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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와 소년
[별, 시를 만나다]
푸른 수초 사이를 어린 피라미 떼가 헤엄치고 있었다 그걸 잡겠다고 소매를 걷고 손을 넣은 지 몇 핸가 가만 가만 있어라, 따라 돌고 따라 흘렀으나 거기까지 가겠거니 하면 조금 더 가서 알을 슬고 알에서 갓 태어난 것은 녹을 듯 눈송이같이 눈이 맑았다
문태준 시인
2009.05.05 12:33:00
블랙홀 언젠가 터질 울음처럼
나의 슬픔은 무한히 커져 가고 당신이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초끈의 피라미들이 진저리를 치며 그걸 지웁니다 나는 주름으로 결로 지금 이 찰나에도 다시 태어나 우주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노래합니다 떠나시다니요 떠나시다니요 천만번 약속하고 떠나시다니요 당
성기완 시인
2009.05.04 10:24:00
알쏭달쏭 별별 이야기
파멸과 죽음을 물어다 주는 새 부엉이 풍향계가 가리킬 수 없는 방향으로 불어 간 바람 양, 황소, 쌍둥이, 게, 사자, 처녀…… 별의 사용 부족으로 치매를 앓고 있는 천문학자가 2단 구구단처럼 외우는 황도 12궁 그때 천문학자의 눈가에서 별처럼 빛나던 물 봄의 대
안현미 시인
2009.05.02 10:43:00
북쪽 하늘 별 옮겨 앉듯
하루를 탕진하고 별을 본다 후후 불면 숯불처럼 살아나거라 피리를 불랴? 살아나거라 한 두엇 천년이나 지났을까? 손톱 한 번 깎고 나니 어느덧 숨 끝에 까무룩이 돋아나와 손등에 앉는 하늘의 문자(文字)들 북쪽 하늘 별 옮겨 앉듯 들들들 읽어 나가는데 하는
장석남 시인
2009.04.30 10:28:00
유한무경계3차원 우주의 끝에서
언어는 어떤 바탕 위에서 생성되는 것일까? 회사후소(繪事後素)라는 말이 있지만, 물리학의 가설은 우리 우주는 바탕이 없는 상태에서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는 3차원 우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한하지만 경계가 있는 우주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을
함성호 시인
2009.04.29 08:50:00
소행성에서 온 편지
나는 나로부터 사월입니다 사방은 차츰 빛을 잃어 가는 양 떼의 희미한 울음소리로 가득합니다 나는 독 오른 꼬리를 한껏 치켜들고 밤의 서랍이 쏟아 내는 은빛 알갱이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천문학자의 예상대로라면 이 행성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겠지요 수억 년 동안
김경인 시인
2009.04.28 10:48:00
동화
저 밤하늘의 은하물이 동화처럼 흘러갈 적 지상에서는 내 주위로 거짓과 회피와 적반하장의 미개한 성인소설이 써졌다 모르쇠와 기억 안 남, 질환 수준의 내숭과 왜곡이 얽히고설킨 성인남녀 물밑 쟁투의 교언들이
이진명 시인
2009.04.27 10:02:00
얼음사탕
전당포 아저씨의 빛나는 회중시계와 헌 옷 가게 아줌마의 덜덜거리는 재봉틀. 멀리 있는 것처럼 기차가 지나가는 그런 밤이면 전당포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얼음사탕처럼 생긴 집 나온 별. 덜덜덜 기차가 은하를 횡단할 때마다 흔들리고 있었는데도 재봉틀이 고장
여태천 시인
2009.04.25 10:08:00
사령선
칼을 내리칠 때는 숨을 멈추어야 해. 그녀는 곰팡이 핀 손가락 관절을 꺾습니다. 수백 개의 심장을 도려낼 때 말입니다. 아이는 동물의 심장으로 쑥쑥 자라네요. 시장 바깥을 빙빙 돌면서. 단 한 번의 힘으로, 정육점 밖으로의 비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눈은 스스로를 볼
이영주 시인
2009.04.24 11:07:00
별들의 경사
캄캄한 하늘에 물관을 박고 밤새 저리 글썽였으니 아침이면 뚝 뚝 떨어져 이만 총총 피어나겠다 난 빛의 속도로 네 심장을 무단 횡단 중이지 이렇게 휘청 기울었으니 악보도 기류의 예측도 없이 이런 어처구니도 없이, 전향과 상실의 블랙홀이야 넌
정끝별 시인
2009.04.23 10: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