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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 국내보도, 의도되고 가공된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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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 국내보도, 의도되고 가공된 오보"

이철기 교수 주장, “정보 앞뒤 난도질하며 확대재생산"

한때 한반도를 긴장시켰던 지난 4월과 5월의 잇따른 북한 핵실험 준비설 보도에 대해 이철기 동국대(국제관계학과) 교수가 “의도되고 가공된 오보”라고 주장했다.

***美언론, 북핵 준비설 제기했다 ‘정보조작설’로 급선회**

이 교수는 9일 오후 남북언론교류협력위원회 재결성을 기념해 열린 토론회에서 국내 언론에 북한 핵실험 준비설이 처음 등장한 지난 4월 25일자부터 5월 24일자까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등 5개 일간지의 보도태도와 논조 등을 중심으로 한반도 위기설의 진위를 점검해 봤다.

이 교수는 우선 국내 언론보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외국언론, 특히 미국언론의 보도내용과 문제점을 되짚어본 결과 “북한 핵실험 준비설은 미국언론들의 보도와 일본 언론들의 부채질, 그리고 국내 보수언론이 이를 받아 부풀리고 과장 보도해 증폭되는 북한 관련 보도의 전형적인 태도가 드러났다”고 결론내렸다.

북한 핵실험 준비설이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지난 4월 22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의 인터넷판.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시 기사에서 익명의 미국 고위관료 말을 인용해 “미국정부가 북한이 곧 핵폭탄 실험에 들어갈 것임을 중국에 경고했다”고 보도했고, 이는 <워싱턴포스트>가 다시 23일자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잇따른 한국, 중국, 일본 방문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이 교수는 “하지만 이들 미국언론들은 한결같이 기사 끝에 이러한 정보의 불확실성과 진짜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은 이후 <뉴욕타임즈>가 5월 6일자에서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에서 지하 핵실험 준비 징후가 포착됐다”는 보도를 내보내면서 다시 불붙는 듯 했으나 <뉴욕타임즈>는 3일 뒤인 8일자 ‘Tug of War: Intelligence vs. Politics’(주도권 다툼: 정보 대 정치) 제목의 기사에서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정보가 왜곡됐던 것처럼 북한의 핵실험도 부시행정부 관리들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朝日新聞)도 9일자에서 미국의 정보조작설에 가세했다.

***“조선일보, 미 정부와 합작해 정보조작한 의혹 짙어”**

하지만 국내 보수언론은 이같은 미국언론의 보도를 바탕으로 정보의 앞뒤를 난도질하며 확대재생산에만 골몰했다는 게 이 교수 주장이다. 선두는 한 달 동안 무려 40꼭지의 관련보도를 생산해 낸 조선일보였고, 중앙일보(26꼭지)와 동아일보(19꼭지)도 여기에 힘을 보탰으며 한겨레신문(13꼭지)과 경향신문(14꼭지)은 상대적으로 비중을 작게 두면서 용어에 있어서도 북한 핵실험의 기정사실화를 피하려 노력했다고 이 교수는 진단했다.

조선일보는 미국언론의 북한 핵실험 준비설 보도 이후 지난 4월 25일자부터 매일 관련기사를 하루 평균 2~3꼭지, 많게는 6꼭지를 지면화할 정도로 열을 올렸다. 이 교수는 “조선일보는 25일자 첫 보도에서부터 마치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설을 시인하고 한미간에 긴밀한 논의가 시작된 것처럼 제목을 뽑았고, 27일자 사설에서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발언내용까지 침소봉대하며 의도적인 왜곡 보도태도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또 “심지어 조선일보는 5월 6일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앞서 3일자부터 연속해서 함경북도 길주를 핵실험 예상지역으로 일찌감치 지목하며 북한의 핵실험을 기정사실로 몰아갔다”며 “이는 미 정부당국이 조선일보에 정보를 흘리고 이를 외신이나 외국언론이 받아쓰도록 한 뒤 다시 조선일보가 확대재생산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조선일보는 이후 <뉴욕타임즈>가 미 정부의 정보조작설을 제기했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고 있다”며 “실제로 조선일보는 <뉴욕타임즈>의 ‘길주 핵실험 장소’ 보도는 받아쓰면서도 정보 조작설은 무시했으며, 나아가 9일자에서는 국내 보수성향의 전문가 10인 인터뷰를 실으면서 핵실험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위해 결과를 조작한 흔적까지 엿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 일부 글 ‘한국적 네오콘’, <동아>는 <조선> 따라가다 패착”**

이 교수는 중앙일보의 북핵 준비설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신중함과 변화의 조짐이 보였지만 결론적으로 여전히 한계를 못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중앙일보는 북한의 핵실험 여부에 대해 조선일보와는 대조적으로 처음부터 신중한 접근태도를 보이기도 했다”며 “그러나 문창극 논설주간이 쓴 5월 3일자 칼럼 ‘북핵 방황을 끝내라’에서는 한국적 네오콘의 냄새를, 그리고 9일자 사설 ‘북핵사태, 우리정부는 속수무책인가’에서는 친미·반북적 성향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혹평했다.

이 교수는 동아일보의 보도태도에 대해서는 “애초 차분했던 반응이 5월 6일 <뉴욕타임즈>의 ‘길주 핵실험 준비 징후 포착’ 보도 이후 조선일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왜곡과 과장, 부풀리기에 앞장을 서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특히 17일자에 실린 이재호 논설실장의 칼럼 ‘미국 압박하는 게 무슨 유행인가’는 맹목적인 친미주의와 북한에 대한 편견, 그리고 사실왜곡 등 동아일보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결론에서 “국내 메이저신문들의 안보상업주의는 단순히 그 자체의 폐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미국 내 강경파들의 의도에 놀아나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고, 나아가 국가이익을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일”이라며 “이 시점에서 국내 언론계는 메이저신문 사주와 편집국 간부들이 지니고 있는 지독한 편견과 외신에 대한 맹종, 미국적 시각에 대한 매몰 등을 뛰어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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