서 자동차 부문에 대한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의 지난 발언을 종합하면 한국이 경제강대국들과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함에 따라 '패리티(parity, 동등한 대우)'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다.

김 본부장은 다만 쇠고기 문제는 협의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이번 추가협상이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위해 이뤄졌음을 입증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협상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김종훈 "한미,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 논의 중"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정부 합동브리핑센터에서 한미 FTA 추가협상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본부장은 8일 오전 11시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미국측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상을 가진 후 저녁 7시에 브리핑을 갖고, 이날 미국측과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미 양측은 지난 6월 주요 20개국(G20) 토론토 정상회의 시 한-미 FTA 추가협상을 갖기로 한 후, 지난주 목요일(4일)부터 실무협의를 진행해 왔다. 양측은 오는 11일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추가협상을 최종 마무리한다는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미국 측은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자동차의 안전기준, 연비·온실가스와 같은 환경기준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며 "우리 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점유율이 1%도 채 안되는 상황에서 이런 기준들이 시장진입의 장벽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이번 재협상의 주요 타깃으로 한국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을 설정했음을 공식 확인한 것이며, 나아가 양측이 어느 정도 관련 논의를 마무리 지었음을 시사케 하는 대목이다. 그간 미국은 △미국 측 안전 및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통과한 자동차의 한국 시장 판매를 허용하거나 △한국산 수출 픽업트럭의 관세를 유지 또는 관세 철폐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양국 대통령은 이번 추가협상이 한국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에 있음을 확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8일) <뉴욕타임스>에 기고를 내 "우리(오바마와 이명박 대통령)는 미국 자동차업체와 노동자를 대신해 현안을 해소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선 지난 6일 G20 회원국 언론사 모임인 프레스 20 클럽(Press 20 Club)과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에 자동차 수출을 많이 하는데 미국은 적다"며 "자동차 문제는 양보라는 표현은 맞지 않고, (3년간 변화된) 세계 기준에 맞춰 조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이 미국에 추가양보를 위한 것 아니냐는 국내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패리티' 주장은 궤변… 협상과정 공개해야"

추가협상 이유로 김 본부장은 '패리티' 원칙을 들었다.

그는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FTA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한-미 FTA 협정을 맺고 3년이 지나다보니, 한-유럽연합(EU) FTA 타결로 인해 미국에 패리티를 적용해야 할 부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패리티는 FTA 체결시 최소한 제3국과 맺은 협정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EU의 FTA 주요 전략이다. 예컨대 한국이 미국과 FTA 체결 후 EU와 FTA를 체결할 때, 한국은 최소한 미국에 대한 개방폭만큼 EU에도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얘기다. EU는 한국과 FTA 체결 당시 "한-미 FTA에서 미국이 얻은 수준 이상의 개방을 하라"는 이른바 '코러스 패리티(KORUS parity)'를 요구한 바 있다.

나아가 김 본부장은 "쇠고기와 관련해 미국이 많은 관심을 표명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까지 쇠고기 문제에 관해서는 논의가 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자동차 시장으로 막는 이른바 '빅딜'을 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김 본부장은 "국내 시장에서 미국 쇠고기 판매가 늘어나는 것을 미국도 알고 있다"며 "쇠고기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이고 중요한 사안인 만큼 매우 신중히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 대한 일방적 양보를 감추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패리티 원칙은 EU의 협상전략에 불과하며 국제 무역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원칙이 아니다"라며 "패리티를 구실로 EU에 해준 것만큼 미국에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나아가 "한-미 FTA, 한-EU FTA 모두 구속력이 없는 가서명 상태의 문서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들어줄 필요도 없는 미국의 요구를 듣는 자리를 갖고 패리티를 변명으로 내거는 건 유치하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한-미 FTA에 대한 불신이 커짐에 따라, 야권은 이번 추가협상 과정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모양새 좋은 한미간 정상회담을 위해 (FTA) 밀실협상으로 국익을 저버린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부가 'G20 정상회의 이전'이라는 시한까지 못박아놓고 협의를 시작한 것은 처음부터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협상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한-미 FTA는 밀실협상이나 말장난으로 마무리지을 수 없는 국익 차원의 문제"라고 밝혔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미국에 다 퍼주는 망국적 굴욕 통상은 절대 안된다"고 했다. 민노당은 이날부터 3박 4일간 일정으로 밀실협상 반대를 위한 철야농성에 돌입했으며 이 기간 종로 보신각에서 매일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김 본부장은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이고, 상황이 유동적"이라며 "협의 내용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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