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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주치의 두는 세상, 어렵지 않아요!"

[복지국가SOCIETY] 국민 주치의 제도, 비용보다 편익 크다

우리 국민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때, 어느 병원 또는 어느 전문의를 찾아가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교육수준과 관계없이 온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어디가 아프면 바로 자신의 주치의에게 진료를 예약하거나 전화 상담을 하는 주요 선진국 국민들의 의료이용 관행과는 사뭇 다르다. 즉, '의료'라는 넓고 위험한 정보과학기술의 바다 앞에서 타야 할 배와 목적지를 정해야 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 개개인이 위험부담을 안고 이러한 결정을 해야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자신의 건강상태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이를 대신해 준다.

건강을 개인의 책임이라고 보거나 의료서비스를 상품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의료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하여 이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제분야와 달리 의료분야에서 이러한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 제 때 받아야 할 의료서비스나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의약품의 중복이나 오남용, 진단 검사의 반복,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용이 낭비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국민 개개인에게 자신의 주치의를 두게 하는 것도 이 같은 부작용과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주치의제도는 국민의 건강문제를 개인의 책임영역을 벗어나 사회의 연대의식 속에서 해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주치의를 두지 않은 채 자유롭게 의료이용을 할 때의 위험성을 일반 국민은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그 결과가 다른 요인들과 함께 복합적으로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뚜렷하게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세계 어느 나라도 조기검진을 권하지 않는 갑상선 암에 대해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5~10배 많이 조기검진을 하고 있어서 수많은 사람이 암 공포감과 함께 평생 호르몬을 복용해야 하는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주치의제도의 부재와 건강검진의 상업화가 갑상선암 과다진단과 발생률 증가의 배경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좀처럼 인지하지 못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주치의제도 도입 논의가 미미했던 점은 매우 유감이다.

일차의료와 주치의 제도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지역사회의 일차의료 영역에서 건강문제의 80-90%를 해결한다. 고도로 전문화되어 고비용적인 병원의 의료서비스를 구태여 받지 않아도 일차의료 영역에서 충분히 건강이 관리되는 것이다. 일차의료의 수준이 높은 국가의 국민은 그렇지 않은 국가의 국민보다 자국 의료체계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며, 합리적이고 형평성이 높은 건강관리가 가능하여 건강수준도 우수하다.

그렇다면 일차의료란 무엇일까? 일차의료란 병원의료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국내 일차의료연구회 연구(2007)에 따르면, "일차의료란, 건강을 위하여 가장 먼저 대하는 보건의료를 말한다. 환자의 가족과 지역사회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환자-의사 관계를 지속하면서, 보건의료 자원을 모으고 알맞게 조정하여 주민에게 흔한 건강문제들을 해결하는 분야이다. 일차의료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 보건의료인들의 협력과 주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일차의료는 최초접촉, 포괄성, 관계의 지속성, 조정기능이라는 네 가지의 핵심적인 속성을 갖는다. 이러한 일차의료의 핵심 속성들이 잘 구현되도록 하는 제도가 바로 주치의제도이다.

주치의는 일차의료 전문의

주치의는 개인이나 가정을 대상으로 최초접촉 진료를 수행하는 일차의료 전문의(일차의료 의사)이다. 북미대륙에서는 대체로 가정의학 전문의(family physician; 가정의), 유럽에서는 일반의학 전문의(general practitioner; GP)로 호칭하기도 한다. 신체의 특정 장기나 질병만을 전공하며, 주로 병원에 종사하는 자문의(단과전문의)와 분명하게 구별된다. 대부분은 지역사회의 일차의료기관(의원)에 종사하며, 지역사회 일차보건의료 팀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의대 졸업 후 3~6년의 임상수련(레지던트) 과정을 마쳐야 일차의료 전문의로서 환자 진료를 할 수 있다. 전체 의사들 중에서 일차의료 의사의 비중은 영국 45%, 프랑스 50%, 호주 60%, 캐나다 50% 등으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30-5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차의료 전문의에 해당하는 의사는 가정의인데, 전체 의사 중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경우처럼 개원하고 있는 내과와 소아과 전문의 등을 일차의료 영역에 포함시키면 일차의료 의사는 약 20%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서 일차의료 전문의 수가 부족하고, 국민 개개인이 모든 분야의 전문의를 스스로 선택하여 최초접촉 진료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개개 질환별로 담당 의사를 두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예를 들면, 고혈압에 대해서 대형 병원 심장전문의 진료를 받거나, 두통은 신경과, 요통은 신경외과, 비염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담당 의사로 두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료서비스 분절화 현상은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보기 어려운 기이한 현상으로 의약품 중복투여, 검사의 반복, 체계적인 평생건강관리 부실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주치의제도는 바람직하고 지속적인 '의사-환자 관계'를 위한 것

