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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의 확고한 투쟁의지가 민주노총을 살린다"

[민주노총 위원장후보 인터뷰] 기호 3번 김창근

민주노총이 제4기 임원 선거를 진행 중이다. 이번 선거에는 3개 조의 위원장-사무총장 후보가 출마해, 조별로 나름대로 민주노총의 혁신과 노동운동의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조합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월 10일 열릴 예정인 대의원대회에서 투표를 실시해 차기 임원단을 결정하게 된다.

〈프레시안〉은 세 명의 위원장 후보를 기호 순서대로 만나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미 게재한 기호 1번 이정훈 위원장 후보와 기호 2번 조준호 위원장 후보의 인터뷰에 이어 기호 3번 김창근 위원장 후보와의 인터뷰 내용을 싣는다.

김창근 후보는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출신으로 2001년에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범좌파로 분류되는 정파인 '전진'과 '노동자의 힘'의 지지를 받고 있다. 김 후보와의 인터뷰는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지도부의 확고한 투쟁 의지가 민주노총을 살린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에 대해 '위기'라는 말들이 많다.

김창근 : 다들 위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단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어렵게 말할 이유가 없다. 투쟁조직이 제대로 투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위기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투쟁은 왜 안 되고 있나?

김창근 : 답은 이수호 전 지도부를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이수호 지도부는 '준비된 투쟁'과 '교섭과 투쟁의 병행'을 공언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현장 조합원들은 혼란만 겪었다. 처음부터 투쟁목표가 잘못 설정돼 있었다. 지도부가 애매하게 행동하니까 투쟁이 될 리가 없다.

〈프레시안〉 : 투쟁이 안 된 모든 책임을 전 지도부에게 돌리는 것 같다. 하지만 전 지도부의 노선과 별개로 투쟁동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떨어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김창근 : 생각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보다 훨씬 나은 투쟁은 가능했다는 점이다. 지도부의 투쟁의지가 얼마나 확고하냐에 따라 투쟁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전 지도부는 투쟁의지가 약했다. 말로만 총파업이었다. 지도부의 의지가 애매하니까 투쟁지침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희미해졌다. 한마디로 조합원들이 상층 지도부를 신뢰하지 않게 돼버린 것이다. 지도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열심히 투쟁을 조직해봐라. 그러면 조합원들도 흔쾌히 동참한다.

〈프레시안〉 : 지도부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해서 60만 전 조합원이 발 벗고 투쟁에 동참할지는 의문이다.

김창근 : 물론이다. 각 조직별로 자체적인 고충이 있고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지도부가 아무리 뛰어 다녀도 동참하기 힘든 조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도부의 혼란스런 지침은 조합원들 사이에 갈등을 야기하고, 결과적으로 투쟁동력을 약화시킨다.

-------------------〈박스 1〉--------------------------------------------------------------------------
김창근 위원장 후보 약력

1985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노동조합 설립을 주도한 이유로 해고
1987년 한국중공업의 민주노조 설립 및 파업투쟁. 제3자 개입금지 혐의로 첫 구속
1991년 한국중공업 노동조합 7, 10, 12, 14대 위원장
2001년 전국금속노동조합 2기 위원장
2004년 2002년의 민주노총 및 금속노조 파업 등으로 네 번째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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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아무튼 투쟁 동력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 아닌가?

김창근 : 투쟁동력이 다소 소실된 것은 정부와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노동진영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으면서 과격한 시위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가 극심해졌다. 여전히 민중의 생존권은 위태롭지만, 보수언론 등은 '민주화 된 시대에 웬 시위냐'는 식이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갈등, 지도부가 계급적 관점에서 지도해야"**

〈프레시안〉 : 외적 조건이 그렇다고 해서 안주할 수는 없는 일이다. 투쟁동력을 되살릴 복안은 뭔가?

김창근 : 투쟁력이 약해졌다는 이유로 협상전략으로 선회해 정권과 자본과 함께 정치적 게임을 하는 것은 대안이 되지 않는다. 협상의 필요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의 투쟁주체들을 지원하고 현장 조합원들이 스스로 문제로 인식하고 싸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지도부의 역할은 그곳에 있다.

〈프레시안〉 : 투쟁력이 약화된 원인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 말로는 '노동자는 하나다'라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높은 벽이 존재한다. 실제로 비정규직의 투쟁주체들은 투쟁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지목하기도 한다.

