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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재벌 편에 선 방송위원들, 물러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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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재벌 편에 선 방송위원들, 물러나야"

[공개서한] 언론노조위원장이 노성대·이효성·성유보 위원께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가 지난 19일 위성DMB(이동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지상파재전송 문제에 대해 "지상파사업자들의 자유 판단에 맡기겠다"고 결론을 내린 것과 관련,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프레시안>에 공개서한을 기고해왔다. 신 위원장은 이 서한에서 노성대 위원장을 비롯한 핵심 상임위원들이 통신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해석하고 이들의 전원사퇴를 촉구했다.

<프레시안>은 방송위 또는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측의 반론이 있을 경우 이도 적극 반영해, DMB 등 뉴미디어매체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 편집자주

***방송위원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여러분! 특히 노성대 위원장, 이효성 부위원장, 그리고 성유보 위원께 드립니다. 지난 4월 19일 이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 글을 올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패전한 장수(敗將)는 말이 없어야 하는데 이런 글을 올리게 된 점을 너그럽게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년 동안 어려운 조건 속에서 한편으로는 개별 방송사의 생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방송 전체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그동안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백컨대, 이제야 그동안 노심초사했을 상임위원 여러분의 노고를 제대로 알 것 같습니다. 대단히 역설적이게도 지난 4월 19일 전체회의를 통해 방송위원회가 시청자와 수용자의 권익과 우리 방송의 미래를 고려해 달라는 저희들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하고 통신사업자의 돈벌이 수단 이상도, 이하도 아닌 위성DMB에 대한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사실상 허가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고 저희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방송위원회의 여건이나 실제 위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방송위원회와 상임위원들의 역할에 대한 저희들의 기대와 요구가 너무 높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입니다. 그러니 패전지장이 될 수밖에요. 저희가 참으로 어리석었지요?

언론계에서 20년 이상 몸담아 왔고, 거기다 언론노동조합이라는 단체까지 맡아 방송을 어깨너머로나마 몇 년 동안 지켜보아 왔다는 사람이 방송위원회와 상임위원들이 처한 현실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일부 위원·간부, '통신재벌' 이익대변 모습 보며 희망 꺾어"**

평소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어느 비상임 방송위원께서 상임위원이 전체 방송위원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방송위원회 구조와 역할, 그리고 사무처 일부 간부들의 행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우연히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다섯 분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하고 계시지만 어떤 때에는 보도자료 토씨나 교정을 놓고 시름하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하는지….(중략) 그래도 방송위원은 사무처 일부 간부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방송위원회 전체회의가 끝나면 (회의를 위해 방송위원 전원에게 배포했던)자료를 '대외비'라며 회수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다음날 보면 바로 그 자료가 사업자 손에는 들어가 있는 경우를 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에도 저희는 방송위원회에 대한 마지막 한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지난해 지상파방송사 재허가 추천 심사 과정에서 한 지역민방사가 설립 허가를 받기 위해 일부 정치인과 당시 방송위원회 일부 위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송사도 상당수 정치인들에게 정치후원금 등을 제공한 의혹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며 제대로 조사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요구를 사실상 묵살하는 모습을 보고도 방송위원회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았습니다.

지상파방송 재전송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막바지를 향해 치달을 즈음인 불과 몇 주일 전 방송위원회가 누가 봐도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처럼 보이는 '이동멀티미디어 방송을 위한 지상파방송 콘텐츠 활용방안' 이라는 긴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 때에도 여전히 '설마'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토론회 시작에 앞서 아직 방송위원회가 재전송 문제와 관련, 어떤 입장을 결정한 바 없다는 취지의 성유보 상임위원의 인사말의 여운도 채 가시기 전에 마지막 지정토론자로 나온 방송위원회 위성방송부장은 누가 들어도 통신사업자의 편을 드는 발언을 당당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정보통신부의 높은 통신요금 정책 덕분에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매년 천문학적인 당기순이익을 내는 통신사업자가 막대한 자금을 뿌리며 국회와 정치권은 물론 학계마저 무차별적으로 로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저희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은 굳이 방송법 제1조를 들먹이지 않았더라도 방송의 독립,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키기 위해 설립된 방송위원회가 시청자와 수용자의 권익은 최소한 고려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4월 19일 방송위원회가 내린 결정은 시청자와 수용자의 권익은 안중에도 없는 결정이었다는 것을 부인하시지는 않겠지요? 이제 이 땅에 방송 수용자와 시청자의 권익을 지켜줄 수 있는 기관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방송위, 19일 결정은 스스로에 대한 '사망선고'**

