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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애인
[별, 시를 만나다]
나 전설의 플라스틱 재벌은 가끔 손주들을 무릎에 앉히고 이야기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 네 할미는 헌신적이었지 네 에미는 공부도 잘했지 남대문은 활활 잘 탔지 등등 이야기를 숨기기 위한 이야기를 뜬금없이 하고서, 비로소 낡은 휴대폰을 꺼내 외계에서 찾아왔던 애인의
서동욱 시인
2009.04.10 09:54:00
고요한 오렌지 빛
말라붙은 우유 자국과 오래된 과자의 눅눅함은 어디로 가는가 당신의 웃음소리와 눈빛은 별의 것이 되어도 좋은가 시간의 주름 속에서 쏟아진 나비 떼가 찐득한 어둠의 내력을 팔랑팔랑 다시 적는다
이근화 시인
2009.04.09 09:36:00
별똥별
그날 밤 내 방 문턱에 지친 고래 한 마리 떠밀려 들어왔을 때 나는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고래는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쿨럭이며 엄청난 물을 마루 위에 쏟아 냈다 입 벌린 고래의 깊은 목구멍 저편에서 누군가 촛불을 켜 들고 책을 읽고 있었다 내
남진우 시인
2009.04.07 07:33:00
별
언제 처음 별을 보았나? 젖배 곯던 우멍눈으로 보았나? 불장난하다 외양간 태운 날 쫓겨나 개구리 울음주머니에 비친 별빛을 보았나? 그을린 암소 울음에 잠 못 이루다 보았나? 눈물 머금은 별은 술빵처럼 부풀어 올랐지 그렁그렁 멀건 미음 솔아 있는 별 밀짚 방석에
이정록 시인
2009.04.06 10:11:00
빅뱅
시간이 차곡차곡 채워져서 폭탄에 이른다 일 초는 일만 년의 폭발 순간은 영원을 뇌관으로 타들어 가는 심지 태아는 울고 태어나는 순간 거꾸로 매달린 세계를 고통스럽게 입에 담는다 보지 않는 세계의 보이지 않는 웅성거림과 차가운 열기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대기
김언 시인
2009.04.04 10:42:00
갈릴레이 암살단
그가 하늘을 향해 천천히 망원경을 겨눴을 때 우리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가 함부로 지구를 공전시키려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논쟁과 소문, 오해와 맹신, 그리고 마녀의 표식. 우리는 그런 방법들을 선호해 왔고 실패는 없었다. 오늘 아침처럼 자연스러울 것,
황성희 시인
2009.04.03 11:01:00
윌리엄 허셜의 꿈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은 머나먼 별에서 왔습니다 나의 꿈이 온 길을 거슬러 하늘의 강 하늘의 바다를 뗏목을 타고 건너갑니다 뱃사공은 묻습니다 당신의 목적지는 대체 어디오 나의 목적지는 나의 꿈 귀뚜라미 노래 들려오는 별 사공은 또다시 묻습니다 어
차창룡 시인
2009.04.02 09:32:00
여독
긴 여행을 하고 싶을 때에는 생각을 해 봐야 한다. 내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죽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경주 시인
2009.04.01 09:59:00
낮달
낮달 일터는 동쪽에 있어야 한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동트는 걸 보며 집을 나서고 노을을 향해 돌아와야 한다고 하셨다 언제나 앞이나 위에 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낮달이 떴다 늙은 아버지가 나를 낳으신 나이 나는 아직 아버지가 되지 못하고 동가숙
이문재 시인
2009.03.31 13:51:00
번개를 기다림
번개를 기다림 눈을 어둠으로 가득 채우고 해골처럼 어둠이 눈이 되도록 채우고 끝없는 어둠의 크기가 다 보이도록 별 없는 밤하늘을 바라본다 하늘나무 구름 속에서 태어난다는 땅과 하늘을 이을 만큼 커다랗다는 하늘에 뿌리박고 땅을 향해 거꾸로 자란다는 어
김기택 시인
2009.03.30 15: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