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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초등교장, 급식업체서 김치까지 ‘공짜’ 상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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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초등교장, 급식업체서 김치까지 ‘공짜’ 상납

급식업체 등 5곳서 각각 수백만원 받아, 내부고발로 들통

서울 용산구에 있는 K초등학교 교장 L모씨(62세)가 수 년 동안 이 학교에 급식재료를 대고 있는 4곳의 업체로부터 각각 수백만원의 뒷돈을 받아오다 적발돼 해임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L씨는 이밖에 가구업체 D사로부터 1백여만원의 뒷돈을 받았는가 하면, 심지어 식재료 납품업체인 D사로부터 매달 김치 5㎏을 집으로 배달받아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 제보 한 달 지나 해임 처분 결정**

서울시교육청과 용산지역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L씨는 학교급식 납품업체들로부터 수년 전부터 우유, 채소, 수산물 등을 납품받는 대가로 각각 수백만원을 받아왔다는 것. 구체적으로 수산물 공급업체인 A사는 1백만원을, 우유 공급업체인 S사는 2백만원, 야채 공급업체인 S사는 1백만원을 L씨에게 리베이트 명목으로 건네 왔다.

이같은 사실은 K초교 내부 관계자가 지난 3월 국무총리실에 공직자부조리 고발 형식으로 관련 사실을 제보하고, 뒤이어 시교육청이 감사에 나섬에 따라 밝혀지게 됐다. 시교육청은 지난 4월 27일에야 뒤늦게 징계위원회를 열어 L씨에게 해임처분을 내렸다. L씨는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임할 예정이었다.

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10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L씨의 비위사실이 국무총리실, 교육인적자원부를 거쳐 시교육청으로 이첩됨에 따라 관련 사실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수수금액이 수백만원에 불과해 해임 처분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해임처분 납득 불가, 형사고발할 터"**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시교육청의 처사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L씨가 급식업체는 물론 가구업체에게도 뒷돈을 받아 왔고, 더군다나 김치까지 집으로 배달받아온 점에 비추어 보면 금품수수가 상습적으로 이뤄져왔을 것으로 짐작됨에도 정밀조사를 기피하고 액수의 많고 적음을 따져 파면이 아닌 해임 처분을 내린 것은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이 짙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L씨가 시교육청의 해임 처분 결정 뒤에도 지금까지 K초교의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시교육청의 '징계업무처리규정'에 따라 징계가 내려지면 15일 이내에 이를 집행토록 돼 있어 12일까지는 L씨가 K초교의 교장으로 재직할 수 있다"며 "수천만원, 수억원을 받는 사람들도 있는 마당에 수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인해 파면까지 당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안일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시교육청의 이러한 태도는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하는 L씨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얼마 전 같은 중부교육청 산하내부고발자인 박모씨가 성희롱 혐의만으로 즉각 파면된 것과 비교해 보면 여러모로 형편성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용산지역 시민단체들은 12일 오전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씨를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교장이 금품을 받는 동안 어린 학생들이 매일 먹는 급식의 질은 저하됐고, 더불어 집단 식중독 사태의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었다"며 "교육현장을 책임지는 교장이 이같이 부도덕하고 법의 심판을 면치 못할 죄를 저질렀다는 것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 "시교육청 또한 지난 3월 제보된 내용을 쉬쉬하다가 이제야 해임 처분을 내린 것은 '봐주기 징계'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용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앞으로 이러한 급식 납품비리의 근절과 학교급식의 질 개선을 위해 '용산구학교급식비지원조례'를 비롯한 각 지자체 학교급식비지원조례 제정운동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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