주치의제도란, 일차의료 전문의(주치의)가 자신을 선택한 주민(환자)의 명부를 활용함으로써 지속적인 의사-환자 관계 속에서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일컫는다.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이 같은 명부를 활용하여 환자들을 질병별로 쉽게 구분해 냄으로써 주치의가 만성질환 관리를 효과적으로 행하고 있다. 흔히 일차의료에서의 문지기 기능(gate-keeping)을 주치의제도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문지기 기능은 의뢰체계(referral system)에 해당하며, 주치의제도를 구성하는 일차의료의 특징들 중 하나에 해당한다.

주치의제도가 잘 정착된 나라들로는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페인, 뉴질랜드 등이 있고, 지난 10년 동안에 도입되어 과도기에 있는 국가들로는 스웨덴,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이 있다. 선진국들 중에서 주치의제도는 없지만 강력한 문지기 기능은 있는 나라로는 캐나다와 핀란드를 들 수 있고, 느슨한 문지기 기능을 유지하는 나라로는 미국과 호주를 들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문지기 기능이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일차의료의 개념조차 확실히 자리 잡지 못한 상태이다. 미국이 보편적 건강보장제도가 없어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를 부러워한다지만, 일차의료 수준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도 뒤처져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서 주치의제도가 필요한 이유

보건의료체계의 성과를 가늠하는 지표들(2010년)에서 우리나라를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최상위 또는 최하위 수준에 속하는 지표들이 많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인구 천 명당 급성기 병상 수(5.5, OECD평균 3.4), 인구 백만 명당 CT 보유대수(35.3, OECD평균 22.6), 국민 1인당 1년간 의사 방문 횟수(12.9, OECD평균 6.4), 의사 1인당 1년간 환자 진료건수(7,251, OECD평균 2,543; 2007년), 그리고 보건의료비 지출의 증가속도(연9%, OECD평균 4.5%)에 있어서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 밖에도 우리나라는 일차의료 전문의 대신 각 분야별 질병 전문의들의 비중(>90%)이 최고 수준이다.

보건의료체계를 지탱하는 두 개의 큰 기둥을 들자면 재원조달체계와 의료제공체계를 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 두 기둥이 모두 부실하여 이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기관 대부분(>90%)이 민간자본으로 건립되었고, 법적으로는 비영리이나 사실상 영리를 추구한다.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이 정착되어 있다고는 하나 국민의료비 중 공적재원 비중(2010)은 58.2%로 OECD평균(72.2%)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 최초접촉이 이루어지는 일차의료의 개념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고 의뢰체계가 유명무실하다. 경증 환자를 두고도 의원과 의원 사이의 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 대형병원과 의원이 환자 유치를 위해 서로 경쟁한다. 이러한 무질서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주치의제도를 도입하면 주요 당사자인 국민, 의료인, 국가는 다음과 같은 편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1) 국민이 누리게 될 편익

첫째, 아플 때 어느 의료기관, 어느 전문의를 찾아가야 할 지 바로 주치의에게 전화나 인터넷으로 상담을 할 수 있다. 둘째, 아프지 않을 때라 해도 건강증진/질병예방 상담과 교육, 질병의 조기발견을 위한 정기건강검진을 받거나 안내받을 수 있다. 셋째, 언제 큰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지, 어떤 특정분야의 전문의를 찾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 주치의로부터 안내받을 수 있다. 넷째, 주치의가 의료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므로 중복진료, 중복투약, 중복검사 등의 부작용이 최소화된다. 다섯째,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가 향상된다. 주치의제도가 정착된 국가가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의료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2) 의료인이 누리게 될 편익

첫째, 환자-의사 관계의 지속성이 향상 되므로 신뢰관계 속에서 양질의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셋째, 지불제도의 개편으로 진단 및 치료 행위의 빈도를 늘리지 않아도 되고, 임상진료지침에 따르는 교과서적인 진료가 가능해진다. 넷째, 의뢰-회송체계의 확립으로 일차의료 전문의와 특정분야 전문의 또는 병원 사이에 협력관계 구축이 가능하다. 다섯째,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의사의 만족도가 향상된다. 주치의제도 국가의 일차의료 의사들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일차의료 의사들보다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3) 국가가 누리게 될 편익

