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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없애려면 사회담론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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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없애려면 사회담론부터 바꿔야"

[토론회] "처벌·격리보다 또래문화 파악 먼저"

우리 주변에는 '가정의 달' 5월이지만 전혀 행복하지 못한 가정이 의외로 많다. 어른들은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 탓에 우울하고,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일부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가뜩이나 심사가 복잡한 부모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고 있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이른바 '왕따'라고 불리는 학교 안에서의 집단따돌림 현상이 올해 하반기 교육계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개혁'의 기로에 서있는 사회모습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통제 강화에 매몰된 '왕따' 담론**

그동안 현장교사들을 중심으로 청소년 인권·복지 문제를 연구해온 학생생활연구회는 지난 14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교조 부설 참교육연구소, 전교조 학생청소년위원회와 공동으로 따돌림·학교폭력에 관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왕따'와 관련한 사회적 인식이 처벌이나 교사의 적극적인 개입 등 통제강화에 너무 매몰돼 있어 시급히 관점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생활연구회 따돌림 사회 연구모임은 '왕따'의 담론 형성과정이 '언론의 보도→여론화→교육계의 공동대응' 순으로 진행되고 있음에 주목했다. 최근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왕따 동영상' 사건에서 보여지듯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언론이 담론의 형성과정을 주도하면서 대체적으로 그 당시의 상황에서만 원인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모임은 반면에 학부모(가정), 시민사회, 학교(교사)는 담론의 주체로 서지 못하고 규제 위주의 정부 정책에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모임은 구체적으로 '왕따'에 대한 기존 담론을 △범죄 △질병·질환 △인성교육 실패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각각이 가진 문제점을 짚었다.

연구모임은 먼저, 기성세대들이 학교현장에서 '왕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가해·피해 당사자 또는 결과에만 치우쳐 법적 조치, 처벌방안, 학생생활 지도 강화 등을 주로 논의할 뿐 '왕따'가 또래집단의 문화를 반영한 집단적 현상인 점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전혜영씨는 "'왕따'가 좋지 못한 행동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과 그 행위 자체를 범죄로 규정해 가해자를 처벌로 다스리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이는 처벌만능주의에 빠져 이 현상의 근본적인 대응을 무디게 할뿐만 아니라 가해자들을 사회적으로 '왕따'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해자들의 심리적 특성(가학성, 공격성 등)에 초점을 맞춰 교육당국이 일정 기간 특별합숙이나 심성순화교육을 실시하는 이른바 심리치료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됐다. 전 씨는 "다양한 원인에 근거한 학생들의 심리적 특성을 분석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칫하면 '왕따' 현상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해 그들을 격리시키거나, 또는 치유만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줄 우려가 높다"며 "이러한 관점에서는 종종 '왕따'를 매우 심리적인 현상으로써, 비역사적이고 해결 불가능한 사태로 인식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인성교육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점도 한계로 지목됐다. 주로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인성교육 강화는 현행 경쟁적이고 파편화된 교육과정과 입시체제 속에서 본래의 의미를 살릴 수 없음에도 계속해서 대안담론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는 달리 보면 또다른 형식의 '교육'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새 담론, 또래집단 매커니즘 파악에 초점 맞춰야"**

연구모임은 이같은 기존 담론의 보완으로 "우선 집단 내 의사소통 방식을 이해하고 그 특성을 분석해 아이들의 인간관계 형성에 미친 수많은 사회·구조적 원인을 파악토록 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래집단의 특성, 또래집단 내 의사소통의 특징, 집단규범(암묵적 규칙) 등 '왕따'가 발생하는 구체적인 매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을 때에야 아이들이 왜 '왕따'를 하고 있는지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모임은 또, '왕따'의 배경에 사회·구조적 원인이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 대안에 학교제도나 교육과정의 변화를 배제하고 있는 사회담론에 대해서도 변화를 촉구했다. 연구모임의 김혜영 씨는 "지금까지 교육당국의 예방지침이나 프로그램 등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이 현상을 너무 단순화해 종합적인 조망을 힘들게 하거나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대책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인 냥 접근했기 때문"이라며 "아이들이 놓여있는 학교라는 사회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 현상은 이례적 또는 돌출적 사건에 머물지 않고 자체 진화하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사도 '왕따'에 있어 가해의 한 당사자라는 다소 새로운 주장도 제기됐다. 김 씨는 "학급이라는 구조 속에서 모든 책임은 교사 개인에게 전가되고, 그 속에서 교사들은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각자의 방식대로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이윽고 무책임하거나 방관자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며 "따라서 '왕따'와 관련한 사회담론에는 이러한 교사들도 포함시켜 그들 스스로 제도적 장치를 모색해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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