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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경주, '핵폭탄 타이머' 재깍재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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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천년고도' 경주, '핵폭탄 타이머' 재깍재깍

[대선후보들은 모르는 원전의 속살·②] 설계수명 종료 월성1호기, 10년 더?

부산과 울산 사이에 원자력 발전소가 6개나 있는 나라. 그곳에 2개를 더 짓고 있는 나라. 인구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과 핵단지가 불과 30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나라. 원자력 발전소 밀집도가 세계 1위인 나라. 바로 한국이다. 그런 나라에서 원전 문제가 하나 둘씩 불거지고 있다. 비리 및 품질검증서 위조와 제어봉 안내관 파손으로 운행이 중단된 영광 3,5,6호기, 20일 수명이 완료되는 월성 1호기, 밀양 송전탑 문제 등.

후쿠시마 사태 이후 국내 여론도 원전에 호의적이진 않다. 그래서일까. 대선주자마다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원전의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거론하는 대선 후보는 아직 없다. 안전하고 값싸다는 원자력의 유혹이 크다. 하지만 원전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 다른 에너지에 비해 값이 싸다는 주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프레시안>은 원전 불패 신화에 가려진 원전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 대선후보들은 모르는 원전의 속살
<1> "부품 빼돌려 지은 원전, 공사자가 무섭다며 이사가기도…"


"동(東)경주 사람이 떼쓰면 돈 다 떼주고…경주 사람의 95%가 시내에 사는데" (경주시내 거주 최상득 씨)
"촌사람도 같이 더불어 살아야지 저그만 시내에 살고 우리는 맨날 몬 산다"(경주 양남면 거주 이순남 씨)


설계수명 종료 월성1호기, 10년 더 운전?

경상북도 경주시는 서울 면적의 2배가 넘는 큰 지역이지만 인구는 약 26만5000여 명에 불과하다. 경주시 양남면에는 올해 들어 4번의 고장을 일으키며 지난 10월 29일에도 고장으로 정지한 월성원전 1호기가 있다. 오는 20일로 월성 1호기는 30년을 맞아 설계수명이 종료된다.

낡은 월성 1호기를 폐기하라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재가동을 주장해왔다. 수명 연장이 허용되면 월성 1호기는 앞으로 10년 더 운전된다.

최 씨가 말하는 '동경주'란 원전에 가까운 경주시의 양남면·양북면·감포읍을 통칭하는 말이다. 원래 월성군에 속해 있었으나 1995년 경주시에 행정 통합됐다. 동경주 주민이 말하는 '경주'란 '경주시내'다. 동경주에서 경주시내까지는 35km 떨어진 탓에 동경주 주민들은 경주에 대한 소속감이 그리 강하지 않다.

'핵시설=지역경제발전'?…한수원 본사 이전 놓고 주민 갈등

경주시내 사람들과 동경주 사람들의 갈등이 불거진 것은 한수원 본사 이전 때문이다. 2005년 정부는 한수원 본사를 양북면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으나 공사는 아직도 진척이 없다. 이 와중에 최양식 경주시장이 한수원을 경주시내로 옮기자고 제안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동경주 사람들은 한수원 본사가 이곳에 지어져 동경주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기피시설 입주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주의 원전은 동경주에 있고 2005년 주민투표를 통해 유치가 확정된 경주방사물폐기장(방폐장) 역시 양북면에 들어설 예정이다.

경주시내와 동경주에서 한수원 본사 유치를 위한 시위가 이어지며 주민 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핵시설=지역경제발전'이라는 공식에 따라 핵시설을 유치하며 시작된 지역 내 싸움이다.

▲ 경주시내에 있는 한수원 임시 본사 ⓒ프레시안(남빛나라)

"길 좋게 해준다고 해놓고 하나 해준 것 없다"

경주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동경주의 양남면으로 가자고 하자 택시기사가 "못돼도 40분은 걸린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가는 길이 매우 험해서 직선으로 뻗은 구간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경주시내와 동경주를 오가는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뿐이다.

양남면에서 슈퍼를 하는 65세 이순남(가명·여) 씨는 오는 길이 험하지 않았냐고 물으며 "길 좋게 해준다고 해놓고 하나 해준 것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1호기를 멈추고 한수원 본사를 여기에다 세우라고 데모까지 했다. 일본처럼 터지면 다 죽잖아"라며 "길이라도 더 좋게 만들어줘야지 길은커녕 마을에 보건소 하나 있는데 그것도 혈압약 타러 가면 맨날 의사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뿔난 동경주 주민 "위험(원전, 방폐장)은 여기, 좋은 건(한수원 본사) 경주시내"

월성 1호기의 노후를 걱정하면서도 이 씨는 "그래도 원전 없으면 우린 다 거지처럼 빌어먹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사태를 보며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절감은 했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원전 시설이 가져다주는 '인구 유입 효과'가 필요하다는 것.

