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2월 05일 1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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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억만장자 코크 형제는 어떻게 미국을 주물렀나
[최재천의 책갈피] <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
오래전 미 연방대법관 루이스 브랜다이스(1856~1941)는 "우리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가질 수도 있고 소수의 손에 부가 집중되는 체제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미국 극우의 설계자' 제임스 뷰캐넌과 억만장자 찰스 코크·데이비드 코크 형제와 같은 '자유지상주의자'들의 핵심 주장은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심각하지 않지만 꼰대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최재천의 책갈피] <90년생이 온다>
'요즘 애들 효과(kid these days effect)'라는 학문 용어가 있다. 늘 시대의 연구주제이기도 하다. 세대론 일수도 있고, 구세대가 느끼는 신세대에 대한 당혹감일 수도 있다. '요즘 애들 효과'란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인의 점토판이나 로마 시대의 유적에서도 발견됐다는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한탄에서 착안한 용어다. 역설적으로 이
<시녀 이야기>를 그래픽 노블로 만나다
[최재천의 책갈피]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책을 읽고 나서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써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픽 노블은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긴 소설을 짧은 스토리로, 활자를 그림으로 요약해서 보여준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래픽 노블은 시각적이라 이해하기 쉽고, 요약적이라 간소하며 감정의 흐름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평소에 지니고 있던 그래픽 노블에
실크로드 둔황과 막고굴에 대한 최고의 안내서
[최재천의 책갈피] <실크로드 둔황에서 막고굴의 숨은 역사를 보다>
둔황 문화의 흥망성쇠는 실크로드의 번영 및 쇠락과 궤를 같이한다. 한나라 때, 실크로드가 개척되면서 둔황의 번영이 시작됐다. 동양문화와 서양문화가 만나 둔황의 독특한 문화 예술을 형성했다. 하지만 명청 시대에 이르러서는 둔황에서 과거의 번영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 시기 중국의 주요 수출품은 차와 도자기인데, 항해술의 발달로 항로가 개척되면서 해상 실크
아마존 거인 제프 베조스가 직접 밝힌 성공 원칙
[최재천의 책갈피] <베조스 레터>
"항상 그랬듯이 1997년 베조스 레터 사본을 첨부합니다. 언제나 첫날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습니다." (2018 레터) 아마존 설립자인 제프 베조스는 1997년 이래 매년 주주들에게 연간 서한을 보낸다. 97년 레터에는 첫날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 스타트업의 열정으로 첨단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
모차르트가 남긴 편지의 감동을 만나다
[최재천의 책갈피] <모차르트의 편지>
"가장 사랑하는 아빠! 저는 시처럼 쓰지는 못합니다. 시인이 아니기 때문이죠. 글귀들을 멋지게 배치해서, 그늘과 빛이 피어나오게 할 수는 없습니다. 화가가 아니니까요. 손짓과 몸짓으로 기분과 생각을 나타낼 수조차 없습니다. 무용가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내일은 칸나비히 씨 댁에서 아버지의 성명(聖名)축일과 생신을 축하하며, 피아노를 연주하기로 합니다…… 그럼
을사늑약 이전에 위안스카이의 침략이 있었다
[최재천의 책갈피] <감국대신 위안스카이>
책 제목의 감국대신(監國大臣)이란 단어가 낯설었다. 중국의 천자(天子)가 일시적으로 권한을 대행시키던 기관이다. 조선이 청을 종주국으로 인정했지만, 청이 위안스카이(袁世凱, 1859~1916)와 같은 '감국대신(監國大臣)'을 실제로 파견한 적은 없었다. 그것은 명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이 종주국임을 인정했다 해도 조선은 실질적으로 독립국이었다. 조선과 중
기억, 과거에 개입할 거의 유일한 방법
[최재천의 책갈피] <기억 전쟁>
"기억은, 산자와 죽은 자의 대화이다(임지현)." '집합적 유죄'의 논리가 있다. 가해민족 전부를 단죄하거나 피해민족 모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논리다. 저자는 학생들에게서 그런 태도를 발견할 때마다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양민 학살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지"를 묻는다. 베트남전쟁이 끝나고도 20여 년이 지나 태어난 세대이니, 까마득한 옛날 일을 책임
모든 것이 적절한 올리버 색스의 에세이
[최재천의 책갈피]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얼마 전, 광화문 서점에 들렀더니, 올리버 색스 책들을 모아놓은 코너가 있었다. 반가웠다. 그리고 고마웠다. 색스의 책이 나오기만 하면 나는 무조건 구입한다. 이번 책은 제목부터가 아름답다. 모든 것은 그 자리에(Everything in its Place). 책과 독서의 관련된 부분만을 정리했다. "나(색스)는 대체로 학교를 싫어했다.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중국 인민의 국민볶음밥, 그 기원은?
[최재천의 책갈피] <중화미각>
최치원 선생 후손이다 보니, 중국 양저우시를 자주 찾게 됐다. 어쩌다 '도시 귀빈'이 되는 영예까지 안게 됐다. 갈 때마다 양주볶음밥을 먹게 된다. 양주볶음밥의 기원이 궁금했다. 시작은 아득히 멀리 대운하가 착공되던 수나라 양제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양제는 대운하를 뚫어 강남까지 배를 띄운다는 원대한 포부를 실천했다. 양제가 좋아했던 달걀볶음밥이 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