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6일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카드 대란'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금융감독원 부원장에 대해 인사조치 권고를 하는 등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전반적인 제도개선 및 처분을 요구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단지 금감원의 감독 소홀만 문제 삼았을뿐, 카드대란의 '근원'을 제공한 재경부에 대해선 '정책의 불가피성'을 이유로 면죄부를 줘, 형평성을 상실한 지적이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다. 더욱이 감사원은 향후 대책과 관련, 재경부 주장대로 현재의 금융감독기구를 대폭 정부기관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감사원이 카드 감사를 계기로 도리어 재경부의 권한 확대를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감사원, "카드 대란은 감독 소홀 책임"**
감사원은 총평을 통해 "정부는 IMF 경제위기를 맞아 내수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와 상거래 투명성 제고를 통한 세원확보 등을 위해 신용카드 관련 각종 규제를 폐지하는 등 카드 사용을 권장하는 정책을 추진했다"며 "그러나 이 과정에서 카드사의 신용조회 소홀로 인한 카드 남발, 과도한 자금차입에 의한 현금대출 및 결제능력을 초과해 사용한 카드 이용자들의 무분별한 카드 사용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 등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어 "그동안 누적됐던 문제점들이 2003년부터 한꺼번에 표출돼 신용카드사 부실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위기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재경부에는 면죄부**
감사원은 그러나 이러한 위기를 초래한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에 대해서는 "내수진작 및 세원확보 등 거시적 국가경제 측면에서는 신용카드 규제완화 및 사용촉진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밝혀, 사실상 재경부에는 면죄부를 안겨줬다.
이는 99년 '5.4대책'을 통해 경기부양 차권에서 종전의 카드 현금서비스 한도 70만원을 '무한대'로 허용, 카드사들이 현금 서비스 한도를 1천만원까지 확대함으로써 카드대란의 원초를 제공한 재경부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어서, 감사원 카드 감사의 신뢰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다만 "이와같은 정책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사전예방 감독시스템과 효율적인 신용평가 및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며 "아울러 금감원에서 독점하고 있는 금융정보를 유관기관이 상호 공유하며 문제점을 조기에 파악해 건전성 강화 조치를 제때에 시행했더라면 신용카드사의 부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고 카드사 부실 책임을 감독기관의 감독 소홀 책임으로 결론지었다.
감사원은 더불어 "금융 정책 실패의 제발을 막기 위해서는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규제개혁위원회 등 금융감독 관련기구의 권한 조정 및 통폐합 등 감독기구의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내수진작과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카드 사용을 권장해 2조원의 세수를 확보하는 결과를 낳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있었으며 부정적인 문제는 당시 감독 기능의 책임이 크다"며 "정책 입안자에게 책임을 물을 경우 자칫 경직될 수 있으므로 정책입안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 카드의 경우 책임을 물을 만큼 중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 "금융감독기관 일원화하라"**
감사원은 특히 부실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현행 금융감독기구를 정부기구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평소 같은 주장을 펴온 재경부에 노골적으로 힘을 실어주었다.
감사원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민간 금융감독기구가 유리하다는 주장이 있으나 금융감독업무의 합법성과 책임성 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결되는 인.허가, 제재조치, 강제조사 등 공권력 행사를 민간기구인 금감원에서 법적근거 없이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감사원은 "민간 감독기구를 정부조직으로 전환하거나 불공정거래조사 등 준사법적 조사업무는 행정기관에서 수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감사원은 "감독기구를 정부조직화할 경우 관치금융 재현, 반(反)시장친화성 논란 등이 예상되나 감독기구 전문직의 민간개방, 특정업무의 민간기구 아웃소싱 등을 통해 논란해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감사원 주장에 대해 금감원 조직원은 물론,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감사원 주장이 관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전윤철 감사원장이 전임 재경부장관이었다는 점이 이처럼 굴절된 감사 보고서를 생산한 한 요인이 된 게 아니냐는 의혹어린 눈길도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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