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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수언론, 미국의 최면에 걸려 있다"

[언론광장 월례포럼] "한국, '돈'에 최면 걸리고 마나"

"97년 우리의 안일함이 경제위기를 불러왔다면, 2004년 오늘에는 아랍에 대한 우리의 무지가 새로운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재미언론인인 김민웅 목사는 언론광장(대표 김중배)이 지난 23일 저녁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이라크 전쟁과 언론보도'를 주제로 연 월례포럼에 참석, 최근 한국 정부의 이라크 파병 관철에 대해 이를 '무지'라고 개탄했다. 김 목사는 "권력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며, 만일 언론이 이러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김민웅 목사 "파병 앞둔 한국, 아랍의 부정적 시선 염두해야"**

김 목사는 이번 포럼에서 먼저, 진실을 말하지 않는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김 목사는 "미국 언론은 이라크전쟁이 근본적으로 식민지·제국주의 전쟁이라는 점을 한사코 보도하지 않았고, 심지어 이에 노골적으로 봉사하는 태도까지 보이기도 했다"며 "최근 미국 내 대선전이 가열되면서 언론의 보도태도도 변화됐다고 하지만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만행처럼 유심히 살펴보면 단순히 개인적인 윤리문제로 치부해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으로 본질을 덮으려는 태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실제 부시 대통령은 책임자 처벌, 근대적 수용 시스템 도입 등을 공언하는 것으로 이를 마무리하려 했다"며 "그런 와중에 언론조차도 왜 그곳에 사람들이 끌려왔고, 또한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는 미국의 점령 정책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해설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한국 언론에 대해서도 질타를 쏟아냈다. 김 목사는 "이라크 내 무장단체들은 미국정책에 속해 있는 국가와 국민들을 상대로 이미 여러 차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며 "그럼에도 한국 언론은 김 씨의 피납 사실이 알려졌을 때 일본 인질들은 풀려난 반면 미국인들은 왜 죽임을 당했는지를 구분해 내지 못한 채 정부 발표만을 기초로 희망 섞인 보도를 내보냈다"고 비판했다.

김 목사는 또 "김 씨의 죽음은 이라크 팔루자 뿐만 아니라 파병을 앞둔 한국에 대한 아랍 전체의 부정적인 시각을 고민해야 됨을 가르쳐 주고 있다"며 "미국의 전략에 말려들고 있는 한국의 불안한 운명에 대해 이제 한국 언론이 나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순남 교수 "미국의 에너지 전쟁, 한국도 최면 걸려 있다"**

이슬람 무장세력에 피살된 김선일씨의 모교 은사이기도 한 홍순남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는 포럼에서 스스로를 질책하기도 했다.

홍 교수는 "애초 이슬람 성직자들이 구명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곧 풀려날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도 했다"며 "하지만 전공학자인 나 또한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라는 단체가 종교인들의 설득만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돌이키지 않는 결사단체라는 점을 간과했다"고 비통해 했다.

홍 교수는 또 "미국은 '9.11테러' 이후 자신의 에너지 전쟁을 포장하기 위해 전 세계를 최면으로 몰아 넣었고, 한국 또한 베트남·걸프전 등에서 벌어들인 '돈'을 생각하라며 국민들에게 최면을 걸고 있다"며 "미국이 국익을 위해 뛰고 있는 전쟁 때문에 왜 우리가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언론은 주어진 환경과 현실 속에서 언제나 국가에 복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벌써 일부 언론이 파병을 위해 '응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 자체가 바로 비이성적인 태도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쟁 정당화한 언론은 파병도 정당화"**

두 차례에 걸쳐 이라크 현지 취재를 다녀온 정인환 한겨레신문 국제부 기자는 김씨의 죽음 이후에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파병 촉구 목소리에 대해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기자는 "일부 언론은 이라크전 초기부터 미국 편에 서서 전쟁을 바라봤고, 이는 이번 전쟁에 계속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따라서 이들 언론은 한국의 파병 문제에 대해서도 겉으로 국익을 내세우며 정당성을 부여하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기자는 또 "현재에 있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일부 언론이 극단적으로 반아랍 정서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이라크전 초기 때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아무 문제의식 없이 편향성을 보이는 잘못된 보도태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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