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 국방부가 '중국 군사력 연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군사위협을 부각시킨 데 대해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의 <신화통신>과 <인민일보>는 27일 웹사이트에 논평문을 나란히 게재하고 "과거 보고서들도 그랬지만 이번 보고서 역시 중국의 안보·군사 전략과 군사력을 과장되게 평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논평문은 "이번 보고서는 놀라울 정도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전쟁 억지력과 전투수행능력은 전통적·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맞설 수 있는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직도 멀다"고 주장했다.
논평문은 특히 "서방 선진국과 중국의 군사 능력 차이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이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인권 유린국 및 테러 지원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모욕적이라고 반발했다.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은 중국이 군사 현대화를 위해 더 많은 자원을 공급할 통로를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관영매체를 통한 이같은 중국측의 반응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미국의 '중국위협론'에 대한 강력한 불만의 표시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중국과 미국은 북핵문제 등 국제 위기에 긴밀히 협조해 왔지만 적어도 각자의 군사력에 대해서만은 현격한 인식 차이를 드러낸 셈이다.
한마디로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자국 방위를 넘어 지역패권을 추구하고 있으며 나아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는 반면, 중국은 현재 자국의 군사력 수준이 미국의 잠재적 위협 등에 대비한 자국 방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미 국방부는 25일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력 연례 보고서'에서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둔 중국의 장거리 핵미사일 배치, 위성요격미사일 개발, 중국의 군사비 급증 및 불투명한 지출 등으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 군사력의 확대가 동아시아의 군사력 균형을 변화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고, 중국의 핵군사력 향상이 아태지역 밖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中 군사력 과장은 미국 전략 때문"
한편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의 훙위안 비서장도 홍콩 <문회보>와의 27일 인터뷰에서 "미국의 오판이 오히려 최대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훙위안(洪源) 비서장은 "이번 보고서는 미국의 대(對) 중국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미국 국방 분야 전문가의 사고방식은 오판을 초래, 중미관계의 최대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훙 비서장은 또 "단순히 무기만 보고 이들 무기를 사용, 관리하는 사람은 보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의 군사전략에 대한 미국의 분석에는 수많은 허점이 노출됐고 이는 미국이 중국 군사력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가운데 "중국의 핵 전략이 불필요한 핵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대목도 중국의 선제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과 상대의 공격을 기다렸다 제압하는 후발제인(後發制人) 전략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훙 비서장은 이어 아직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미국이 중국의 군사력을 최대 위협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자국의 군사전략상 목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회보>는 다른 중국의 국제문제 전문가들도 미국이 여전히 냉전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이 현실을 오도하려는 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공격적 군사전략에 대한 '중국의 불안' 감안해야"
군사력 평가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이같은 공방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의 국방 현대화는 단순한 예산 증가 차원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의 선제공격 전략에 따른 새로운 전략 환경을 감안해 포괄적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 소련이 미국과의 군비경쟁 심화로 붕괴하고 말았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핵 공격에 대한 상호 취약성' 개념에 입각해 미국의 핵전력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 능력(second-strike nuclear capability: 미국의 선제 핵공격에서 살아남아 보복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부시 행정부는 '절대적인 안보'를 표방하는 선제공격 전략에 따라 핵무기 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미사일방어망(MD)을 아시아와 동유럽에 구축하며, 우주공간에서의 군비를 확충하고, 중국의 핵 억지력을 약화시키는 등을 군사전략의 기본 목표로 삼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전세계에서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추구하는 전략을 추구하면 할수록 중국으로서는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중미간의 군비경쟁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미간의 무모한 군비경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미국측이 중국의 정당한 안보우려를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 미국의 군사전략에서는 그러한 고려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전년보다 17.8% 늘려 450억 달러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 국방부 보고서는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자료를 인용해 중국의 실제 국방관련 예산은 이의 3배인 125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중국 국방예산에는 외국으로부터의 무기획득, 군 관련 연구개발비 등 상당 부분이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전세계 다른 모든 나라의 국방비를 합친 것만큼을 국방비로 쓰고 있다. 2008 회계연도(2007년 10월- 2008년 9월) 군사예산으로 4841억 달러를 의회에 요청해 둔 상태다. 공식 국방예산만 보더라도 중국의 10배가 넘는 셈이다. 더구나 이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군사비용을 제외한 액수다. 미국의 일부 군사전문가는 미국의 실제 국방비가 1조 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다. 한 마디로 '똥 뀐 놈이 성 내는 격'이라고 해야 할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