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부안군민, 이번엔 '대안언론' 새 실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부안군민, 이번엔 '대안언론' 새 실험

<부안독립신문> 9월 창간, 대표이사에 문규현 신부

부안군민들이 주민투표에 이어 핵폐기장 건립 반대 당시 겪었던 '언론의 벽'을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부안독립신문>을 창간키로 해 주목된다.

***최대주주는 부안군민, 노조도 경영참여**

<부안독립신문>은 지역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기금을 바탕으로 출발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풀뿌리언론사들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부안독립신문>에는 이들 풀뿌리언론사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지분 소유관계를 철저히 군민들과 지역 시민단체, 제작주체인 사원들이 나눠 갖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부안독립신문>의 설립을 검토해온 발기인들과 주주들은 지난 5월 19일 모임을 갖고 주주들이 소유한 지분 50%를 무상 증여키로 결의했다. 증여된 지분은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 대표이사가 소유하고 있다가 앞으로 결성 예정인 노동조합에 20%를, 나머지 지분은 지역 시민단체들에게 골고루 증여할 계획이다.

<부안독립신문>의 기획을 맡아온 (주)하인미디어 문병원 대표(편집국장 내정자)는 "지난해 6월 발기인들을 중심으로 준비모임이 결성됐지만 여러 이견이 많아 올해까지도 설립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며 "결국 발기인들 사이의 즉석 토론을 통해 프랑스의 <르몽드>처럼 지분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강하고 힘있는 독립언론을 창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르몽드>는 지난 1951년 공동소유주이자 주필이었던 뵈브메리가 프랑스의 나토정책에 반대해 사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편집권 독립 논의가 일어났다. 나중에 다시 복귀한 뵈브메리는 자신이 갖고 있던 30%의 지분을 모두 기자회에 넘기며 이후 '르몽드 식'이라고 불리게 되는 편집권 독립 모델을 만들어 냈다.

한편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그동안 핵 폐기장 건립 반대투쟁을 이끌어온 문규현 신부를 대표이사로 추대했다. 다음은 대표이사로 선출된 문규현 신부와의 일문일답 및 <부안독립신문> 창간 취지문이다.

***문규현 대표 "부안을 넘어 전국에 영향 미치는 정론 만들 터"**

- <부안독립신문>을 만든 배경은.
"<부안독립신문>은 핵폐기장 반대투쟁의 성과이며, '생거부안'을 염원하는 첫걸음이다. 부안 주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과 희망이 <부안독립신문>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부안주민들이 신문의 진정한 주인이다."

- 사제로서 언론사 대표이사를 맡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지금으로선 부안에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참여해서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 아니겠나. 삼보일배를 할 때에도 멀리 보면 이내 지쳐서 금방 주저앉고 싶어졌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금새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하는 대신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걸어갈 것이다. 부안과 전북에 정론을 세우겠다."

- 발기인들과 주주들이 경영권과 편집권 보장을 위해 증여운동을 결의했는데.
"증여운동은 노동자 개인에게 우선인수권을 부여하는 우리사주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것은 기자나 소속 노동자의 개인적 주식으로 귀속되지 않는 지분이다. 또 노동조합이 지분을 갖는다는 것은 편집권 수호와 함께 사실상 노조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는 셈이 된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심정으로 언론사상 유래가 없는 실험에 나섰다. 성공하리라 확신한다."

- 증여는 시기는.
"회사의 재정이 안정되는 2년 또는 3년 뒤로 예상하고 있다. 재정이 일찍 안정화되고 기자 등 내부 노동자 조직이 조기에 안정화되면 증여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

- 앞으로 어떤 언론으로 키워갈 생각인가.
"<부안독립신문>은 우선 부안의 신문이 돼야 한다. 부안 주민의 아프고 시린 데를 어루만져줄 것이다. 군수 등 행정관료들이 주민들의 뜻에 반대되는 길을 가는 것도 철저히 감시하고 견제할 것이다. 주민들의 뜻에 따르지 않는 권력에 대해서는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화 할 것이다."

***<부안 독립신문>의 창간 취지문**

우리는 한국 언론 사상 최초로 주주의 자발적 증여운동에 의한, 노동조합이 대주주 지분을 소유하는 언론사를 창간하고자 합니다.

