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14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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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의 결말, 주인공의 '죽음'인 이유는?
[박수현의 '연애 상담소'] 미겔 데 우나무노의 '완전 남자'
유사 이래로 누적된 말들의 더미말. 결국 말이 문제다. 훌리아와 알레한드로는 평생토록 싸웠으나, 그 싸움의 주제는 매우 단순하다.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그 말 한 마디를 하느냐, 안 하느냐.말은 사랑이라는 요리에서 기묘한 양념 노릇을 한다. 말은 사랑의 불안을 치유하는 진정제이자 허무함을 위안하는 미약이나, 그 자체로 허상(虛像)이다. 훌리아의 오류는
박수현 문학평론가
여자의 질문 "그 남자에게 나는 섹스 인형인가?"
그는 나를 섹스 파트너로 생각할 뿐이야. 순은 음울하게 되뇐다. 순에게는 사랑에 관한 판타지가 있다. 육체적이라기보다 정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사랑. 평생 서로에게 천국을 선사해 주다가 함께 죽는 사랑. 그녀에게 육체의 교환이란 정신적으로 위대한 사랑으로 가는 통과 의례일 뿐이다. 그런데 그 남자는 순을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육체만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너무 사랑해서 때린다!" 그 남자의 심리는…
[박수현의 '연애 상담소']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③
☞관련 기사 : 피아노 치는 여자 ①연애 못하는 당신, 지독한 '자기애의 화신'! ②그녀의 절규 "나를 때리고 욕하고 오줌을…"클레머가련하고도 답답한 에리카를 이제 그만 떠나, 클레머에게 눈길을 돌려보자. 클레머의 호감은 애초에 순수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다른 여자를 만나기 전 연습 단계로 에리카를 경험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나이 들고 지적으로 우월한 여자
그녀의 절규 "나를 때리고 욕하고 오줌을…"
[박수현의 '연애 상담소']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②
지난 회(☞바로 가기 : 연애 못하는 당신, 지독한 '자기애의 화신'!)에서 자기애의 화신인 에리카를 요모조모 뜯어보았다. 그녀에게 일생일대의 연애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녀는 과연 연애할 수 있을까?클레머, 빨리 꺼지란 말이다!에리카가 꿈꿨던 명령권자 '그'가 나타난 듯하다. 20대 중반의 제자 클레머가 마흔을 눈앞에 둔 에리카를 열정적인 눈빛으로 바라보기
연애 못하는 당신, 지독한 '자기애의 화신'!
[박수현의 '연애 상담소']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어머니는 윤을 버리고 떠났다. 어린 날 윤은 세상으로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았다. 마음을 준 누군가가 갑자기 그녀를 버릴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한 나머지,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 수 없었다.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 그녀는 아무도 믿지 못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친구 하나 없는 성장기를 거쳐 성인이 된 그녀는 이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적어도 어린 시절의
나를 찬 연인에게 화끈하게 복수하는 법! 지독한…
[박수현의 '연애 상담소'] 윤대녕의 '달에서 나눈 얘기'
완전한 사랑에 관한 전설이 있다. 사람마다 그 전설의 내용은 다를 것이다. 정이 심취한 완전한 사랑의 그림은 이랬다.모든 현실적인 필요와 계산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끌림에서만 비롯된 사랑, 현실적인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랑, 상대 이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 사랑, 그의 결핍을 한 오라기의 틈도 없이 채워줄 수 있는 사랑. 그녀는 둘 사이에 소통하지 못
'피 냄새' 없으면 사랑이 아니야!
[박수현의 '연애 상담소'] 정미경의 '나의 피투성이 연인'
사랑이 의도적인 열정이 아니듯, 환멸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구나. (나의 피투성이 연인(정미경 지음, 민음사 펴냄), 130~131쪽)미는 친구 진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진은 헤어진 애인이 자기를 사랑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미는 진도 그녀의 이전 애인도 다 잘 안다. 진의 이전 애인은 어느 날 술을 먹고 미에게 고백했다. 진을 만나기는 하지만 실
내 스타일 아닌 그이, 왜 자꾸 생각날까?
[박수현의 '연애 상담소'] 미겔 데 세르반떼스의 <돈 끼호떼>③
숙을 처음 만났을 때, 용은 단호하게 선언했다. 내 스타일이 아니야. 꾸밀 줄도 모르고 섹시하지도 않고 선머슴 같은 숙은 전혀 용의 이상형이 아니었다. 조금도 매혹되지 않았기에 용은 그녀에게 만만하게 대하고 함부로 말하곤 했다.함부로 대하다 보니 가끔은 미안해졌다. 미안하다 보니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관심을 가지니 의외로 괜찮은 모습도, 여전히
"질투는 가장 참혹하게 사람을 죽인다!"
[박수현의 '연애 상담소'] 미겔 데 세르반떼스의 <돈 끼호떼>②
도는 최근에 한 사람을 만났다. 이후 상상 속 긴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는 도를 칭찬하고 편들어 주었으며 남들이 모르는 도의 일면을 간파해 주었다. 도는 그의 말들을 하나하나 몇 번이고 상기해보며 중얼거린다. 그는 나를 사랑하기를 바랄지도 몰라. 바로 일분 후 그가 누군가와 친하게 지낸다는 풍문이 떠오른다. 그는 그 누군가를 사랑하는지도 몰랐다.결코 알 수
연인이 필요하니까 너를 사랑했다!
[박수현의 '연애 상담소'] 세르반테스의 <돈 끼호테>
석은 얼마 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왜 헤어졌는지 누구보다 그 자신이 잘 알았다. 그녀는 그에게 늘 물었다. 날 사랑하니? 반복되는 그 질문에 석은 할 말을 찾지 못하여 매번 대답을 회피했다. 결국 사랑의 믿음을 갖지 못한 그녀는 이별을 고했고, 석은 붙잡을 수 없었다. 사실 조금, 아니 상당히 피곤했다.친구들은 거짓말로라도 사랑한다고 말해주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