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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문학 교수 78명도 "파병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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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문학 교수 78명도 "파병 철회해야"

"이라크전은 미국 건국이념 배반한 역사의 오점"

국내 대학에서 영미문학 등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들이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에 반대한다는 입장과 함께 현재 파병돼 있는 서희·제마부대 또한 철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놔 주목된다.

***"한국 국익, 미국 국익과 막연하게 동일시 말아야"**

영미문학연구회(공동대표 서강목·오민석 교수, http://sesk.net) 소속 78명의 학자들은 지난 29일 오후 성명을 내어 "우리는 영미권의 언어와 문화를 전공하는 학자로서 김선일 씨 피살 사태에 남다른 위기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을 느낀다"며 "김 씨의 죽음은 그 진상이 철저히 규명돼야 하고, 아울러 관련자 문책과 유족·국민에 대한 정부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이라크전쟁에 대한 국가적 지지 철회 △8월 파병계획 취소, 서희·제마 부대의 조속한 철수 △유엔주도의 이라크재건계획이 수립될 때까지 일체의 군사, 비군사적 개입 중단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압도적인 군사력에만 의지하여 부당한 전쟁을 벌여온 부시 행정부의 세계전략은 우리의 건전한 상식과 도덕감에 어긋날 뿐 아니라 미국의 건국이념을 배반하는 미국역사의 오점이며 양식 있는 다수의 미국시민들을 좌절시키는 정치적 재앙"이라며 "따라서 이런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미국 전체를 적으로 삼는 반미가 아니며,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관계에 위배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또 "이러한 부정한 전쟁에 참여함으로써 우리의 재외국민들과 젊은 병사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우리 헌법의 정신에도 명백하게 위배된다"며 "자유와 인권, 종교적 관용과 평화와 같은 보편적인 도덕적 가치에 반하는 국익이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존재할 수 없으며, 진정으로 유효한 실용적 정책은 우리의 국익을 미국의 국익과 막연하게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공존공영이라는 보다 범세계적 관점에서 우리 국민의 안정적 번영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영미문학연구회가 발표한 성명서의 전문이다.

***<김선일씨 죽음을 애도하며 추가파병을 반대한다>**

이라크 무장단체에 인질로 잡혀있던 김선일씨의 참혹한 죽음은 우리에게 깊은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그의 죽음은 한 개인의 우연한 불운이 아니라 이라크 추가파병이라는 정부의 정책과 관련된 것이며, 자국민이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파병과 관련된 인질범들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거부한 정부의 경솔한 조치와 무관하지 않아 유가족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큰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선일씨가 납치되어 살해되기까지의 자세한 경위는 여전히 의혹투성이지만 이와 관련하여 시시각각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들은 이번의 피랍사태를 다루는 정부의 무지와 무능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더욱이 이러한 무지와 무능은 몇몇 관련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대테러 전쟁과 이라크 침공에 대한 정부의 기본적인 상황인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더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영미권의 언어와 문화를 전공하는 학자로서 이러한 사태에 남다른 위기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며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현 사태를 보는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1. 미국의 대 이라크 전은 명분 없는 침략이다. 9.11 테러로 미국의 수많은 민간인들이 참혹하게 희생된 것은 전세계의 분노와 동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미국시민들의 상처받은 자존심과 울분을 이용하여 부시행정부가 감행한 이라크 침공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미국은 유엔의 명시적인 승인 없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보유와 사담 후세인의 알 카에다와의 연계를 이유로 이라크 침공을 강행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거짓임이 판명되었고, 최근에 발표된 미의회의 공식적인 보고서는 그것을 확인해주었다.

최근 불거진 아브그라이브 교도소의 비인간적인 전쟁포로 학대행위는 이번 전쟁의 부도덕성을 예시하는 생생한 증거였다. 미국은 테러의 근절을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오히려 이라크뿐 아니라 아랍권 전체에서 테러를 확대 재생산했다.

2. 이러한 이라크 전쟁은 테러세력에 대한 응징이라는 단기적 목표의 달성에도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와 이슬람교 문화권간에 불필요한 정치적 긴장과 대립구도를 조성함으로써 신앙의 자유와 종교적 관용을 찾아 신대륙으로 이주해온 그들 조상의 정신적 유산은 물론, 자유와 평등의 정신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미국의 민주주의의 이념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압도적인 군사력에만 의지하여 부당한 전쟁을 벌여온 부시 행정부의 세계전략은 우리의 건전한 상식과 도덕감에 어긋날 뿐 아니라 미국의 건국이념을 배반하는 미국역사의 오점이며 양식 있는 다수의 미국시민들을 좌절시키는 정치적 재앙이다. 따라서 이런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미국 전체를 적으로 삼는 반미가 아니며,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관계에 위배되는 것도 아니다. 부시와 부시 행정부는 임기를 5개월 남긴 실패한 정치인 그룹일 뿐 미국의 전부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3. 국제사회에서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정당성을 상실한 부도덕한 전쟁에 동조하지 않는 것은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와 인권을 소중히 생각하는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이러한 부정한 전쟁에 참여함으로써 우리의 재외국민들과 젊은 병사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는 우리 헌법의 정신에도 명백하게 위배된다.