편집권의 항구적 보장과 노동조합의 경영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주주들의 '내 몫 포기'는 돈으로 모든 것을 환산하는 물신주의의 풍토에서 그 자체로 충격적인 사실이며, 한국언론사에 찬란하게 기록될 것입니다. 주민투표에 이은 또 하나의 기적이 부안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한국사회를 주도하는 언론은 대부분 사주의 언론입니다. 주식 지분을 사주가 독점했기 때문입니다.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민족을 유린했던 신문, 독재자를 옹호하고 추켜세운 대가로 권력 그 자체가 되어버린 신문, 오늘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이른바 일등주의 신문들의 과거이며, 사주의 과거입니다.

부안독립신문은 주민과 기자들, 직원 모두의 신문을 만들려고 합니다. 지분의 절반은 군민에게, 절반의 반은 경영권을 위한 대표에게, 나머지 절반의 반은 편집권을 지켜낼 신문사 노동자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이처럼 안정적이며 대안적인 지분 구조를 통해 우리는 어떠한 압력과 권위에도 굴하지 않는 언론을 만들고자 합니다.

지난 1년, 부안은 민란 속에 휩싸였습니다. 주민투표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핵폐기장 유령은 부안을 넘나들며 전국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부안의 고통을 외면했습니다. 부안 주민의 절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생업을 포기해가며 핵폐기장 반대투쟁을 벌였던 주민들은 언론에 치를 떨었습니다. 부안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한수원, 군과 군수의 나팔수가 되어 부안을 분열시켰고, 투쟁에 지친 주민들을 더욱 절망적으로 몰아갔습니다.

부안 주민들은 비로소 우리의 목소리를 담아낼 언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했습니다. 부안독립신문은 바로 이런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희망을 보듬게 될 우리의 언론입니다. 오늘 우리는 부안의 진정한 독립을 선포합니다. 부안독립신문의 창간으로 비로소 부안의 희망이 잉태되었음을 선언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신문을 만들고자 합니다.

***부안을 위한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담지 못했던 설움을 딛고 부안의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부안 사람들이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건설하겠습니다. 반핵투쟁으로 분열된 지역의 통합과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모두에게 개방된 언론을 지향하겠습니다. 부안 주민 모두에게 발언권을 보장하고 객관적이며 불편부당한 언론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겠습니다.

***정보와 진실이 넘쳐나는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부안의 현장을 샅샅이 누비며, 땀으로 만든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정확한 해설과 분석을 싣겠습니다. 농사는 농민이 전문가이며 바닷일은 어민이 전문가입니다. 이들 전문가 민초들이 전해줄 투박하지만 오랜 경험의 진리가 담긴 글을 발굴하겠습니다. 지역에 새로운 주민 참여 저널리즘을 심겠습니다. 더 많은 사실을 발굴하여 본질의 땅을 경작하고, 거짓과 허위의 세력을 무릎 꿇리겠습니다.

***부안의 밖에서도 열독하는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부안과 전북에서 더 나아가 전국적 의제를 다루는 폭넓은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그래서 부안에서만이 아니라 부안 밖에서도 열독하는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권력을 감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작은 권력, 큰 권력 모두 주민과 시민의 투표로 세웠지만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 본연의 의무를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또 부안의 편익만을 옹호하는 대신 국가공동체를 위해 발언하겠습니다. 그러나 자결과 자치에 반하는 중앙집권적 지역 경시와 차별을 조장하기 위한 지역주의와는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환경을 담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이 땅의 야만적이고 반지성적인 언론문화에 정면으로 대항하겠습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기계적 평등이 아닌 경제 민주와 정치 민주를 옹호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인권과 그를 위한 편들기에 매진하겠습니다. 지구의 유일한 분단지역 한반도에서 평화를 위해 발언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남과 북만의 평화에서 그칠 게 아니라 뭇 생명과의 평화와 공존에도 힘을 쏟겠습니다. 개발독재가 망가뜨린 이 땅의 환경을 위해, 뭇 생명을 대변하는 절절한 심정으로,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부안과 전북에 정론의 영토를 세우겠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