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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불법 정착민, 서안지구서 유럽 외교관·美기자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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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불법 정착민, 서안지구서 유럽 외교관·美기자 폭행

올리브 수확철 맞아 폭력 극심…美·유럽 처벌 촉구에도 네타냐후 "의혹" 뭉개기

올리브 수확철을 맞아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 불법 정착민 폭력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들 불법 정착민들이 유럽 외교관들과 미국 언론사 기자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당국의 미온적 대처 아래 정착민 폭력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17일(현지시간) 막심 프레보 벨기에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점령된 서안 타이베에서 복면을 쓴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인, 벨기에 총영사, 프랑스·폴란드 외교관, 가톨릭 대표들을 공격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해당 공격에 "프랑스 시장이 폭행당했고 벨기에 차량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 하나인 프랑스 북부 올누아에므리시(市) 시장 베르나르 보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자체 간 자매결연을 위해 타이베에 방문해 올리브 수확에 참여하던 중 정착민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두 시장은 "차량 세 대가 오더니 쇠막대로 무장하고 복면을 쓴 여러 명이 극도로 공격적인 태도로 우리에게 다가왔다"며 자신은 프랑스의 상징인 삼색띠를 두르고 있었음에도 "쇠막대로 맞고, 발로 차이고, 바닥에 내던져졌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활동가 아미트 오르팔리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프랑스 국기색의 삼색띠를 두른 한 남성이 탈진한 듯 차량에 기대 주저앉아 있다.

보두 시장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착민들이 이렇게 행동한다면 이스라엘 정부 쪽에서 이를 묵인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주요 생계수단인 올리브 수확을 막으려는 이스라엘 불법 정착민들의 폭력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 15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서안 올리브 수확기가 이날 공식적으로 시작됐지만 관련 정착민 폭력이 이미 200건 가까이 발생해 지난해 수확기 전체 사건 수(185건)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관련 폭력으로 팔레스타인인 1명이 숨지고 120명 이상이 다쳤고, 2500그루가 넘는 올리브 나무 및 묘목이 훼손됐다.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정착민 폭력 탓에 수확을 앞당겨 시작한 가운데 기록된 폭력의 80%가 최근 2주간 발생했다.

이러한 폭력이 도를 넘으며 서방 언론인 및 외교관들까지 표적이 됐다. 지난 16일엔 서안 라말라 북동쪽 아부 팔라 마을 주민들의 올리브 수확을 취재하던 미국 주요 언론 <워싱턴포스트>의 하이디 레빈 기자가 수확 현장을 습격한 80명 가량의 무장한 불법 정착민들에게 공격 당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가스통을 소지한 불법 정착민들은 당시 올리브 나무를 불태우고 팔레스타인인들에 돌을 던졌다. 사진기자인 레빈은 정착민들이 "나를 계속해서 차고 또 찼다"며 "다행히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 중이었고 그렇지 않았다면 난 지금 여기 없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레빈이 앞뒤로 "언론인(PRESS)"임이 명확히 표시된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발로 바닥에 쓰러져 발로 차이는 등의 폭행을 당했고 카메라와 휴대폰을 빼앗겼다고 밝혔다. 레빈은 전신 열상, 갈비뼈 1개 및 척추뼈 4개 골절, 뼈가 드러날 정도로 손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군이 도착한 뒤에도 폭력은 계속됐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를 보면 폭행 장면을 촬영한 블로거 안드레이 크르자노프스키는 군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겐 최루탄을 쐈지만 "정착민들에 대해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유럽·미국 당국의 규탄이 잇따랐다. 프레보 장관은 "팔레스타인인들은 매일 이러한 폭력에 직면하고 있고 정착민들은 이를 보도하는 언론인과 외교관까지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점령국인 이스라엘 당국에 팔레스타인인, 언론인, 외교관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벨기에는 이 폭력 가해자들과 지지자들에 대한 유럽연합(EU) 제재를 계속해서 촉구할 것"이고 "이러한 폭력은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 정책과 분리될 수 없다"며 "정착촌 확장 및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 시도"를 비판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 당국은 이러한 만행을 저지를 자들을 즉시 체포해 법의 심한을 받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폴란드 외교부도 자국 외교관 등 공격에 "깊은 분노"를 표명하고 이스라엘 당국에 설명 및 책임자 규명, 처벌을 요구했다.

친이스라엘 인사인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 대사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레빈에 대한 공격을 "비열한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가담한 모든 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 체포,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 최대한의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열흘 뒤 총선을 앞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대한 혐의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며 유럽 각국 정부가 확인한 외교관 폭행 사건을 "의혹"으로 격하했다. 총리실은 공개된 이미지들만으로는 "사건의 전체적 경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할 수 없다"며 수사가 "진행 중"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 것을 촉구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 폭도들이 타이베에서 저지른 심각한 폭력 행위를 강하게 규탄한다"면서도 외교관들의 방문 일정이 "사전에 이스라엘군과 협의되지 않은 건 유감스럽다"며 "협의가 있었다면 방문자들의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가디언>은 한 서방 외교 소식통이 외교관들에게 방문 예정지 사전 통보를 요구하는 건 외교 관례와 국제법을 모두 위반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17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 타이베 지역에서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띠를 두른 남성이 차에 기대 앉아 있다. 이날 서안에서 프랑스 북부 올누아에므리 시장 베르나르 보두를 포함한 유럽 외교관들이 이스라엘 불법 정착민들의 공격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 아부 팔라 마을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올리브 수확을 취재하던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사진기자 하이디 레빈이 이스라엘 불법 정착민 공격을 받아 부상을 입고 라말라의 한 병원 응급실에 누워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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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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