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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민주주의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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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민주주의의 성격

[기고] '안철수 현상'을 지켜보며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③

루소는 정부의 형태를 민주정, 군주정 그리고 귀족정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그는 민주정의 한계에 대하여, "민주정이라는 말의 의미를 엄밀하게 해석한다면, 진정한 민주정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생략) 만일 신(神)들로 이뤄진 인민이 있다면, 그 인민은 민주정을 택할 것이다. 하지만 이만큼 완전한 정부는 인간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귀족 정치에 대하여 루소는 "가장 현명한 사람들이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중의 이익을 위하여 정치를 한다면, 이러한 (귀족정) 제도는 가장 훌륭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제도이다"라고 평가했다.

▲ 준비하는 데만 20년이 걸렸다는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174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출판되었는데 1년도 채 안 돼 22쇄를 찍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몽테스키외도 그의 저서 <법의 정신>에서 민주정치의 근본을 덕(德)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의 대철학자 플라톤도 철인왕(哲人王)에 의한 아리스토크라티아(우수자 지배제)라는 일종의 귀족정치를 주장했다. 몽테스키외와 플라톤의 이러한 정치는 중국에 있어 '이덕치국(以德治國)'의 왕도정치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정치란 결국 민중들의 대표 혹은 지도자를 어떻게 선출하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플라톤은 정치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고 이를 가장 잘 인식하고 있는 철학자가 통치하는 '철인정치'가 실천되는 국가를 이상적 국가로 간주하였다.

루소는 대의제도에 부정적이었으며 따라서 영국 의회민주주의 제도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주권은 양도될 수 없다는 동일한 이유에 의하여 대표될 수도 없다. 따라서 대의원은 국민의 대표가 아니며 대표자가 될 수도 없다. 그들은 국민의 대리인일 뿐이다. 국민이 직접 인준하지 않은 모든 법률은 무효이며 법률이 아니다. 영국인들은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그들은 의회의 의원을 선거할 기간만 자유로울 뿐이다. 의원을 선출하고 나면 곧 그들의 노예로 전락한다"고 비판했다. 루소는 인민의 주권은 대표될 수도, 양도될 수도 없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결국 입법권을 대의제 의회에 위임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명예교수는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나뉜 미국의 정당 체제에 대하여 "기업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사실 1당 체제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미국을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 체제로 규정하면서 이러한 체제하에서 일반 대중들은 통제당하고 주변화한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양상은 특히 미국과 같이 기업들의 주도력이 강한 사회에서 더욱 뚜렷하다면서 선거에서 홍보 대행 산업이 활개를 치는 것은 대중을 통제하고 주변화 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는 1970년대에 극적인 변화가 있었는데, 바로 금융화와 상품 수출이 강화되는 방향이었다. 부의 집중, 인구의 1%에 부가 몰리는 과격한 악순환을 조장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했다. 이에 따라 정치력 집중도 초래됐다. 그리고 경제집중을 유도하는 국가정책들이 쏟아졌다. 정당들은 자본의 휘하에 끌려갔다. 이 점에서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별로 다르지 않다고 그는 미국의 양당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사회철학자 존 듀이도 일찍이 "정치란 대기업들이 사회에 던진 그림자"라고 규정하고 이러한 상황은 "언론 등 정치 선동의 수단을 지휘하면서 은행과 부동산, 산업을 사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사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에 권력이 있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갈파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미국 사회가 겉으로는 민주주의가 가장 잘 발전된 국가로서 공정한 사회의 표상으로 자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의, 1%에 의한, 1%를 위한' 국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글에서 "미국 의회 의원 대부분은 선출되는 순간 상위 1%의 돈으로 유지되는 상위 1%의 멤버들이 되며, 무역과 경제정책의 핵심 고위관료들은 대체로 상위 1% 출신들이다. 또한 미국의 대법원은 선거비용 지출 제한을 철폐함으로써 기업이 정부를 돈으로 움직일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개방형 경선과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므로 특혜 정책을 위하여 돈을 제공할 능력이 있는 대기업의 정치자금 기부가 기부 액수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 정치제도는 기업들의 로비 자금에 의하여 운용되고 있는데, 이로 인하여 정작 교육, 의료, 에너지 등 대중들의 삶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회경제 분야는 점점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된다.

미국의 양당제도, 위기의 주요한 요인

미국의 양당 제도는 이제까지 미국 정치의 장점이 되어왔지만, 다원화되는 사회계층의 이해와 다양화되는 사회문제를 포괄해내는 데 경직성을 노정시키면서 오히려 미국 쇠퇴의 한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와 달리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광범한 대중에 토대한 사회당의 존재에 의하여 대중들의 이해가 보다 강력하게 정당정치에 반영됨으로써 그만큼 정치적 사회적 안정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재벌 총수이자 기업주였던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는 돈과 미디어의 힘으로 총리 자리를 산 것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대의 민주주의의 '완벽한' 절차를 통하여 합법적으로, 그것도 두 번 계속하여 선출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이라크 침공이라는 부도덕한 전쟁을 일으킴으로써 미국식 민주주의는 세계적으로 비웃음을 받기에 이르렀다. 최근 극심한 미국 정부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부자들에 대한 감세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에서도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거꾸로 하층민들에 대한 감세 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에 이르러서는 과연 미국식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회의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선거제도에 토대한 권력 장악에만 몰두하는 정당정치의 탐욕과 그로 인한 총체적 무능 역시 대단히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야 한다. 오늘날 미국이나 영국 등의 이른바 자본주의 모범국가의 정치권은 국가 부채는 쌓여가고 빈부 격차는 확대일로이며 경제 침체는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응책을 모색하여 국가 경제를 살리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오로지 눈앞의 선거승리에 눈이 어두워 권력투쟁의 정쟁만 일삼고 있다. 그로 인하여 위기 상황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중적 분노는 월가 시위 등에서 잘 드러났다.

우리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또 한 가지 사실은 일반적으로 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권력은 국가 발전과 국민의 복리를 위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전략과 정책보다는 눈에 보이는 단기적이고 현시적인 업적과 성과를 추구하는 경향성을 선호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장기적인 국민생활 수준의 개선이나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이나 학문의 질적 개선과 같이 눈에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정책보다는 호화 청사를 비롯한 건설공사나 불요불급한 도로 건설, 나아가 엄청난 부채를 후유증으로 남기는 국제체육대회 유치 등과 같이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기 쉽게 된다. 우리나라 과거 서울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 주민들이 뉴타운 건설이라는 단기적 탐욕에 의한 투표성향을 여실히 보여준 바에서 나타난 것처럼 개발과 건설이 아니라 환경 보호를 주창하는 후보자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장기적인 국리민복에의 지향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자원 및 예산 낭비와 유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는 선거로 교대되는 시스템이 지니는 심각한 약점이다.

* 기고문의 특성상 주석은 생략하였음을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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