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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정당 가입·활동 제한한 사규는 잘못”

제주지노위, “헌법상 자유가 우선” 부당징계 결정

지난 17대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 선대본부장을 맡아 지역에서 유세 지원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회사측으로부터 정직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던 강봉균 전 전국언론노조 제주MBC지부 위원장에게 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징계’ 결정을 내려 파장이 예상된다.

***제주지노위, “선거관계법에 따라 정치활동 가능”**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강 전 지부위원장이 지난 5월 7일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부당징계 구제신청과 관련해 “사원들의 정치활동 금지를 규정한 사규(취업규칙)를 이유로 정직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징계에 해당한다”는 명령서를 지난 4일 회사측에 전달했다.

강 전 지부위원장은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을 겸임하면서 지난 4.15 총선 당시 민주노총의 적극 연대 방침에 따라 민주노동당 제주선대본부장을 맡아 활동했다.

제주지노위는 명령서에서 “구 노조법 12조는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시켜왔으나 현행 노동관계법은 이를 삭제해 선거관계법 등이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정치활동을 얼마든지 가능하도록 했다”며 “따라서 사규상의 이유로 이를 징계한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제주지노위는 특히, 제주MBC 취업규칙 6조 4호 ‘직원의 정당 가입 금지’ 조항과 관련해 “방송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정당법 6조 ‘누구든지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있다’는 조항에 위배됨이 인정되고, 정치활동 금지 또한 방송의 공정성 내지는 정치적 중립성, 공익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규로서 제한할 필요성은 인정되나 그 제한하는 정도는 헌법상 보장되는 정치활동 자유의 본질을 침해서는 않는 범위, 다시 말해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며, 사규의 해석 또한 제한적, 소극적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제주지노위는 강 전 지부위원장이 제기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이유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노동계 “환영”, 사규 개정 요구 거세질 듯**

제주지노위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노동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지난 5일 성명을 내어 “강 전 지부위원장은 민주노총 제주지역 본부장으로서 민주노총의 방침에 따라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정당의 원내 진입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회사는 이를 이유로 잘못된 징계를 내렸다”며 “언론노조는 이번 제주지노위 결정이 언론 종사자들의 정당 가입을 가로막고 있는 각 언론사 사규, 취업규칙을 고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또 “한국 언론의 경우 정론직필, 불편부당의 언론관과 군부독재 시절의 언론탄압 등이 결부되면서 언론 종사자들 스스로도 특정 정당에 가입하길 꺼리는 정서가 분명히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그런 분위기나 정서를 떠나 잘못된 사규는 고쳐져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도 5일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모든 언론사에 일반화돼 있는 ‘정당가입 금지 및 정치활동 금지’ 취업규칙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언론사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정치활동 자유를 확대·보장하고, 또 수구기득권의 정치권력을 철저히 감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결정”며 “부당징계 결정이 내려진 만큼 강 본부장에 대한 원상회복과 함께, 사규 개정 논의 등 이에 부합하는 합당한 조치들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지역언론노조협의회(의장 김효철)는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공정언론 등 언론의 기계적 중립성 속에 가려졌던 노동조합, 특히 언론노동자의 정치활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본다”며 “이미 신문·방송 매체는 선거시기마다 선거보도준칙제정 등을 통해 편파보도의 우려들을 제거해 가고 있는 만큼 언론노조의 정치활동을 편향된 시각에서 볼 문제만은 아니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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