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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조, “정사장 29일까지 퇴진 안하면 강제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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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KBS노조, “정사장 29일까지 퇴진 안하면 강제퇴진”

KBS기자협회-PD협회는 "퇴진 반대", KBS 내부갈등 심화

KBS의 '노조회의 불법도청’사건과 관련, 노조는 오는 29일까지 정연주 사장이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강제퇴진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KBS 기자협회와 PD협회 등은 반대입장을 밝히는 등, KBS 내부가 정 사장 퇴진을 놓고 팽팽한 대립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노조 “29일까지 자진사퇴 안하면 강제퇴진운동”**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진종철)는 지난 24일 오후 긴급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번 불법도청 사건에 대한 후속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집행위원들은 현재 KBS가 처한 환경과 대외 이미지 등을 고려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으나 결국 정 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쪽으로 최종 의견을 모으고 25일자 노보특보를 통해 이를 공식 천명했다.

KBS본부는 특보에서 “대부분의 집행위원들은 이번 사건이 공영방송 KBS의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만큼 정 사장의 퇴진은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안타깝지만 정 사장의 퇴진은 한국 대표 공영방송으로서의 자존심과 공영성을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KBS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이어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한국 대표 공영방송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계속 남아주길 원한다면 정 사장은 이제 명예로운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며 “정 사장이 노조의 정중한 요구를 묵살하고 다시 한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노조는 KBS의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KBS 기자협회·PD협회 “사퇴 반대” 성명**

반면에 KBS 일부 직능단체들은 노조의 정연주 사장 퇴진 요구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KBS 기자협회(회장 윤석구)는 25일 오후 <노사의 극단적 대립을 경계한다> 제하의 성명서를 통해 “노조가 진상조사를 충분히 하지도 않고 기자회견부터 열어 폭로함으로서 그 의도와 상관없이 공영방송 KBS의 전체 이미지를 훼손하고 말았고, 결과적으로 평소 KBS를 공격하는 외부세력에 더 없이 좋은 기회를 주고 있다”며 “노조는 지금이라도 감정적 대응방식을 접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보다 신중하게 묻는 과정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PD협회(회장 이강현)도 같은 날 성명에서 “조합원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사장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대응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노조 집행부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언론 유관단체들의 반응도 '온도차'**

언론 유관단체들의 반응도 약간씩 엇갈리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는 25일 성명을 통해 "충격! 그 자체다. 군사정권하도 아닌데 어떻게 불법적, 원시적, 시대착오적,전근대적 노무관리 방식이 공영방송 KBS에 아직도 살아남아 있다는 말인가"며 "그것도 군사정권 시절, 총칼에 해직돼 인신의 자유마저 박탈당했던 민주인사가 사장으로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라고 질타했다.

언론노조는 "이번 사건이 회사측의 해명대로 전적으로 직원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정연주 사장은 그 책임을 결코 면할 수 없다"며 "정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KBS의 개혁을 외쳐왔으나 진정으로 제대로 된 개혁을 진행했다면 어떻게 이 같은 시대착오적 노무방식이 KBS 내부에 살아남아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만약‘통치’의 편의를 위해 애써 눈감았다면 그것은 정 사장 개혁의 자가당착"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KBS사측은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또한 이에 앞서 정연주 사장은 KBS의 대표로서 시급히 피해 당사자인 언론노조 KBS본부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공영방송 KBS에 대한 불신감을 가졌을 국민들에게도 뼈를 깍는 심정으로 직접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사장이 이번 사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민언련은 이날 논평을 통해 "노조회의를 도청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만큼 철저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노조의 정연주 사장 퇴진요구와 관련해선, "우리는 이번 사건을 두고 정연주 사장의 직접적인 개입정황이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노조가 '자진 사퇴'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고 본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언련은 "KBS 노조가 정연주 사장의 '개혁' 노선에 반대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노조의 이런 대응은 '정치공세'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KBS 노조가 이 사태에 현명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회사측, 관계자 문책 보류하고 정밀 진상조사 착수**

노조측이 ‘자진사퇴’ 카드를 내놓자 회사측은 곤혹감 속에 일단 안팎의 여론추이를 세밀히 살피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 사장의 한 측근 관계자는 “원래 KBS 노-사는 그동안의 앙금을 씻기 위해 지난 24일 오후 5시 노사협의회를 재개해 통 큰 단결을 도모할 계획이었지만 뜻밖의 사건이 터져 모든 것이 어그러지고 말았다”며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지만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회사가 취할 카드가 별로 없다는 것”이라고 난감해 했다.

이 관계자는 또 “회사측은 24일에 이어 25일 오전에도 안동수 부사장 주재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여부를 논의했으나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일단 이를 보류한 상태”라며 “이는 속전속결로 당사자를 징계할 경우 오히려 ‘책임 회피’라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점점 복잡하게 전개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KBS직원들의 심경은 착잡해 보였다.

보도국 한 중견 기자는 “회사측은 사건 발생 직후 ‘노무팀 직원 개인의 과잉 업무의욕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설득력이 부족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그렇다고 해서 정 사장이 조직적으로 이를 지시했거나 또는 방조했다고 보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만큼 보다 세밀하게 진상조사를 벌인 뒤 불법도청 당사자에게는 중징계를, 그리고 지휘책임을 물어 노무팀장과 경영본부장을 문책하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합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사정보국의 한 중견PD는 “이번 사건은 애초 정 사장이 지난 직제개편 단행 과정에서 노무팀과 같이 구태스러운 조직을 그대로 존치시켰기 때문에 벌어진 ‘자가당착’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따라서 노조도 정 사장 퇴진에 매진하기보다는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KBS 내부를 구조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KBS는 이번 사태가 조기에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내달 임시국회가 열리면서 이 문제가 정치권으로 옮아가면서 정치쟁점화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미 한나라당이 이날 논평을 통해 정연주 사장 퇴진을 압박한 상태이며, 지난해 KBS의 6백억대 적자 등으로 정 사장이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을 게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KBS에게 4월은 '잔인한 4월'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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