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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EBS "교육부가 교육방송의 주인인가"

사교육비경감 관련 교육부 독주에 내부 반발 움직임

교육인적자원부가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후속방안으로 내놓은 EBS 강의 수능출제 방침이 이번에는 방송 주체인 EBS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EBS "사교육비 경감한다며 공교육 계속 훼손할 셈인가"**

교육부는 지난 26일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 후속방안에서 "지난 4월 1일부터 실시된 EBS 수능강의 등으로 입시학원 수강생이 17% 감소하는 등 사교육비가 20% 경감됐으며, 사교육비 지출 가구의 비율도 67%에서 50%로 축소됐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앞으로 △수능강의 화질 개선 △교재 통합·축소, 가격 인하 △강의방식 개선, 강의평가제도입 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모의고사와 수능시험에 EBS 수능 교재 뿐 아니라 강사의 강의내용도 포함시켜 EBS 교재를 이용한 학원의 편법 강의까지 막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부 방침에 대해 수능방송 당사자인 EBS는 "교육방송의 정체성을 흔드는 것은 물론 교육의 공공성을 크게 저해하는 행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위원장 이상철)는 28일 성명을 통해 "교육부는 최근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후속이라며 EBS의 수능 특화를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지만 이는 발상 자체가 의심스러운 교육정책"이라며 "공교육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훼손하며, 교육 주체들을 멍들게 하고,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을 주는 임시방편식 입시 대책에 더 이상 맞장구만 치고 있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EBS지부는 또 "교육부는 공교육의 부차적 기능을 수행할 뿐인 사이버 가정학습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풍요로운 학습은 그만두고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공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더욱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EBS "공영방송 정체성 흔들기, 더 이상 좌시 못해"**

이처럼 EBS가 교육부 방침에 반발하는 데에는 공영방송인 EBS를 마치 국영방송처럼 활용하고 있는 정부 태도에 대한 반감과 수능강의로 인해 '교육방송' 본래의 취지마저 퇴색하고 있는 것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자괴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김영삼 EBS지부 사무국장은 "교육부는 마치 자신들이 EBS를 운영하고 있는 양 출판수익을 어떻게 하겠다, 강의 방송을 고화질로 하겠다는 등 모든 정책결정을 교육부발로 쏟아내고 있다"며 "그 속에는 '아랫돌 막아 윗돌 괴는' 관료주의적 못된 습속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 "EBS는 급변하는 사회를 따라잡고, 학교 교육을 보완하며, 시시각각 정보를 제공해 시청자를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양성하는 시민교육, 문화교육, 평생교육 본연의 내용을 전달하는 등 수능 점수가 결코 일생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따라서 지부는 EBS의 본질을 훼손하는 대내외 어떤 세력과도 미세하면서도 조직적인 투쟁을 지속할 것이며, 이와 함께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모든 민주 세력, 시청자들과 연대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다음은 EBS지부가 발표한 성명서의 전문이다.

***EBS는 교육부의 월권을 좌시하지 않겠다**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최근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후속이라고 한국교육방송공사(이하 EBS)의 수능 특화를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며 강의 내용을 출제하겠다는 등 도대체 가능할 것 같지도 않으며, 발상 자체가 의심스러운, 교육의 주객이 전도된 정책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또한 출판수익을 어떻게 하겠다는 둥, 강의 방송을 500Kbps의 고화질로 하겠다는 둥, 마치 교육부가 EBS 운영을 하고 있는 양 모든 정책 결정을 교육부발 자료로 배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묻고 싶다. EBS가 국영방송이라고 생각하는가. 교육부의 산하기관이라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타 방송사들의 10분의 1 규모도 안되는 천억 조금 넘는 예산에 2백60억 정도 보태줬다며 주인 노릇을 하려는 것인가. 정녕 교육부가 배타적이며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는 계약관계의 갑의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또한 애초에 EBS는 수능 특화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대증요법은 될지언정 근원적인 치료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때문에 공교육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훼손하며, 교육 주체들을 멍들게 하고,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을 주는, 임시방편식의 교육부의 입시 대책에 맞장구만 치고 있을 수는 없다. 교육부는 공교육의 부차적 기능을 수행할 뿐인 사이버 가정학습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풍요로운 학습은 그만두고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공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더욱 급선무다.

EBS는 수능 교재만 하더라도 예산을 초과하는 수입에 대해서는 공적인 용도로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예전부터 EBS 스스로 계획하고 있었으며, 사교육비 경감의 대증요법이기는 하나 양질의 강의를 제공하고자 적은 인력이지만 노동강도를 높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진행되는 사안 건건 교육부가 감내놔라, 배내놔라, 이것 해라, 저것해라 하는 것은 도를 지나쳤다는 판단이며, 그 속에는 아랫돌 막아 윗돌 괴는 관료주의적 못된 습속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국고일지언정 돈으로 공영방송을 예속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작금의 상황이 EBS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판단,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청소년들의 초, 중, 고 10년의 전 과정을 하루 치러지는 수능 시험에 운명을 걸게 하는 대학 입시 제도와 사회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대학 입시가 세속적인 성공을 보장받는 열쇠를 거머쥐는 것이 아니냐는 선정적이며 상업주의적인 설교를 우리는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비판적 문제 해결 능력 함양과 인격의 도야라는 교육의 본질을 외면하는 사회적 모순을 혁파하려 한다. EBS는 급변하는 사회를 따라잡고, 학교 교육을 보완하며, 시시각각 정보를 제공하여 시청자를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양성하는 시민교육, 문화교육, 평생교육 본연의 내용을 전달하는 등 수능 점수가 결코 일생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과거 방송과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건 악화라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대내외 상업주의 세력과 지난한 싸움을 해왔다. 앞으로 우리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정권 내부의 상업주의적 흐름, 신자유주의적 정책과도 가차없는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EBS가 공영방송 본연의 정도를 묵묵히 지키는 것이 생존과 번영의 핵심이라고 판단한다. EBS의 본질을 훼손하는 대내외 어떤 세력과도 미세하면서도 조직적인 투쟁을 지속할 것이며 또한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모든 민주 세력, 시청자들과 연대해 싸울 것임을 명확히 한다.

2004. 5. 28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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