김창근 : 가슴 아픈 이야기다. 하지만 노동자들끼리 서로 탓하면 어떤 해답도 나오지 않는다. 자본이 만들어놓은 구조 속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힘을 합쳐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

한편 생각해볼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입장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시급한 문제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시급한 문제가 다를 수 있다. 양쪽의 의제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프레시안〉 : 그런 점에서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 싶다.

김창근 : 맞다. 운동은 낮은 곳을 향해서 나아간다. 보다 더 고통받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운동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처럼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갈등들을 외면하지 않고 총연맹이 계급적 관점에 따라 원칙을 제시하면서 풀어나가야 한다.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 비리사건, 한 정파가 책임질 문제"**

〈프레시안〉 : 지난해는 유난히도 노동계가 연루된 비리사건이 많았다. 그 정점은 이수호 전 지도부에서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이 일으킨 비리사건이었다. 강 전 수석부위원장의 입지가 높았던 만큼 그에 대한 평가도 분분하다.

김창근 : 일각에서 '개인비리'라고 주장하는데 말도 안 된다. 노동조합의 지도자로서 직책을 이용해 사용자로부터 돈을 받은 사건이다. 따라서 강 전 수석부위원장 혼자만의 비리라고 볼 수 없다. 조직적 결정에 의해 수석부위원장이 됐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비리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하나? 일각에서는 노동운동 진영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창근 : 지도부가 사퇴한 것은 스스로 책임을 시인한 것이다. 나아가 문제의 집행부를 만들어낸 해당 정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파 소속원들 모두가 비리를 저지른 것은 아니더라도 지도부 사퇴만으로 모든 책임을 졌다고 하면서 발뺌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노동운동가들 사이에도 도덕적 기준이 다르더라"**

〈프레시안〉 : 하지만 노동계의 비리는 한 정파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다른 정파들도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김창근 : 슬픈 일이다. 강 수석 사건이 났을 때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확립했어야 했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저마다 도덕적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관행'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또다른 사람은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 저마다 다른 도덕적 기준을 총연맹 차원에서 묶어 세웠어야 했다.

--------------〈박스2〉---------------------------------------------------------------------------------
공약

김창근 후보는 강력한 투쟁 지도부가 되겠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공약을 내놓고 있지 않다.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 처리가 임박한 현 시점에서 거창한 정책공약보다는 변질되지 않고 끝까지 투쟁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김 후보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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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 사건이 터졌을 때 모두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가 사퇴한 이후에는 비리 척결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

김창근 : 글쎄, 답답한 일이다. 어쩌면 노동진영이 도덕불감증에 빠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도부 사퇴 이후 작업이 진척되지 못한 것은 실제로 비리 문제를 안일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서일 수도 있지만, 반 정파적인 입장에서 비리 문제를 비껴가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있어 왔던 관행이나 비리 의혹을 모두 수집할 생각이다. 노동진영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운 사람들로 규율위원회도 구성하겠다. 규율위원회의 구성원은 일부 정파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의원대회에서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

***"비정규직 법안과 로드맵, '타협'은 없다"**

〈프레시안〉 : 비리 척결과 혁신도 주요한 과제지만, 당장 눈앞에 놓인 현안들이 있다. 비정규직 법안과 로드맵이 그것이다. 현 정세를 어떻게 바라보나?

김창근 : 우리는 정부에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가 정부안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프레시안〉 : 하지만 정부가 정부안을 철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히려 노동계가 정부와 협상을 하지 않고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협상을 하고 차악이라도 수락할 것인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 같다.

김창근 : 차악의 법안에 합의해줄 수는 없다. 합의하는 순간 노동진영은 싸울 근거를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차악'을 피하려다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거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게 될 경우에도 합의해주지 않은 민주노총에 책임이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법안을 들이민 정부에 모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실력만큼 싸우고, 싸운 만큼 우리의 요구가 법안에 반영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정파 문제를 이야기해보자.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위기에 빠져든 원인 중 하나가 정파 간의 소모적 갈등이라고 지적한다.

김창근 : 정파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파를 해체하자는 주장은 더 더욱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다만 정파 간에 건전한 경쟁을 하지 않고 밀실에서 주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거나 다수 정파가 패권주의에 빠져드는 것과 같은 정파의 역기능을 해소하면 된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정파인데,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정파 논란은 과장돼 있다.

〈프레시안〉 : 이번 선거가 세 후보 진영 간의 건설적 토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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