4. 진정으로 유효한 국제적 연대는 일시적으로 가동되는 배타적인 정치, 군사적 동맹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민주, 평등과 평화, 문화적 다양성과 상호존중과 같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에 입각해야 한다. 맹목적인 폭력에 또 다른 폭력으로 대응하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개전 당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프랑스와 같은 전통적 우방의 지지도 전혀 받지 못했고, 아랍세계 전체의 이슬람교인들을 미국의 적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5. 국민의 안전에 우선하는 '국익'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김선일씨의 애통한 죽음이 생생하게 입증하듯, 우리나라가 미국의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한 우리나라 국민은 세계 어디에서나 이슬람의 적으로 간주될 것이며, 부시행정부와의 단기적인 밀월관계가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노무현정부는 비전투병위주의 재건부대 파견을 명분과 실리를 확보하는 불가피한 타협으로 간주하는 듯하나 김선일씨의 죽음이 보여주는 냉혹한 현실은 그것이 우리정부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타협은 주한미군의 감축을 막지도 못했고, 우리 국민을 아랍저항세력의 미국에 대한 피의 복수에서 면제시켜주지도 못했다. 부시 행정부의 비합리적 요구에 순응하는 것이 우리를 덜 위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김선일씨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로 자명해졌다.

자유와 인권, 종교적 관용과 평화와 같은 보편적인 도덕적 가치에 반하는 국익이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존재할 수 없으며, 진정으로 유효한 실용적 정책은 우리나라의 국익을 미국의 국익과 막연하게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공존공영이라는 보다 범세계적 관점에서 우리 국민의 안정적 번영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김선일씨의 죽음과 관련된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잘못이 있는 관련자를 문책하고, 정부는 김선일씨 유족과 국민들에게 사과하라.

2. 이라크전쟁의 본질을 정직하게 직시하고,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쟁에 대한 국가적 지지를 철회하라.

3. 자이툰부대의 8월 파병계획을 취소하고, 서희·제마 부대를 조속히 철수하라.

4. 유엔주도의 이라크재건계획이 수립될 때까지 일체의 군사, 비군사적 개입을 중단하라.

2004년 6월 29일 영미문학연구회

강미숙(인제대), 강우성(한성대), 강필중(인제대), 고경하(용인대), 김경식(영남대), 김명진(연세대), 김명환(서울대), 김번(한림대), 김보원(방통대), 김성호(서울여대), 김영미(인하대), 김영희(한국과학기술원) 김정미(카톨릭대), 김진아(충북대), 김태원(성신여대), 김현진(서울대), 문상영(연세대), 박인찬(숙명여대), 박정오(명지대), 박종성(충남대), 박주영(순천향대), 박찬길(이화여대), 박혜영(영남대), 서강목(한신대), 서경희(광주대), 서성식(명지전문대), 서홍원(연세대), 설준규(한신대), 성은애(단국대), 손영희(광운대), 송승철(한림대), 신광현(서울대), 신명아(경희대), 신현욱(방통대), 안지현(서울대), 유희석(서울대), 엄용희(명지대), 여건종(숙명여대), 오길영(충남대), 오민석(단국대), 윤병우(미시간주립대), 윤영필(서울대), 윤재웅(국민대), 윤조원(상지대), 윤지관(덕성여대), 윤효녕(단국대), 윤혜준(연세대), 이경덕(연세대), 이경란(이화여대), 이경원(연세대), 이교선(인하대), 이명호(가톨릭대), 이미선(카톨릭대), 이미영(천안대), 이순구(평택대), 이윤성(경희대), 이종민(전북대), 이종우(홍익대), 이현석(경성대), 이홍섭(성균관대), 장남수(울산대), 장시기(동국대), 장정희(광운대), 장지연(서울대), 전인한(서울시립대), 정남영(경원대), 정문영(계명대), 정정미(천안대), 정철성(전주대), 조애리(한국과학기술원), 최선령(서울대), 최예정(호서대), 한기욱(인제대), 한현숙(서울대), 황정아(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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