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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국정원 직원 추방…이상득 '설득 외교'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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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국정원 직원 추방…이상득 '설득 외교'도 실패

'정보 미국에도 넘겼나' 의심받는 듯…한-리비아 경협도 위기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국과 리비아 관계에 최근 감지된 이상 기류가 우연이 아니었음이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의 직원이 리비아에서 정보 활동을 하다가 지난달 추방된 사실이 27일 밝혀졌기 때문이다.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가 돌연 영사 업무를 중단하고 리비아 현지에 나간 한국인 선교사가 구금되는 등 최근의 외교적 난기류는 이 '스파이 혐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보활동' 둘러싸고 한-리비아 다른 목소리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추방된 국정원 직원은 리비아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하던 중 리비아 보안 당국으로부터 국가 안보에 위해를 야기했다는 혐의를 받아 구금돼 조사를 받았다. 이 직원은 급기야 지난달 15일 '비우호적 인물(persona non grata)'로 통보를 받고 72시간 내에 출국해야 하는 관례에 따라 18일 귀국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주 리비아 대사관 직원(국정원 직원)의 리비아 내 활동과 관련해 양국 정부간 이견이 발생했다"며 추방 사태는 리비아측의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이 국정원 직원이 어떤 정보를 수집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과의 방위산업 협력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선을 그었지만 원만했던 양국 관계가 뒤틀릴 정도로 민감한 사안에 관련된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리비아 언론들은 한국 정부가 이 첩보 활동 문제와 리비아 경협대표부의 업무가 중단된 사건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과 달리 '리비아가 한국 정부에 항의하는 표시로 대표부 직원들을 철수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리비아가 최근 한국의 대통령 특사에게까지 딱지를 놨다는 점은 심각한 시그널로 읽힌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한나라당)이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대통령 특사로 리비아를 방문했지만 당초 예정했던 최고위층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등 최고위층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리비아 정서를 감안한 특사 파견이었던 만큼 실패에 따른 충격은 더 컸다.

▲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한 이상득 의원(전 국회부의장)이 귀국일인 13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상적인 정보 수집 아닌 듯

이와 관련해 리비아 언론에서는 첩보 활동의 내용이 "리비아 정부 요인에 관한 정보 수집, 카다피 원수의 국제 원조기구 조사, 카다피의 아들이 운영하는 아랍권 내 조직에 대한 첩보 활동" 등이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 리비아에 정보 기관의 직원을 파견해 조사하는 내용은 주로 한국 기업이 현지 사업 계약을 따내도록 돕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리비아에서 카다피 부자와 관련된 내용이라면 금기의 영역이어서, 혹시 이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에 리비아가 강수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리비아와의 마찰이 이명박 정부의 대미 추종 외교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과거 미국의 테러지원국이었으며 여전히 카다피 원수가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리비아로서는, 한국이 리비아 무기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해 그것을 미국에 넘겼을 거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을 위해 정보 당국은 지난 20일부터 리비아에 대표단을 파견해 현지 고위 당국자들과 접촉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아직 리비아로부터 반응이 온 것은 없으며 협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리비아는 지난해 한국이 건설 수주액을 31억달러(21건)까지 따내게 한 대형 건설시장이기 때문에 이번 일로 리비아와의 관계까 틀어질 경우 건설기업·재계에서도 상당한 원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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