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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싸워 복직한 대항항공 성희롱 피해자, 일터에서 다시 피해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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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싸워 복직한 대항항공 성희롱 피해자, 일터에서 다시 피해자가 됐다

[신당역 살인사건 4주기 연속기고] ⑦ 성희롱 피해자 복직 뒤 2차 피해와 ILO 190호 협약

서울교통공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입사 동기였던 남성 직원에 의해 숨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4주기가 되어간다. 비극의 반복을 막고, 젠더폭력과 괴롭힘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담아 공공운수노조가 보내온 글을 싣는다.

대한항공 피해 여성노동자는 2008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상사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 2017년 피해와 관련해서는 7년에 걸친 소송전 끝에 회사의 상고가 기각되며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이 판결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가해자를 사직 처리한 것은 징계로 볼 수 없다'는 역사적인 판례를 남겼다. 5년 간의 산재 휴업을 거쳐 지난 4월 대한항공으로 복직했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2차 피해로 회사에 문제를 제기해야 했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아 지난 6월에는 노동청에 진정까지 접수했다.

피해 노동자가 겪은 2차 피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업무 배치'다. 피해자는 복직 면접에서 '성희롱·괴롭힘 전담 업무'로의 배치를 공식 요청했다. 자신과 같은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고 싶다는 것이 피해자의 강력한 의사였다. 하지만 회사는 관련 부서가 없다며 다른 계열사의 '기내 불법행위 현장 지원' 업무를 제안했다. 어쩔 수 없이 피해자는 인사전략실과의 협의를 거쳐 제안 받은 업무로 배치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복귀 후 피해자에게 주어진 업무는 약속된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공항 출입증 관리'였고, 피해자와는 어떤 협의도 없었다.

두 번째는 '공개석상에서의 낙인찍기'다. 복직을 위한 사전 면접과 복직 당일 면담에서 부서장이 피해자의 과거 성폭력 피해와 소송 이력을 반복적으로 거론했다, 또 부서장은 피해자를 '갈등 비용이 드는 사람', '조직에 대한 불신이 있는 사람', '회사와 반대편에 있어 경계할 수밖에 없는 사람' 등으로 표현했고, 부서 적응을 위한 '검증' 기간을 언급하며 맞지 않으면 퇴출할 수 있다는 취지의 위협성 발언까지 했다. 이런 발언들은 팀원들이 동석한 면담 자리에서 이루어져, 피해자를 조직 내에서 고립·배제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피해자는 업무 단톡방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세 번째로 피해자가 2차 가해를 인사팀에 공식 신고하자, 회사는 신고 내용과 무관한 부서 회의 참석자 40명 전원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정작 문제가 된 복직 면접·면담 발언은 조사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됐고, 회사는 '부서장이 중립적 표현을 사용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과정에서 신고 사실 자체가 부서 전체에 알려지면서, 신고자가 누구인지도 자연스럽게 특정되는 결과를 낳았다. 아울러 문제 제기 이후에도 가해자 중 한 명은 피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계속 업무 지시를 하는 등 조사 기간 중 보호조치도 미흡했다.

ILO 190호 협약과 그에 따른 206호 권고 제7항은 사업장 정책에 포함되어야 할 세부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며 젠더반응적 폭력·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 '포괄적·통합적' 접근을 강조한다.

① 폭력과 괴롭힘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할 것.

② 필요한 경우 측정 가능한 목표를 포함한 폭력·괴롭힘 예방 프로그램을 수립할 것.

③ 근로자와 사용자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할 것.

④ 고충 처리 및 조사 절차에 관한 정보를 포함할 것.

⑤ 폭력·괴롭힘과 관련된 모든 내부·외부 소통이 적절히 고려되고 조치되도록 할 것.

⑥ 협약 제10조 (c)에서 언급된 개인정보 보호 및 비밀유지 권리를 명시하되, 근로자가 모든 위험 요인을 알 권리도 함께 고려할 것.

⑦ 신고자, 피해자, 증인 및 내부 고발자를 보복이나 불이익으로부터 보호하는 조치를 포함할 것.

그러나 대한항공은 피해자 개인을 '문제가 있는 직원'으로 취급하며 피해자를 검증과 적응의 대상으로 삼았을 뿐, 구조적 차원에서 성폭력·성희롱 피해자가 조직 내에서 반복적으로 낙인찍히는 원인에 대해 성찰하지 않았다. 조사는 절차의 외형만 갖췄을 뿐, 신고 내용과 무관한 대상을 조사하고 정작 핵심 쟁점은 다루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한 조사 범위 설정 방식 자체가 신고인의 신원을 사실상 노출시켰고 신고 이후에도 일부 행위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아 사실상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방치했다.

성차별적 노동환경의 개선 없이는 직장 내 성희롱, 성차별적 괴롭힘은 줄어들지 않는다. 대한항공 피해자는 22년간 대리 직급에 머물러 있다. 언제나 먹이사슬의 아래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여성노동자가 여전히 권력의 하위구조에 머무는 이상 언제나 피해자는 여성노동자의 몫이 될 것이다. 성별임금격차, 유리천장은 여전하고, 여성 비정규직은 증가하고 있다. 돌봄은 아직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다. 폭력과 괴롭힘의 기반이 되는 불평등한 젠더기반 권력관계를 상쇄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대한항공 사건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무거운 질문은, 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받아낸 피해자조차 왜 조직 내부의 절차 안에서는 다시 보호받지 못했는가 하는 것이다. 그 답은 결국 조사와 보호의 절차가 '형식'으로만 존재하고 포괄적·통합적 접근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ILO 제190호 협약이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형식을 실질로 바꾸는 일이라 생각한다.

정부는 노동자의 존엄성과 평등, 비차별을 증진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한 ILO협약을 조속히 비준하고, 일의 세계에서 폭력·괴롭힘을 근절해야 한다. 폭력과 괴롭힘은 머뭇거리지 않는다. 우리도 모든 사람들이 폭력과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ILO 190호 협약을 조속히 비준하라.

▲ 2026년 9월 1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1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젠더폭력·괴롭힘 근절 위한 국가 의무 및 사업주 책임 강화 방안 모색 - ILO 190호 협약 비준 전략 국회 토론회’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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