저희가 이번 방송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분노와 실망을 억누를 수 없는 보다 더 심각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방송통신구조개편과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등을 앞두고 이 땅에서 방송의 독립,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키고 구현할 수 있는 기관으로서 방송위원회는 스스로 사망선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정보통신부는 우리나라 정부기관을 통틀어 각종 인허가권과 천문학적인 예산과 자금(정보화촉진기금), 그리고 엄청난 전문연구 인력 등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유일한 기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보통신부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통신사업자의 이익을 지킬 수밖에 없는 구조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부에게서 방송의 독립,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키는 일을 기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방송통신구조개편과정에서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배경으로 방송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통신사업자들과의 한 판 싸움에서 방송위원회가 스스로, 제대로 된 위상을 찾을 수 있는 수단과 무기가 무엇인지 세 분 위원께서는 너무나 잘 알고 계시겠지요.

방송위원회가 정보통신부처럼 막대한 자금이 있습니까? 아니면 충분한 전문가와 연구 인력이 있습니까? 외람되지만 저희가 보기에는 방송위원회가 정보통신부와 통신사업자를 상대로 제 위상을 찾기 위해서는 오직 국민과 수용자의 권익을 지켜내겠다는 방송위원들의 확고한 의지와 철학, 그리고 사무처 산부들의 높은 도덕성 말고 어떤 무기가 있겠습니까?

저희가 정당한 방법은 아닌 줄 알지만 방송위원장실을 점거해서라도 마지막 호소를 전달한 것도 국민과 수용자의 권익과 방송의 미래를 위한 충정과 믿음 때문이었다는 것만은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때 노성대 위원장 사무실을 나오기 전에 위원장께서 수용하겠다고 약속한 저희들의 세 가지 요구사항을 기억하시겠지요. 첫째, 지난해 10월 이후 단 한차례의 토론회, 그것도 최근에 와서야 열린 공식토론회 외에는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가 없었으므로 공청회 내지 토론회를 추가로 두 세차례 열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둘째, 위성DMB와 지상파DMB가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전국망 구축과 단말기 보급 등 제반 조건을 고려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셋째, 일부 사무처 간부들이 통신사업자의 편을 드는 언행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으므로 사무처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4월 19일 결정으로 방송위원회는 국민과 수용자의 마지막 기대를 버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노성대 위원장, 이효성 부위원장, 그리고 성유보 방송위원이 먼저 방송위원회를 떠나야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핵심 상임위원, '국민배반' 책임지고 자진사퇴해야"**

외람되게 말씀드리면 방송위원회가 아무리 회의체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누가 봐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세 분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을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세 분이 더 이상 방송계에서 하실 일은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위원회가 당당히(?) 내린 결정에 대해 당당하게 책임을 지고 세 분이 방송계를 떠나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미 보여주신 것만으로도 세 분은 우유부단, 좌고우면, 정치권과 통신사업자 눈치보기, 적당주의와 아마추어리즘 등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임기를 채우려다 후배들에게 볼썽사나운 봉변까지 당하시는 일만은 벌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래도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언론계 후배가 눈물을 머금고 마지막으로 드리는 충정으로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제 방송을 권력과 (통신)자본으로부터 지켜내고 국민과 수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은 온전히 저희 방송노동자, 언론노동자들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저희들은 이같은 목표를 위해 상대가 누구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줄기차게 투쟁할 것입니다. 두서없는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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