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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 별
[별, 시를 만나다]
별에 별 별에 별 나무가 자라고 별에 별 꽃이 펴요 별에 별 새가 날아다니고 별에 별 짐승이 울부짖어요 별에 별 이름의 나라들 별에 별 모양의 기념비들 별에 별 가게에 별에 별 물건들 별에 별 사람들이 별에 별 사랑을 나눠요 별에 별 이별도 하겠죠 별에
심보선 시인
2009.05.16 14:50:00
그의 별
그의 별 그는 산을 올랐다 뜨거운 눈물 항아리를 혹처럼 지고 갔다 그는 자주 멈춰 하늘을 봤고 바늘처럼 그림자를 찔러 대는 빛살도 응시했다 산에서는 그가 사는 도시가 한 송이 가시연꽃처럼 보였다 모퉁이를 돌 때 그의 두 눈이 역광 속에서 빛났다 같이 가
조은 시인
2009.05.15 15:16:00
어쩌면, 지동설
어쩌면, 지동설 곧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아침이 올 거야 그 무엇에도 닿지 않아 소리가 없는 태양이 떠오를 거야 검은 고양이의 털 속에서 솟구쳐 올랐다는 물의 왼쪽 옆구리로 빠져나왔다는 아니 별들과 모래의 고독에서 새어 나왔다는 아침은 고요하고 고요를
이원 시인
2009.05.14 10:16:00
우주의 저수지
우주의 저수지 문득 눈을 감자 눈에서 잘려 나간 시선이 목도리처럼 날아갔다 사랑해 그러나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때부터 있다 외진 저수지가 그 처음을 허구 중에 던질 때 그 허구 행성의 눈물샘이 행성의 조각 하나를 가라앉게 하는 일이 우주의 저녁이다
신용목 시인
2009.05.13 09:31:00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어디선가 옮겨 적은 메모 쪽지를 들여다본다 달은 세상의 우울한 간(肝)이다. —람프리아스(그리스 철학자) 그래서인가, 간 속에 달이 있네 중국인들은 대단해! 달은 세상의 우울한 간이고, 간은 달에 우울히 연루되고……
황인숙 시인
2009.05.12 07:39:00
명왕성에서 2
명왕성에서 2 잘 있다는 안부는 춥지 않다는 인사야. 고드름 종유석처럼 플라스틱처럼. (너는 전기난로를 장만하라 말할 테지만.) 덕분에 나는 잘 있어. 이곳은 뺄셈이 발달한 나라. 한낮에도 별 떴던 자리가 보여. 사람이 앉았다 떠난 방석처럼 빛을 이겨 낸 더 밝은 빛
김소연 시인
2009.05.11 09:28:00
소행성을 지나는 늙은 선로공
소행성을 지나는 늙은 선로공 하늘은 맑고 시원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오후 빛바랜 작업복 차림의 한 늙은 선로공이 보수를 마치고 선로를 따라 걷고 있다 앙상한 그의 어깨 너머로 끝내 만날 수 없는 운명처럼 이어진 은빛 선로 그러나 언제였던가,
황병승 시인
2009.05.09 05:28:00
공사장에서
공사장에서 지구가 어디에도 매달리지 않은 채 공중에 떠 있다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허공에서 소리치는 저들도 떠돌이별쯤은 되리 어느 궤도를 돌아 별똥을 소진하며 운행해 왔는지 지상의 매달릴 것은 모두 버리고 허공으로 허공으로 떠밀려 간다 뉴
박형준 시인
2009.05.08 10:19:00
환희라는 이름의 별자리
환희라는 이름의 별자리 문 열고 들어온 바람에 담배를 피우던 할머니는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먼 데서 타오르는 환희 성좌란 백 원에 스무 개씩 하던 사등성들의 묶음, 떨어진 재를 달무리처럼 두른 채 희미하게 빛나곤 했지 검버섯이 보이는 피부야말로 얼굴이
권혁웅 시인
2009.05.07 11:02:00
달집에 대한 풍문
달이 뜬다 달이 집으로 들어간다 집에 불이 붙는다 사람들이 달로 간다 달로 간다 달로 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달이 상자로 들어간다 상자에 불을 밝힌다 떠오른다, 검불처럼, 티끌처럼 달로 간다 달로 간다 달로 간 것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사
윤예영 시인
2009.05.06 10:5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