첫째,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과 형평성이 크게 개선된다. 환자의 합리적인 의료이용으로 의료자원이 효율적으로 쓰이게 되며, 환자 본인부담이 줄게 되어 무상의료 실현이 쉬워진다. 둘째, 주치의제도를 통해 일차의료의 속성들(최초접촉, 지속성, 포괄성, 조정기능)이 잘 구현되면 노인인구와 만성질환의 급증에 따른 의료비 증가에 잘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의료비 지출을 적정수준에서 안정화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시키고 예측을 가능하게 해준다. 따라서 일차의료 부문의 주치의제도 도입과 병원 부문의 지불제도 개편은 국가가 당면한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우리나라 주치의제도 도입 정책의 실패 경험과 교훈

우리나라에서도 주치의제도의 시범사업을 시도하려 했던 때(1996년도)가 있었다. 당시 보건복지부 내의 1개국이 이에 주도적이었는데, 대국민 홍보의 부족, 정부의 준비 소홀, 의사단체의 반대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말았다. 그 후 김대중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방향에 단골의사제도(1998년도)라는 명칭으로 포함되어 있기는 했으나, 의약분업 파동(2000년도)의 여파로 의사와 정부 사이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가운데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영리병원 도입-의료민영화 정책'의 시발점이 되었던 노무현 정부나 이를 심화시키려 했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서는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과거의 정책 실패 경험을 통해서 미루어 볼 때, 향후 제도 도입 시 유의해야 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도 도입에 앞서, 일차의료의 개념과 가치, 그리고 주치의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 형성과 사회적 의제화가 필요하다. 둘째, 범정부 차원의 위원회가 필요하다. 표준 일차의료기관 모형의 설정과 확대, 일차의료 인력의 양성, 지불제도의 개편, 건강정보체계의 확립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를 넘어서는 범정부 차원의 위원회가 필요하다. 셋째,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의료제공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넷째,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현실에서 실행 가능한 방식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미 왜곡된 의료체계에 적응된 업무처리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어렵다. 관련 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유의사항을 염두에 둔다면, 다음과 같은 <전 국민 주치의제도 도입 5단계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다.
제 1단계: 대국민 홍보와 여론 형성을 통한 사회 의제화(1년차)
제 2단계: 관련 당사자 의견수렴과 일차의료 특별법 제정(1-2년차)
제 3단계: 표준 일차의료기관('마을 건강센터') 모형의 설정 및 확대(1-5년차)
제 4단계: 전 국민 '주치의 갖기 운동' - 이용자 인센티브를 통한 권장(2-3년차)
제 5단계: '환자목록' 보유-제출에 대한 제공자 인센티브 제공(광역시-전국)(4-5년차)

전 국민 주치의제도의 도입, 대선 공약에 포함되어야

우리나라는 보건의료의 공공성이 취약하다. 공공의료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시장의 논리를 들이 대며 경쟁을 강조하는 경우, 질병 치료 중심의 첨단 대형병원들만 발달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의료서비스는 날로 상품화되어 구매 능력이 떨어지는 환자들의 의료이용은 더욱 제한받게 될 것이며, 건강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일차의료는 퇴조할 것이며, 주치의제도는 요원해 질 것이다. 만일, 건강을 기본권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국민이 형평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옹호하며, 시장의 논리 보다는 공공성을 강조하는 정치지도자가 집권하면, 일차의료는 강화될 것이고 주치의제도 도입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우리 보건의료의 역사에서,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의 도입이 보편적인 공적 재원조달체계의 성립이었다면, 이를 하나로 통합하였던 2000년 '국민건강보험'의 창설은 재원조달체계의 형평성과 공공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이제 우리는 보건의료분야의 또 다른 과제인 일차의료와 의료제공체계의 문제에도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데, 그 해법이 주치의제도에 달려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불과 4개월 정도 남았다. 유력 후보들이 주치의제도의 도입을 대선 공약에 포함시키도록 시민사회와 보건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 환자들로 붐비는 대형병원 대기실. '동네병원'을 믿지 못해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상급 종합병원(대형병원)의 외래진료비(입원을 제외한 통원 치료비) 점유율은 2005년 10.1%에서 2009년 14.1%로 늘었지만, 의원은 52.5%에서 47.5%로 줄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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