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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선거 '유보' 주장이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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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선거 '유보' 주장이 나오는 이유

선거일정 이미 차질…실제 유보될 가능성은 낮은 편

민주노총 임원 선거가 파행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 법안을 다루고 있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이경재)의 2월 국회 의사일정이 나오자 각 후보 진영에서 선거 유보 등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공식 선거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국회 환노위는 7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비정규직 법안을 다룬 뒤 합의 여부에 따라 9일경 전체회의를 열어 이 법안을 처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지 못할 때는 '표결처리'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민주노총 임원 선거가 국회의 의사일정에 대한 각 후보 진영 간의 입장차를 드러내면서 파행을 맞고 있다. 3일 대구에서 열린 지방 공동유세는 기호 1번 이정훈-이해관 선본(선거본부)과 기호 3번 김창근-이경수 선본이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유세장에 나타난 기호 2번 조준호-김태일 선본은 "다른 후보가 없는 곳에서 혼자 유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말로 유세를 매듭지었다.

기호 1번 후보조와 기호 3번 후보조는 이번 선거를 주관하고 있는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에 선거 유보를 요구하며 선거일정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부위원장 후보를 낸 전국비정규연대회의도 선거 유보 요구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똑같이 선거유보를 주장하지만 각 선본 별로 유보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르게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기호 1번 선본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의 중요성에 많은 무게를 뒀다.

이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10여 년간의 민주노총 중심 노동운동이 가져온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선거기간 중에 투쟁국면이 조성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차피 투쟁을 해야 한다면 투쟁에만 전력을 다하고 난 뒤 선거를 제대로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대로 선거가 강행된다면 제대로 된 논의가 되지 않아 과거처럼 줄세우기식 선거의 폐단이 반복될 것"이라며 선거 유보 주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호 3번은 비정규직 법안의 국회 처리를 막는 데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를 유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선본의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을 강행처리한다는 정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선거를 치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며 "선거를 과감하게 유보하고 투쟁을 조직하는 데 전 역량을 투입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선거 유보 주장에 동참하고 있는 전국비정규연대회의 측은 비정규직 법안의 국회 처리 저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기호 3번과는 약간 다른 뉘앙스가 담긴 설명을 내놓았다.

전비연의 한 관계자는 "지금 투쟁을 조직한다고 해서 국회의 강행처리 기도를 막을 만큼의 투쟁역량이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민주노총의 선거 유보 결정은 상당한 상징적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나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현장으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는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가 주요한 행사인 임원 선거를 유보하고 비정규직 법안 저지 투쟁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상층 지도부에 대한 현장의 신뢰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상층 지도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현장 투쟁주체들은 상층 지도부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며 "이런 상호불신의 분위기를 일소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노총 안팎에서는 이같은 일부 후보 진영의 선거 유보 주장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다소 진통을 겪더라도 기존 일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비정규직 법안이 7~9일 사이에 처리될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 유보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최근 7일 열리는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의 진행 추이를 지켜 본 뒤 선거 유보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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