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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수록 적자, 그래도 더 오세요"…병원장과 목사가 운영하는 3천원 김치찌개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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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수록 적자, 그래도 더 오세요"…병원장과 목사가 운영하는 3천원 김치찌개 가게

노인일자리 어르신·밤샘 물류작업 청년들이 단골…광주 양동 '따뜻한 밥상'

"팔수록 적자예요. 그래도 손님들이 많이 오시는 게 목표죠"

전남광주 서구 양동에는 김치찌개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이상한 식당이 있다. 일곱 가지 재료로 육수를 내고 국내산 김치와 돼지고기로 끓인 김치찌개 한 냄비. 갓 지은 쌀밥과 콩나물 반찬은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한 끼 1만 원이 우스운 고물가 시대에 이 식당에서는 이 모든 게 단돈 3천원이다.

더 이상한 것은 손님이 늘어날수록 적자가 커지는데도 식당 운영진은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11일 정오쯤 찾아간 3천원 김치찌개 집 '따뜻한 밥상'은 점심 손님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테이블마다 김치찌개 냄비가 놓였고, 주방에서는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새 냄비가 불에 올랐다.

▲1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양동 점심시간 '따뜻한 밥상'을 찾은 손님들이 김치찌개를 먹고 있다. 2026.9.11 ⓒ프레시안(강병석)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히 김치찌개를 끓이는 사람은 요리사가 아닌 이승정 빛고을고백교회 목사다. 그는 매일 오전 8시에 나와 육수를 내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이 목사는 "우리 주변에는 밥 한 끼가 소중한 사람이 많다"며 "노인일자리를 마치고 오는 어르신이나 밤새 물류 일을 한 청년들이 밥을 먹으러 온다. 그분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내드리기 위해 식당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따뜻한 밥상에는 월급을 받고 일하는 직원이 없다. 이 목사 부부가 주방을 맡고 교회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며 서빙과 뒷정리를 돕는다.

그래도 3천원으로는 재료비와 가스비 등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부족한 운영비는 옆 건물 무지개병원의 정순일 원장이 책임지고 있다.

이 목사는 "월세, 인건비를 빼고 재료비, 가스비만 계산해도 원가가 한 끼에 4천원이 넘는다"며 "후원금이 들어오지만 부족한 돈은 정 원장이 자기 주머니에서 채워준다"고 전했다.

▲11일 전남광주 양동 '따뜻한 밥상'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이승정 목사가 주문 받은 김치찌개를 조리하고 있다. 2026.9.11 ⓒ프레시안(강병석)

정 원장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식당을 만든 계기는 5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였다. 남편을 대신해 피아노 교습을 하며 네 자녀를 키운 어머니는 자신이 굶더라도 자식들을 먼저 먹였다. 그러면서 늘 자녀들에게 배고픈 사람을 돕는 일을 하라고 유언처럼 당부했다.

정 원장은 "어머니께서는 어려운 형편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밥을 먹이고 가진 것이 있으면 나눠주셨다"며 "저에게도 항상 감사하며 살고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라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무료로 밥을 나눠주는 대신 3천원을 받는 것도 손님들이 눈치를 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적은 돈이라도 직접 내고 당당하게 들어와 필요한 만큼 먹게 하자는 취지다.

정 원장은 "젊은 청년들 중에도 한 끼가 아쉬운 사람이 있지만, 무료 급식을 받으러 가는 것은 꺼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따뜻한 밥상에는 하루 한 끼를 해결하러 와 밥을 네 그릇씩 먹고 가는 청년도 있다.

정 원장은 "밥을 네 그릇씩 먹는 청년에게 물었더니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고 하더라"며 "그 사람에게는 이 한 끼가 하루 세끼와 같을 수 있어 먹고 싶은 만큼 먹게 한다"고 했다.

▲전남광주 서구 양동 '따뜻한 밥상'의 3천원 김치찌개. 2026.9.11 ⓒ프레시안(강병석)

밥과 남은 찌개를 몰래 싸가는 어르신도 있었다. 이를 본 이 목사는 나무라지 않고 다음부터 빈 그릇을 가져오라고 했다.

이 목사는 "눈치를 보며 몰래 밥을 싸가시기에 그릇을 가져오면 담아드리겠다고 했다"며 "이제는 밥과 남은 찌개를 그릇에 담아 보내드린다"고 말했다.

공공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는 한 어르신은 "공공 노인일자리를 해봐야 우리가 얼마나 벌겠느냐"며 "이렇게 싼값에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손님이 늘어 운영 부담이 커질수록 오히려 식당을 연 보람도 커진다고 했다.

그는 "적자가 늘어날수록 좋다. 그만큼 많은 분이 와서 드셨다는 뜻이니까. 하루에 이 한 끼가 생명 같은 사람이 한 명만 오더라도 따뜻한 밥상을 연 이유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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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석

광주전남취재본부 강병석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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