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2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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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갓꽃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59>
한여름에 피는 쑥갓꽃을 바라보다 "가장 뜨거울 때도 꽃은 / 오히려 조용히 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란 쑥갓꽃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꽃들이 아우성치지 않으면서 핍니다. 내가 피운 꽃을 보아 달라고 소리소리 지르거나 내가 피운 꽃을 알아주지 않아
도종환 시인
산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58>
사람들이 산을 향해 오고가면서 만들어 내는 산에 대한 온갖 화려한 말 속에서 산은 정작 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 앉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제 모습보다 나아 보이려고 애를 쓰거나 제 모습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몸부림을 치지만 산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
8.15와 '병든 서울'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57>
"인민의 공통된 행복을 위하여, 인민의 힘으로" 새 나라를 건설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던 시인의 꿈은 실현되지 않았고 나라는 분단되고 동족끼리 전쟁을 치른 채 지금까지도 하나 되지 못하고 갈라져 있습니다. 8.15 해방 기념일을 다시 맞는 오늘 우리의 서울은 병든 서울
멧돼지와 집돼지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56>
눈 덮인 산속을 헤매며 배가 고파 견딜 수 없어 하던 멧돼지가 있었습니다. 멧돼지는 마을로 내려와 구수한 냄새를 따라 어느 한 곳에 다다랐습니다. 그곳은 집돼지의 우리였습니다. 닷새를 굶은 멧돼지는 먹을 것을 좀 나눠 달라고 집돼지에게 통사정을 하였습니다. 집돼지
매미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55>
살 수 있는 날이 딱 일주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요? 우리는 어떤 몸짓 어떤 소리를 질렀을까요? 우리 역시 그 기간을 가장 치열하고 뜨겁게 살려고 몸부림치지 않았을까요? 주어진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다시 또 캄캄한 어둠 속에서 가없는 기다
이해인 수녀님께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54>
우리를 위해 이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도를 해 주시고 맑고 깨끗한 글을 써주시던 수녀님은 지금 몸이 많이 편찮으시다고 합니다. 치료를 하셔야 하기 때문에 한동안은 뵐 수 없다고 합니다. 이해인 수녀님에게 많은 위로와 위안을 얻었던 우리들이 이제 수녀님의 건강을
권정생 선생의 불온서적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53>
지난해 돌아가신 권정생 선생은 1937년 일본 도쿄 혼마치 빈민가 뒷골목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권선생은 전쟁을 두 번 겪었다고 말씀하십니다. 1944년부터 1945년까지 미군 폭격기의 공습에 시달리고 원자폭탄이 투하된 뒤의 참상까지를 첫 번째 전쟁이라고 하시고, 6.25전쟁
병은 스승이다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52>
병 없이 사는 이는 없습니다. 병이라곤 앓아본 적 없이 아주 건강하게 사는 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늘 크고 작은 병을 지니고 사는 게 사람입니다. 감기나 몸살이란 것도 몸을 지칠 대로 지치게 만들었으니 잠시 쉬어야 한다는 신호라고 의사들은 말합니다. 큰 병에 걸리는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51>
우리가 약속의 땅에 이르지 못했다면 더 기다리는 사람이 됩시다 살아 있는 동안 빛나는 승리의 기억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더욱 세차게 달려가는 우리가 됩시다 사랑했던 사람을 미워하지 맙시다 우리의 사랑은 옳았습니다 어제까지도 우리가 거친 바람 속에 살
행복한 사람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50>
아내가 충주에 갔다가 얻어 온 옥수수를 삶아서 윗집에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내가 말도 꺼내기 전에 저를 보고는 윗집에서 먼저 '옥수수 쪘는데 드실래요?' 하는 겁니다. 어제 내가 없는 사이에 음지말에 사시는 염씨아저씨가 집집마다 옥수수 한 자루씩을 돌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