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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안경 쓴 외교관들, 리비아를 몰라도 너무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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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안경 쓴 외교관들, 리비아를 몰라도 너무 몰라!

[서정민의 '인샬라 중동'] 국정원 직원 추방 사건, 왜 일어났나

한국과 리비아의 관계가 중대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난달 리비아 주재 한국 대사관 정보담당관이 추방됐다. 또 리비아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인 선교사가 체포돼 현재까지 구금중이다. 리비아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또 다른 한국인 한 명도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리고 한국 주재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 외교관 3명도 전원 철수했다.

이번 사태는 주 리비아 한국 대사관 정보담당관이 리비아 무기체계에 대한 정보와 리비아에 거주하는 북한 노동자의 정보를 수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 대표단은 무기체계 등 리비아 국가정보 수집을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북한 관련 정보 수집을 계속하게 해 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이제 리비아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지난 달 24일 '휴가차' 철수한 리비아 경협대표부 서울 사무소가 8월 초 다시 업무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외교적 갈등으로 리비아에 진출한 우리 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 기업이 리비아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사는 51건으로 약 11조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우리 기업들은 약 3조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앞으로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입찰 준비를 하고 있는 사업의 규모도 6조원이 넘는다.

리비아는 그동안 우리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였다. 이들과 우리가 국교를 수립하기 전인 1978년 이미 대우건설은 벵가지 가리니우스 의대 공사를 수주했다. 그 이래 1991년 리비아 대수로(大水路) 사업에 동아건설이 참여하면서 리비아는 아랍에미리트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에 이어 우리의 네 번째 건설 시장이었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리비아에서 350억 달러 상당의 사업을 담당해 왔다.

리비아의 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해 우리는 대통령 특사까지 파견했고, 정보기관 대표단을 추가로 파견해 사태를 수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측 간 대화와 협의를 통해 사태는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습이다. 아직 완전한 합의가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오해가 있다면 풀고,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아 하루 빨리 마찰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 '리비아 외교 파문'으로 긴급 파견됐던 이상득 의원. ⓒ연합뉴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우리의 대외정책에 문제점이 없었나도 돌이켜봐야 한다. 정보기관 출신 외교관이 정보 수집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느 나라나 이 정도의 활동은 용인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비아가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그동안 쌓여온 서운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우선 우리의 경제중심주의적 대외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리비아의 경우도 그렇다. 우리는 리비아에서의 건설 수주에만 관심을 가졌다.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상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에 여러 대규모 사업을 맡겨왔는데, 한국 측의 리비아 경제 발전을 위한 진지한 협력은 없었다고 필자가 만난 여러 리비아 인사들은 지적한 바 있다.

문화적·인적 교류도 활발치 못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여론의 흐름이 중요하지만 리비아 언론은 한국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문화적 교류를 바탕으로 한 상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리비아는 이미 여러 차례 한국에 서운한 감정을 표명해 왔었다. 한국인의 리비아에 대한 시각에도 불만을 표출하곤 했다. 올해 초 리비아는 민·관채널을 통해 한국 교과서에 리비아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한국 언론에 리비아 지도자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지나치게 많다는 리비아 측의 지적도 있다. 통신이 발달된 21세기에 한글로 써진 기사가 다음날 아랍어로 번역돼 리비아 언론에 등장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현지 언어를 구사하고 정세를 분석할 능력을 가진 외교관이 우리에겐 많지 않다. 일본과 중국, 심지어 북한만 해도 아랍어를 구사하는 대사들이 여럿 중동 국가에 포진해 있다. 그런데 우리는 현지어도 모르면서 외교를 행하고 정보를 수집한다.

특사를 파견해도 정치인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현지 고위급과 오랜 인맥을 쌓은 특사도 마땅히 없다.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 보좌관을 각 대륙 지역별로 두고 있다. 수출과 플랜트 수주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 구조의 특성상 각 지역을 담당하는 차관을 외교부에 두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각 문화권 그리고 국가를 고려한 전문적인 맞춤형 외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각에서는 '통상적인 정보수집'일 수 있지만 현지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여 질 수 있다. 리비아의 정치 시스템과 사회 환경을 들여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는 1969년 무혈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래 41년째 국가 최고 지도자로 있다. 개방 정도에 있어서는 약간 다르지만 북한과 거의 유사한 정치 환경을 가지고 있다. 정권이 아들에게 세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곳이다.

▲ 리비아에서 40년 이상 최고 지도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EPA=연합뉴스

중동 지역 선교에도 유의해야 한다. 외교통상부는 이번 사태와 선교사 그리고 농장 경영인의 구금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한다. 이슬람권에서 선교는 불법이다. 이슬람이 단순히 종교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고 생활 양식인 곳이기 때문이다.

선교는 이슬람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려는 시도라고 간주된다. 이글을 쓰고 있는 7월 30일에도 리비아 언론은 선교 활동을 한 이집트 기독교인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선교를 할 경우 같은 중동인이라도 체포되는 곳이 중동이다. 현재로서는 적극적인 선교보다는 의료, 교육, 사회봉사 등을 통해 특정 종교의 가르침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30년의 우호관계가 위협을 받는 이번 사태를 우리는 적극적으로 그리고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두 나라 간 불편한 관계가 장기화하면 기업들의 피해는 물론, 향후 경제 그리고 문화 협력에도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우리 외교정책의 기조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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