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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C모 초대직선 편집국장 인사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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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서울신문 C모 초대직선 편집국장 인사 파문

사업분야 발령에 본인 "수용할 수 없다"며 거부

한 신문사가 27년 동안 기자로 활동해 온 중견 언론인을 사업 분야의 이사대우로 발령낸 데 대해 당사자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신문, 초대 직선 편집국장 사업분야 이사로 발령**

서울신문(옛 대한매일)은 지난달 5일 내부 인사를 통해 그동안 논설위원실장을 맡아왔던 C모 실장을 새사업추진단장(이사대우)으로 임명했다. C이사는 서울신문이 대한매일로 제호를 변경한 뒤 정부지분 해소를 통해 민영화될 당시 첫 도입된 편집국장 직선제에 의해 초대 편집국장으로 선출된 경력을 갖고 있다. C이사는 임기 2년을 마친 뒤 자리를 옮겨 올해까지 논설위원실장을 맡아왔다.

서울신문은 당시 인사발령을 내면서 C이사에게 “회사경영이 어려운 만큼 기자 생활을 하며 맺은 폭넓은 인맥을 활용해 서울신문의 수익사업인 버스·택시 광고영업에 주력해 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C이사는 회사측의 이번 제안이 사실상 퇴직 권유에 다름 아닌 것으로 판단, 5월31일 채수삼 서울신문 사장에게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요지의 서면을 제출했다. C이사는 서면에서 “버스·택시 광고영업은 현재 서울신문이 용역계약 형식을 통해 벌이고 있는 사업으로, 서울신문 사원이 이와 관련된 영업을 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언론계, 서울신문 위상변화에 촉각**

언론계가 C이사의 인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독립언론을 표방해온 서울신문의 위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C이사의 경우 겉으로는 국장급에서 이사대우로 승진한 것이 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서울신문이 독립언론을 표방하면서 민영화되기까지 ‘일등 공신’이었던 C이사를 지휘가 불분명한 사업분야에 배속한 회사측의 저의가 자못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C이사는 지난 88년 4월 서울신문노동조합 결성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와 함께 초대 공동위원장을 맡은 경력도 갖고 있다.

때문에 언론계 일각에서는 신문사, 특히 경영사정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마이너신문사들의 내부에서 서서히 진보-보수 집단간의 갈등 양상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 신문사 간부는 이와 관련,“서울신문은 독립언론으로 거듭나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흔히 ‘조중동’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였던 ‘한경대’(한겨레 경향 대한매일)의 한 축으로 분류돼 왔으나 최근에는 보수논조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마이너신문사들의 경영사정과 무관하지 않은 행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사회와 정치권이 그동안 ‘조중동’ 등 메이저신문의 개혁에 집중돼 있는 사이 마이너신문들도 결코 가볍지 않은 논조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따라서 언론계는 서울신문뿐 아니라 최근 일부 마이너신문사들의 움직임 또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시각은 서울신문 내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편집국의 한 중견기자는 “지금 서울신문을 이끌고 있는 주류는 분명 보수성향의 간부들이고, 이에 따라 진보그룹의 우두머리 격인 C이사의 처리가 고민거리가 됐을 것”이라며 “기자는 반드시 편집국에서 일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어진 지 오래됐지만 이번 인사만큼은 신문 전체의 논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가볍게 여겨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사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신문지부(위원장 임병선)는 일단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언론포럼 “서울신문, 독립언론인가” 문제제기**

C이사 인사파문은 바깥에서 먼저 문제화되고 있다.

개혁적인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새언론포럼(회장 정기평·MBC 디지털본부장)은 지난 1일 인터넷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을 통해 “서울신문은 사주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이른바 몇 안 되는 독립언론의 틀을 갖추었기 때문에 언론개혁 국면에서 앞으로 담당해야 할 역할이 적지 않다”며 “개혁과 진보의 색깔을 더욱 강화해야 할 상황에서 이런 해괴한 인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새언론포럼은 또 “기자가 사람 좀 많이 안다고 장사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바로 B급 경영”이라며 “결국 이런 비중 있는 인물의 펜을 빼앗으면서 신문 제작현장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은 서울신문이 대한매일에서 제호를 다시 바꾸면서 자신의 위상과 사시까지 바꾸었다는 것으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새언론포럼의 기고 글 전문을 싣는다.