마을 주민 박 모 씨(남·68)도 "위험한 것(원전, 방폐장)은 다 여기다가 가져다 놓고 좋은 것(한수원 본사)만 시내에 가져다 놓으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양남면 풍경. 버스 정류장 뒤에 보이는 건물이 양남면 내 유일한 의료시설이라는 마을 보건소. ⓒ프레시안(남빛나라)

낮은 재정자립도, 원전에 목 매는 이유

경주시내에서 만난 55세 자영업자 최상득(가명·남) 씨는 "동경주랑 싸울 때 나도 시청 본관까지 진입했다"며 "울산, 포항은 돈이 남아돌지만 경주는 재정자립도 25%밖에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경주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기준 24.8%로 전국 하위권이다. 핵시설이 들어온 지 30년인데도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최 씨는 "안전 점검하고 시설을 바꿔서 계속 운영해야 한다"며 "우리가 관광수익이 있느냐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인터뷰 내내 최 씨는 "동경주 사람들이 이기적"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경주의 지역경제가 심각하게 낙후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주의 지역경제가 되살아날 희망은 핵시설뿐이라는 최 씨의 믿음은 매우 굳었다.

택시기사 임 모씨(남·46) 역시 "원전이 아니면 누가 경주에 오느냐"며 "오래됐다고 해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씨는 "게다가 월성 1호기만 없어져도 대한민국 전기 공급에 난리가 날 텐데"라고 덧붙였다.

현재 월성 1호기가 정지 상태이며 국가 전력의 약 0.8%를 담당할 뿐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듯했다.

"젊은 사람은 떠나고, 관광수입은 하락세…견고한 '원전불패' 신화"

경주에서 반핵 활동을 펼치는 사람들 역시 "원전 없으면 안 된다"는 지역주민의 단호한 태도를 잘 알고 있었다. 박철호 경주시민포럼 사무국장은 "경주가 핵의 도시가 아닌, 로마나 아테네 같은 문화유산의 도시로 나아가야 했지만 아무 정책이 없었다"며 "당장 먹고 살기 힘드니까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격"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이것은 경주시민의 잘못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잘못"이라며 "현재 경주시는 젊은 사람들이 다 떠나갔고 관광수익도 꾸준히 하향세니 피폐한 지방 소도시의 입장에선 국책사업이 들어와야 발전한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치러진 방폐장 찬반 주민투표가 박 사무국장의 말을 뒷받침해준다. 당시 경주는 찬성률 89.5%로 찬성률 84.4%의 군산, 79.3%의 영덕 등을 따돌리고 유치 지역으로 선정됐다. 박 사무국장은 "이때 엄청난 부정선거와 금권선거가 벌어졌다"고 회상했다.

당시 경주의 전체 유권자 대비 주민투표 부재자 신고율은 38.13%로 2004년 총선과 2002년 대선의 부재자 신고율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여 논란이 일었다.

박 사무국장은 "한수원이 경주에서 나간다고 경주시가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방폐장 유치지역 특별지원금으로 받은 3000억 원으로 경주시가 기대만큼의 눈부신 발전을 이뤘는지는 의문이라는 것. 경주시는 최근 집행잔액 1500억 원을 모두 사용할 계획을 발표했으나 "시민의 목숨을 담보한 돈"의 사용처를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셌다.

"월성 1호기 사고 나면, 현대차·포스코까지 치명타…한국 산업 마비"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월성 1호기가 후쿠시마처럼 사고가 난다면 반경 30km 지역주민이 소거조치를 당하는데 그 인구가 약 109만 명이며 경주시내까지 포괄돼 중요 문화유산이 다 들어간다"며 "아래로 울산의 현대자동차, 현대미포조선소, 포항의 철광 산업단지까지 포함돼 대한민국 경제의 중추가 흔들린다"고 경고했다.

이 사무국장은 "원전을 모두 멈추자는 것이 아니라 차차 수급조절을 해가며 일단 30년이나 된 월성 1호기부터 없애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짓기만 하는 기형적 구조를 끝내고 이제는 폐로, 폐쇄의 경험을 해볼 차례"라며 "이제까지 일본, 러시아, 미국 등처럼 큰 사고가 안 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 후쿠시마를 기억하라

"원자력은 싸다"?…MB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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