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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아직
[별, 시를 만나다]
어둠이 아직 별들을 온통 둘러싸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그 어둠을 뜯어보지 못했다는 것은 별은 어둠의 문을 여는 손잡이 별은 어둠의 망토에 달린 단추 별은 어둠의 거미줄에 맺힌 밤이슬 별은 어둠의 상자에 새겨진 문양 별은 어둠의 웅덩이에 떠 있는 이파리
나희덕 시인
2009.06.01 11:06:00
오즈마 캐피탈
오즈마 캐피탈 그 별에는 수십억의 얼굴이 살아요. 모두 백 년 안팎으로 모인 얼굴인데, 살아요. 머리맡에는 흙으로 만든 태양이 쟁글쟁글 얼굴을 달구고요. 입들은 모두 빵 굽기에 알맞은 온도로 벌어져 있어요. 탐스런 구두끈을 당기면 중력이 조금씩 준다던가요. 흘린
송기영 시인
2009.05.30 16:47:00
별 볼일 있는 별 볼 일
별 볼일 있는 별 볼 일 별달리 할 일이 없으니 이별에 대해 말하려 해. 이 별에서 벌어졌던 이별에 대해. 별것 아닌 일일지도 모르지. 이 별에선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천만차별을 받으니 말이야. 천만 명의 인구 중 과연 몇 명이나 별이 될 수 있었을까? 별을 노래하는 마
오은 시인
2009.05.28 17:17:00
샛별이 뜰 때
샛별이 뜰 때 비가 그친 창문을 가만히 보면 빗물이 닦아 낸 것 말고 더 많은 얼굴이 서려 있다 한때 내가 낳은 적 있는 벌레 같은 이녁들이다 젊을 적 아버지가 미리 온 노년을 데워 밥을 지어 먹거나 밤새 몸 안에서 들끓던 눈물이 흙먼지로 묻어 있을 수도 있다
강정 시인
2009.05.27 17:11:00
별의별-작은 사건들 22
별의별-작은 사건들 22 오줌이 마려워 절로 눈을 뜨는 아침입니다. 어제 나는 똥을 참았습니다. 나를 미워하는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그이처럼 문틈 너머 엿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노크가 두어 번 반복될 적마다 그녀의 향수가 두어 번 코를 쳤습니다. 냄새를 들
김민정 시인
2009.05.23 01:02:00
8분 후의 미장센
8분 후의 미장센 8분 후, 태양은 돌이킬 수 없는 어둠으로 돌변하고, 복지원 앞에 버려진 아기는 동파한 수도관처럼 얼어붙어, 당신의 배관 속 검은 머리 비단뱀, 8분 후면 모든 것이 암흑 속으로 사라지겠지 순식간에, 저격수의 렌즈는 떨어져 나간 각막처럼 깜깜해지고
문혜진 시인
2009.05.22 12:58:00
누구나 별이 될 수 있다
누구나 별이 될 수 있다 달리는 기차로 별 떼를 옮겨 보았니 잘했다 열리지 않는 대문 앞에서 별을 울었어 잘했다 별 볼 시간도 없이 숨 사이 숨 사이 살았지 잘했다 사라져 가는 별에 눈감아 어둠 바쳐 보았는감 잘했다 자 이제 너는 죽어 별
함민복 시인
2009.05.21 10:01:00
화분의 둘레
화분의 둘레 이 작은 화분 한 개는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감상할 수 있습니다. 꽃을? 꽃과 잎을? 꽃과 잎과 벌레를? 나는 화분의 세계를 망칠 수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아시겠습니까. 플러그를 뽑듯이 나는 화초를 뽑아 던질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물이 끓지 않고,
김행숙 시인
2009.05.20 08:50:00
5월의 별
5월의 별 늙은 여자들이 회색 두건의 성모처럼 달려와서 언덕 위 쓰러지는 집을 품 안에 눕힌다 라일락, 네가 달콤하고 하얀 외투로 달려와 바람에 무너져 가는 저녁 담을 둘러싼다 면식 있는 소매치기가 다가와 그의 슬픔을 내 가방과 바꿔치기해 간다, 번번
진은영 시인
2009.05.19 10:00:00
별
별 혼자 속삭이면 무지개가 됩니다. 별. 또 한 번 속삭이면 골목길이 됩니다. 별. 그래서 자꾸 속삭이면 구슬처럼 구릅니다. 별. 홀로 속삭이면 자꾸 구릅니다. 별. 구르고 굴러서 저 혼자 떠납니다. 별. 내가 여기까지 왔을 때. 내가 이만큼 왔을 때. 내
박상순 시인
2009.05.18 12: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