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2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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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79>
생에 있어서 감동의 기억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개인과 사회를 밀고 가는 가장 큰 원동력의 하나가 감동입니다. 그러나 벅찬 감동으로 서로를 끌어안던 날이 있지만 감동이 영원히 우리를 밀고 가는 건 아닙니다. 감동이 추억의 자리로 물러난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도종환 시인
들국화 한 송이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78>
가을 햇살이 사람의 마음을 맑고 넉넉하게 합니다. 낮에 미술전시회장에 갈 일이 있어 문을 나서는데 누군가 아파트 입구에 옮겨 심어 놓은 구절초 몇 송이가 보입니다. '연보랏빛 야생 구절초를 거기 옮겨다 심어 놓은 사람은 누굴까. 작고 소박한 것을 아름답게 여길
여백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77>
아니 어디 한 군데쯤 비어 있는 것도 좋습니다. 완벽해 보이기보다 어딘가 허술한 구석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 더 인간답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며 사는 것도 정신적인 여백, 정신적인 여유를 더 많이 갖고자 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여백을 여러분의 배경으로
바다로 가는 강물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76>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자신을 잃지 않고 지켜 나간다는 것은 퍽 어려운 일입니다. 옛말에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이웃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맑다는 말은 때 묻지 않고 물들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때 묻지 않고 자신
무엇이 소중한가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75>
KDI국제정책대학원의 유종일 교수는 "그라민 은행은 사람을 살리려고 사람에게 다가가는 은행이고, 미국의 은행은 이윤극대화를 위한 은행"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기보다는 기계적인 공식에 입각해서 신용등급의 숫자로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사람으
아름다움과 자연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74>
꽃밭에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습니다. 나팔꽃은 나팔꽃대로 분꽃은 분꽃대로 채송화는 채송화대로 모두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으로 모여 피어 있습니다. 나팔꽃은 분꽃을 부러워하지 않고, 분꽃은 채송화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맨드라미는 봉숭아를 시새움하지 않고 들국화
가을엽서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73>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안
고흐에게 배워야 할 것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72>
고흐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며 살았지만 자기 안에는 평온함, 순수한 조화, 그리고 음악이 존재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광기가 그의 전부가 아니었음을 알게 하는 말입니다.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이런 야망 하나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담백한 맛과 평범한 사람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71>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꼭 해야 할 말을 하며, 반드시 써야 할 글을 쓸 줄 아는 용기는 자기 자신을 과장하거나 허세를 부리는 데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참으로 겸손한 자세, 안으로 다져 넣은 바른 기운에서 나온다. 그러나 평상시에 그들의 모습은 담백하고 평범합니다
이치는 마음에 있다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70>
마음이란 참 묘한 것입니다. 내키지 않는 일을 하려면 마음이 먼저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남을 돕고 나면 보아주는 이가 있건 없건 간에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부끄러운 짓을 하고 나면 보는 이가 있건 없건 간에 마음이 무거워 괴로워하고 있다는 신호가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