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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라고 내몰았으니 정말 죽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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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라고 내몰았으니 정말 죽어주겠다”

[현장] 신문지국장들, 신문협회서 무기한 단식농성

“지난해 4월 본사에 들어갔더니 난데없이 지국(센터)을 내놓으라고 하더군요. 자기들 맘대로 자동이체 구독자에게 신문구독료를 내려준다고 해놓고 우리한테는 본사 납입 신문대금을 종전대로 내라는 거예요. 어디 운영이 됐어요? 그래 못 내겠다고 하니 13년 동안 가꿔온 지국을 하루아침에 본사 직원 40명을 동원에 강제로 빼앗더군요. 이젠 신문만 봐도 치가 떨립니다.”

얼마 전까지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중앙일보 중계센터를 운영해 왔던 문길상씨는 당시 “앉아서 생계수단을 빼앗길 수 없다”는 생각에 분신을 결심하고 석유까지 준비했지만 아내와 자식들이 눈에 밟혀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노비문서와 같은 약정서 탓에 하루아침에 알거지”**

문씨가 중계동에서 신문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1년이었다. 당시 이 지역의 중앙일보 구독자 수는 모두 합쳐야 1백50부가 채 못 될 정도로 극히 미비했다. 문씨는 악착같이 노력한 끝에 얼마 뒤 4천부까지 부수를 확장했고, 그동안 알고 지내온 지인에게 2천부를 뚝 떼 주어 별도의 센터를 운영하게 할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신문판매시장은 나날이 치열해져 갔고, 급기야 구독자 감소추세를 더 이상 따라 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문씨는 본사에서 연 5%로 꾸어주는 신문 확장 융자금을 얻어 재기를 노렸지만 이미 기울어진 대세를 어쩌지는 못했다. 그러는 사이 본사는 하루만 늦어도 득달같이 연체이자를 물려가며 원금을 회수해 갔다.

“제가 센터를 빼앗기기 전에 본사에 내야할 신문대금(지대)은 매월 1천4백만원이었어요. 그런데 본사에서 센터를 접수해 가자마자 매월 지대가 3백70만원으로 떨어지더군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메이저신문사가 직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이같이 부도덕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겁니다.”

문씨와 같은 사연을 가진 이들은 더 있다. 중앙일보 노원북부센터를 운영해온 진효언씨는 2003년 12월 말 기준으로 모두 2천5백40부를 유지해 오다가 계속 구독자 수가 감소, 지난해 10월 본사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데 이어 11월에 다시 최고장을 받고 약정 해지를 당해 센터 인수 당시 투자했던 보증금마저 잃게 됐다. 한번 올라간 부수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불평등한 약정서 때문이었다.

횡포에 가까운 약정서의 위력은 중앙일보 경남 거제 장승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순아씨가 2002년 7월 센터 인수 당시 썼던 각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중앙일보 고객서비스 본부장 앞으로 돼 있는 이 각서에는 “상기센터를 인수해 운영 중 자진반납 또는 본사의 약정서 위반 등으로 센터운영이 불가능한 경우, 또 인수시점에서 인수 받은 구독부수를 유지하지 못하고 역성장한 경우에 역성장한 부수에 대해 부수 권리금의 5배를 권리금에서 공제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참다못한 전직 신문지국장 5명은 결국 4일 오후 한국신문협회(회장 장대환·매일경제신문 회장)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공정위, 불법판촉 배후 '본사 직권조사' 반드시 실시해야"**

이들은 단식농성에 맞춰 발표한 성명서에서 “현행 신문고시에는 본사와 지국의 권리와 자격을 동등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이른바 메이저신문사들은 이러한 법 조항을 무시하고 지국들의 정당한 권리와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이제라도 정부당국이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신문판매와 거래행위를 일삼는 신문사들에 대해 즉각적인 직권조사를 벌일 것을 촉구하며 목숨을 건 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공정위는 불평등 약정서를 당장 폐기하고 표준약관을 만들도록 요구해야 하며 △사법부는 사회적 약자 보호 차원에서 신문사-지국 사이의 분쟁에 대해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하고 △본사의 판촉강요에 의한 지국들의 신문고시 위반 행위에 대한 위약금은 본사가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지국장들이 단식농성에 들어가자 언론 현업·시민단체들의 집합체인 언론개혁국민행동(공동대표 김영호·이명순)도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국민행동은 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1일부터 불법 무가지와 경품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도가 실시되고 있음에도 거대 신문사들은 약정서를 내세워 일선 신문지국들에게 불법판촉을 하도록 유형무형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따라서 공정위는 이들 신문사들에 대해 즉각적인 직권조사에 들어가야 하고, 한편으로 불평등 약정서의 폐기와 함께 연간 구독료의 20% 이내에서 경품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 신문고시 또한 개정해 경품제공 행위를 일절 금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신문사들은 불공정거래행위가 적발 될 때마다 ‘지국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발뺌해 왔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부수 확장치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본사의 횡포가 존재하고 있다”며 “이는 조선일보 본사가 한 지국에 매달 내려 보낸 판매장려금 내역(사진 참조)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는 만큼 공정위의 본사 직권조사는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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