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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암살설은 한국언론 상상력 총동원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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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암살설은 한국언론 상상력 총동원된 소설”

[용천참사 보도 토론회] 토론자들 ‘소설 보도’ 성토

북한의 용천역에서 발생한 지난 4월 22일 대규모 열차 폭발사고와 관련한 우리 언론의 보도태도는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편견'이 묻어 있었으며, 일부 언론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무책임한 보도를 해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용천보도, '김정일 테러설'→'김정일 책임론'으로 이동**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0일 오후 한양대 언론대학원 도심캠퍼스에서 현직 언론사 기자,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각 언론사의 용천참사 관련 보도에 대한 평가 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발제자인 양문석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용천참사 보도를 "한국언론의 상상력이 총동원된 '소설'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최소한의 저널리즘 원칙마저도 실종된 '편견덩어리'였다"고 비판했다.

양 위원은 "한국언론은 용천참사의 사고원인을 애초 반김정일 세력의 테러설에 초점을 맞춰나가다가 나중에는 김정일 책임론쪽으로 몰아가는 보도태도를 보였다"며 "이러한 보도태도는 북한정부가 이례적으로 사고원인을 발표했음에도 도대체 이를 믿으려하지 않는 태도로까지 발전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구체적으로 '조중동'의 경우 △수많은 사고원인에 대한 추측 가운데 유독 '테러설'에만 주목했고 △이를 부각하기 위해 신뢰성이 떨어지는 중국 화교들의 말을 인용하는 사례가 잦았으며 △사고원인 발표 뒤에는 폭발사고의 원인 모두를 김정일 체제에서 찾으려는 시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양 위원은 특히 경향신문의 경우 "풍문이나 폭로성 발언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따옴표'도 붙이지 않은 채 아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정사실화하는 대범함까지 보였다"고 꼬집었다.

양 위원은 "실제로 경향신문은 지난 4월 24일자 1면과 4면 머릿기사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환영하러 나왔던 인민학교와 중학교 학생 700여명이 폭발사고로 희생됐다'고 확신했다가 다음날에는 '관측'으로 슬그머니 꼬리를 뺐다"며 "하지만 경향신문은 이후 독자들에게 아무런 사과나 해명도 없이 자신들의 '소설'을 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일선 기자들 "외신보도 맹종이 잦은 오보의 원인"**

일선 기자들은 이번 용천참사 보도에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북한 관련보도의 선정적 접근과 외신보도에 대한 맹종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서민수 MBC 보도제작국 기자는 "국내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은 지난 4월 26일, 홍콩의 유력지인 <성도일보>를 인용해 '알려진 것과는 달리 용천역 폭발 30분 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 역을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대서특필했지만 확인 결과 <성도일보>의 보도는 조선일보가 23일 중국어로 서비스했던 추측성 인터넷 기사를 인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국내언론의 외신보도 맹종태도를 질타했다.

장용훈 연합뉴스 통일부 출입기자는 "폭발사고 뒤 일부 언론사 데스크들은 진위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용천역을 지나갔다는 사실에만 매우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었던 만큼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과감히 이를 무시하고 넘어가는 언론의 풍토가 아쉬운 대목이었다"고 지적했다.

장 기자는 또 "국내언론은 북한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모두 '체제' 또는 '체제의 비효율성' 탓으로 몰아붙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가 무너졌다고 해서 체제를 탓하지 않듯이 북한에 대한 보다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수언론 북한돕기 나선 것은 '시대정신' 때문"**

이날 토론회에서는 보수언론이 용천참사 초기 냉전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음모론'에 천착하다가 이후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돕기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이장희(법학과) 한국외대 교수는 "한국언론의 용천참사 관련 보도에서 '이런 체제는 교체돼야 한다'는 냉전이데올로기를 읽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며 "하지만 보수언론도 결국 냉전을 거부하는 국민들의 '시대정신'에 따라 더 이상 흠집내기에 골몰하지 못하고 북한돕기에 나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보수언론의 체질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때일수록 시민단체의 감시활동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이제는 진보-보수진영 모두가 용천참사 돕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얼마 전 구호물자 육로 수송 건에서 나타났듯이 아직까지 북한 실상에 대한 국민들과 언론의 이해도는 턱없이 낮기만 하다"며 "앞으로 남북을 하나로 묶는 언론의 심층취재 보도가 더 많이 생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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