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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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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79>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이 있습니다. 열정이 식은 뒤에도 우리는 일을 하고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오직 열정과 설렘과 뜨거움으로만 사랑하는 건 아닙니다. 삶으로 사랑하기도 하고 정으로 사랑하며 살기도 합니다.

생에 있어서 감동의 기억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개인과 사회를 밀고 가는 가장 큰 원동력의 하나가 감동입니다. 그러나 벅찬 감동으로 서로를 끌어안던 날이 있지만 감동이 영원히 우리를 밀고 가는 건 아닙니다. 감동이 추억의 자리로 물러난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하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그게 우리 인생입니다.

늘 뜨거운 감동과 눈물 나게 아름다운 일만을 경험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뜨겁던 날이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나날의 삶이 있는 겁니다.

잎이 다 지고 세상이 황량하게 바뀌고 있는 걸 보면서도 떠나야 하는 길이 있고 이정표를 잃고 방황하면서도 멈추지 말고 찾아가야 할 땅이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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