***'독립언론’에서 어떻게 이러한 일이**

‘독립언론’은 언론계에서는 기자 등 사원들이 회사 주식의 일정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경영과 편집에 주도적인 권한과 책임을 지는 신문사를 일컫는 말이다. 이는 족벌언론 또는 종교재벌 언론 등과 비교할 때 사주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보다 독립적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독립언론’으로 분류되는 신문은 ‘서울신문’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그리고 ‘문화일보’ 등이다. 신문업계에서는 그러나 문화일보의 경우 현대 계열사 사장이 연이어 사장에 임명될 정도로 정몽준 씨를 비롯한 현대가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엄밀한 의미에서 “과연 독립언론이냐”는 반론이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의미 있는 독립언론은 ‘한겨레신문’ ‘경향’ 그리고 ‘서울신문’ 등이다. 이들은 한때 ‘한경대’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언론개혁의 실질적 구현체로 받아들여졌고 지면으로도 그같은 모습을 보여준바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중 하나인 서울신문에서 최근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직선 1대 편집국장을 지냈고 논설위원실장을 맡고 있던 중견 언론인을 느닷없이 사업 분야로 전출시킨 것이다. 이 분은 언론노동운동 태동기인 1980년대 말 서울신문 1기 노조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이를테면 서울신문 개혁의 상징 같은 진보적 언론인으로 알려져 있다. 30년 가까이 언론계에 종사했고 아직도 글로써 펼쳐 보여야할 것이 무궁무진한 50대 중반의 경륜 있는 언론인에게 펜을 놓게 하면서 사업 분야로 보내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를 상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이 분이 누구도 알지 못하는(심지어는 그 자신도 알지 못하는) 대단한 사업적 수완이 있으므로, 비교우위의 원칙에 따라 어려운 회사를 살리기 위해 글 쓰는 것을 잠시 접고 돈 버는 일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생각해서 이번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면 서울신문 경영진은 무지하거나 무능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무지하다는 것은 신문사를 경영함에 있어 신문의 질을 높이는 것이 첫째고 신문의 질이 높다는 것은 기사와 칼럼의 품격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고 좋은 글을 쓰는 좋은 기자, 좋은 칼럼니스트를 양성하는 것이 얼마나 오랜 세월, 얼마나 많은 투자가 요구되는지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좋은 기자와 칼럼니스트는 그 자체로서 신문사가 아껴야 할 대표상품인 것이다.

기자가 사람 좀 많이 안다고 장사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바로 B급 경영인이다. 진짜 비교우위의 이치가 이러함에도 부득불 대표논객에게 사업을 시키는 이유는 사업능력이 뛰어난 다른 인물을 발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일 텐데, 그렇다면 바로 그 점에서 경영진의 무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 분이 쓰는 글과 사설이 서울신문의 사시에 어긋나기 때문에 이제는 글을 그만 쓰게 하려는 것이다. 나는 이 분이 쓰는 글을 오랫동안 애독해 왔는데 예나 최근에나 진보적 시각에서 사물을 해석하려는 자세에 변함이 없음을 확신한다.

바로 그 때문에 서울신문이 대한매일로 제호를 바꿔 개혁적 매체로 탈바꿈하면서 채택한 편집국장 직선제에 의한 초대 국장에 당선됐고, 그 이후 서울신문의 논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논설실장까지 역임한 것으로 안다. 결국 이런 비중 있는 인물의 펜을 빼앗으면서 신문 제작현장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은 서울신문이 대한매일에서 제호를 다시 바꾸면서 자신의 스탠스와 사시까지 바꾸었다는 것으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언론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이런 해괴한 일이 발생했는데도 충격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미안하지만 서울신문의 사세가 미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서울신문에 관심을 갖는 것은 독립언론으로서 지금의 사세보다는 앞으로의 기대치가 크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은 사주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이른바 몇 안 되는 독립언론의 틀을 갖추었기 때문에 언론개혁 국면에서 앞으로 담당해야 할 역할이 적지 않다. 개혁과 진보의 색깔을 더욱 강화해야 할 상황에서 이런 해괴한 인사는 납득하기 어렵다.

하기야 지난해 서울신문과 소유구조와 경영형편이 비슷한 경향신문에서도 새 경영진 영입과 함께 구성원들이 스스로 편집국장 직선제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져, 언론개혁에 관심 있었던 인사들이 크게 놀랐던 일도 있었다. 혹시 경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독립언론들이 포기하지 말아야 할 부분들까지 포기하는 것이 추세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도대체 독립언론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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